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제' 조직개편 의미와 전망 민선 8기 2년여 동안의 '혁신' 불구 '더딘' 성과가 국장제 조직개편의 계기된 듯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23년 11월 10일(금) 10:29 |
국장제는 우승희 군수가 당선자 때부터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했으나 막판 포기했던(?) 제도다. 더구나 민선8기 출범 이후 이뤄진 조직개편이 단행된 지는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국장제를 포기해야했던 이유 또한 그대로다. 그렇다면 과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기에 국장제 도입 결론이 내려졌을까? 이에 대해 군청 안팎의 설왕설래는 대충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첫째는, 결과론이지만 1차 조직개편안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 둘째는, '혁신의 영암' 또는 '영암의 혁신' 구호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아 조직 쇄신이 절실하게 필요해졌다는 점, 셋째는 극심한 '부서 이기주의'로 표현되는 조직 내 기획 및 업무 조정 기능의 부재 등이다.
특히 셋째 이유는 '3국 18과 2사업소 2읍9면' 체제로 바꾸는 이번 조직개편 역시 치밀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하게 만든 이유가 된 것 같아 또 다른 걱정을 낳고 있다. 국장제는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일만큼이나, 도입한다면 어떤 조직 형태가 타당한지, 보완해야 할 장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데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서다.
■ 결국 실패로 끝난 1차 조직개편 = 지난해 지방선거 후 우 군수의 영암군수직인수위원회인 '민선8기 혁신영암준비위원회'는 백서(白書)를 통해 "조기 조직진단 후 영암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조직개편이 필요하고, 유사 및 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업무를 재조정해, 유사 성격의 과를 국으로 편제해 '1실2국' 또는 '3국' 체제로 재편함으로써 지휘체계의 일원화 및 업무 효율 증진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전남도내 17개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완도군(2관 3국), 담양군(1실 2국), 신안군(1실 2국), 장성군(2실 2국), 보성군(1실 2국), 진도군(2국) 등 6개 지자체가 국장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수위의 제언은 다름 아닌 우 군수의 국장제에 대한 강한 집념(?)을 고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19일 입법예고 된 1차 조직개편 때는 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됐다. 그 이유에 대해 <영암군민신문>은 우 군수가 국장제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운영 여부에 따라선 업무 효율을 꾀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타 지자체 동향이나 내부 반대 등은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보다는 '인물' 문제, 즉 '누구를 국장으로 기용할 것인가'가 더 큰 고민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 군수는 국장제 도입을 포기하는 대신 민선8기 핵심 현안 과제인 '인구'문제와 '청년'정책을 담당할 '인구청년정책과'를 신설하고, 조직의 서열에 있어서도 기획감사실과 홍보담당관 다음에 배치하는 등 큰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조직 쇄신을 꾀했다. 또 친환경농업과를 '농·식품산업'과 '유통' 등을 분리해내 '농업해양정책과'와 '농식품유통과'로 나눠 '혁신 영암'을 위한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팀장 자리도 대폭 늘려 13개 팀이나 신설했다. 여기에는 보직을 받지 못한 젊은 공직자들에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도 들어있었다.
반면 1년 전 첫 조직개편 때는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국장제가 결국 영암군의 조직체계로 결정되면서 결과적으로 이런 1차 조직개편은 큰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영암군민신문>은 1차 조직개편 작업이 과와 팀의 명칭 바꾸기에만 골몰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 나아가 1차 조직개편안과 같은 수준이라면 인수위 활동과정에서 관련 분과를 둬 미리 준비했어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방안이었고, 군수 취임과 동시에 인사까지 단행해 민선8기 본격적인 업무 추진을 앞당겼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직개편이 정무라인을 통해 초안이 급조되어 전달되었고, 8월 26일부터 9월 13일까지 20여일 동안 개편작업이 이뤄졌다고 하나 실제 내부논의와 검토 기간은 불과 일주일이 걸렸을 만큼 졸속으로 이뤄지기도 했다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개편된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속속 불거졌다.
