"이 마당에 '馬韓面' 변경이 무슨 소용이냐!"

'시종면→마한면' 변경 사실상 무산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입지 삼호 나불도 선정 여파 시종면민 불만 팽배

주민의견조사 8월 결론 계획 바꿔 주민 주도 장기과제 추진…실현 難望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3년 07월 21일(금) 09:46
시종면을 '마한면'으로 변경하려던 군과 시종면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가 영암군에 유치되기는 했으나, 입지가 삼호읍 나불도로 선정된데 따른 파장으로 보인다.
특히 시종면민들 사이에는 "이 마당에 마한면으로 변경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주민 의견에 좌우될 시종면 명칭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또, 이로써 우승희 군수가 민선8기 군수 취임 후 "역사적 배경 또는 근거가 없는 면 명칭을 면민들의 뜻을 물어 변경하겠다"며 추진한 신북면과 군서면의 면 명칭 변경이 무산된데 이어, 면 명칭 변경 추진단의 찬성 비율이 높아 가능성이 컸던 시종면까지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뜻을 이루기 어렵게 됐다.
군과 시종면에 따르면 시종면은 그동안 '마한면 또는 새로운 명칭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추진단을 구성해 의견조사에 나섰으며, 98명 중 82명이 참여해 찬성 57명(69%), 반대 25명(30%)으로 찬성 여론이 높게 타남에 따라 명칭 변경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또 변경할 새로운 면 명칭에 대해서도 찬성한 추진단 57명 중 50명(87%)이 '마한면'으로 변경하는데 찬성했다.
시종면은 이에 따라 1∼2월 중 주민설명회를 실시한 뒤 2∼3월 중 주민 찬·반 의견조사를 실시해 전체 세대수의 과반 참여와 참여자 과반수 찬성이면 면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또 곧바로 4월까지 조례 및 규칙을 일괄 개정하고 올 연말까지 각종 지적공부를 정리하는 작업까지 마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 운동이 벌어지면서 면 명칭 변경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었고, 지난 4월 20일 삼호읍 나불도로 입지가 확정되면서는 시종면민들이 심한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시종면민들의 여론을 종합하면, 시종면이 마한역사문화공원과 쌍무덤 등 유물과 유적이 산재한 '마한의 본고장'임에도, 접근성만을 앞세워 유물 또는 유적 하나 없는 삼호읍 나불도가 입지로 선정된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입지 선정 이후 시종면과 연계한 역사문화관광 활성화 방안과 관련한 영암군의 종합대책도 부재한데 대해 면민들의 실망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이에 따라 당초 시종면 명칭 변경 작업의 마무리를 위해 오는 8월까지 면민 의견조사를 통해 변경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꿔 시종면민들 스스로 시간을 갖고 면 명칭변경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시종면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의견조사 자체도 어려움은 물론 의미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의 삼호읍 나불도 입지는 고심 끝에 결정한 것으로 유물 유적이 산재한 시종면의 위상에 걸맞는 보완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면서, "시종면을 마한면 또는 마한시종면으로 변경하는 방안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시종면민들이 주도해 1년 가량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여론수렴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종면민 몇몇은 <영암군민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시종면민들은 그동안 대대로 사용해온 면 명칭을 마한면으로 변경하는데 적극 찬성했을 정도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는데 결과는 시종면민들을 우롱한 것이 됐다"면서, "이런 마당에 면 명칭 변경에 누가 앞장서겠으며, 관심이나 갖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면민들은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에 따른 시종면의 파급효과는 무엇인지 영암군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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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 지역실정 외면한 공공기관 및 시설 입지 결정 괜찮나?
거의 성사되어가던 '시종면→마한면' 변경 무산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영암군의 지역실정을 외면한 공공기관 및 시설의 입지 결정 파장인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시종면민들의 반발은 그 구체적인 표현인 점에서 결코 그냥 넘길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월출산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이 들어서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영암읍민들의 경우도 군서면 일대로 그야말로 뜬금없이(?) 정해진데 대해 대놓고 표현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다.
과연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영암군의 지역실정을 외면한 공공기관 및 시설의 입지 결정은 괜찮은 일일까? 이에 대해 지역사회는 물론 지역개발 전문가들 대부분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 떨어진 곳이거나, 숙박업소나 음식점, 마땅한 관광시설이 없는 곳은 계속 배제되는 등 균형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영암군이 계획하고 있는 지역개발구상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마한역사문화센터나 생태탐방원은 주관기관의 논리대로 입지가 정해진 경우다. 영암군 스스로 신중한 입지 선정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대표적인 경우다. 정부가 2016년 불황에 허덕이던 조선업 밀집지역에 대한 관광산업 육성사업으로 갑작스럽게 추진하면서 이미 확보된 부지가 필요했다는 이유로 월출산 氣찬랜드로 그 부지를 정했다. 사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뒤이어 전남도 공모사업으로 확정된 '영암트로트아카데미' 부지 역시 공모에 유리하려면 이미 확보된 부지가 필요했다는 이유로 또 氣찬랜드가 부지로 정해졌다.
주먹구구에 가까운 정책결정사례는 또 있다. 영암공공도서관은 군정책임자 독단으로 氣찬랜드로 부지가 정해졌다. 다른 곳으로 옮기느라 행정절차와 예산도 낭비했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으나 그 군정책임자는 한 때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던 '민속씨름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 부지도 氣찬랜드로 정했었다. 군정을 거의 무턱대고 추진했던 셈이다.
그러는 사이 월출산 천황사지구 일대에 대해 2009년 12월 전남도가 지정했던 관광지가 2022년 지정 취소된다. 무려 13년 동안 이렇다 할 개발계획하나 세우지 못했고, 제대로 된 투자유치 한번 못해본 채다. 생태탐방원을 천황사지구에 유치하지 못한 근본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정책결정오류의 파장은 심각하다. 트로트센터나 트로트아카데미, 심지어는 국립종자원이라도 천황사지구에 유치할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는 얘기다. 영암읍이나 시종면이 이른바 인프라가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지게 만든 이유가 바로 정책결정의 오류 내지는 주관기관 입맛대로의 입지결정이 ‘피드백’된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때마침 영암발전희망연대 손태열 회장도 <영암군민신문>에 특별기고를 통해 "자치단체의 정책선택이 100년을 좌우한다"며, "흔들리지 않는 주관과 소신으로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면서 지역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성공하는 정책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일독(一讀)을 권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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