1차 조직개편의 골자는 '1담당관 2과 13개 팀 신설'이었다. 신설된 1담당관 2과는 '홍보담당관'과 민선8기 최대 역점과제인 인구 및 청년 문제를 총괄할 '인구청년정책과', 농업해양정책과로 명칭을 바꾼 친환경농업과에서 분리된 '농식품유통과' 등이다.
우선 부군수 직속으로 바뀐 '홍보담당관'은 최근 몇 년 동안 부군수 자리가 그 역할이 도대체 뭔지, 왜 존재하는지 알기 어려운 지경이 된 점에서 일고의 필요성이 없는 조직개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부군수 자리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군수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했다는 의미다.
우 군수의 '혁신 의지'가 집약된 부서로 신설된 '인구청년정책과'는 명색이 인구 및 청년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였으나, 실제로는 종전 각 부서 내 인구, 외국인주민, 청년 및 교육 등의 분야를 떼어내 한 부서에 옮겨 묶어놓은 조직에 불과했다. 결정적으로는, '정책부서'라기보다는 '집행부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농식품유통과' 역시 왜 조직을 신설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성과가 거의 전무했다. 2차 조직개편에서 농업해양정책과는 '친환경농업과'로 명칭이 환원되었을 뿐만 아니라, 농식품유통과는 1년 만에 축산동물과와 합쳐져 '축산식품유통과'로 바꾸기로 한 사실만 보아도 졸속 개편 사실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3개나 신설한 팀제 역시 우 군수의 혁신 의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는 인력난 때문에 팀으로 부르기조차 민망한 조직까지 만들어졌으니 조직 운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 '혁신' 영암 불구 '더딘 성과'도 배경 = 혁신을 모토로 내건 우 군수의 군정이 민선8기 2년이 다 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국장제 도입을 골자로 한 2차 조직개편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 군수는 취임 후 자신이 그리는 영암군정의 혁신방향을 깨알같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직접 작성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혁신시책을 제시하는가 하면 일하는 방식의 개선까지 쉴새없이 주문했다. 실·과·소장은 물론 팀장과 대다수 공직자들도 젊은 군수의 열정과 업무 혁신을 통한 군정개혁의 방향에 공감했다. 그 결과 이전과는 사뭇 다른, '일하는 분위기'가 잠시 만들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이곳저곳에서 거의 매주 또는 매일 쏟아지는 군수 지시사항과 업무개선 사항을 처리하느라 볼멘소리가 나왔다. 너무 많은 지시여서 미처 소화하기 힘들다는 푸념도 쏟아졌다. 군정 혁신은 당연한 일이라는 공감대는 이뤘으나 공직사회 피로감이 쌓여갔다. "혁신은 당연하나 주문이 너무 많다. 군정책임자가 세세한 것까지 지적하고 지시하다보니 이를 이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다수 공직자들에게서 이처럼 일치된 지적이 쏟아졌다.
군정혁신을 위한 시책들도 제대로 가다듬어지지 않은 채 정책으로 추진되면서 민선8기 2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도 한 치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군청 앞 광장' 조성사업의 경우 가장 관건인 이전 대상 토지 및 건물 소유자들과의 사전협의는 전혀 진전이 없는 가운데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계획만 그럴듯하게 발표되었을 뿐 이제야 지하암반조사를 하겠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군청 앞 광장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군민 공감대 확보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옛 대동공장 매입 및 활용은 부지매입 예산이 모두 확보되었음에도 진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활용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복안이 없다. 모두 10개 분야에 걸쳐 무려 120개에 이르는 공약사업의 경우 민선8기 1주년을 맞아 33%의 추진율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됐으나, 실상 굵직한 사업은 거의 진전이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공약사업에 대해서는 완급을 가려 선택과 집중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은 지금도 나온다.
월출산국립공원 생태탐방원과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는 우 군수의 업적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전임 군수 때부터 진행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사전 치밀한 계획과 준비로 얻어낸 성과는 아니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들 두 국책사업은 영암군의 의도와는 다른 부지로 정해지면서 군민들에게 환영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줬다.
2차 조직개편안이 시행되는 내년은 사실상 민선8기 3년 차다. 여전히 혁신만 부르짖다보면 임기 종반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지금이 국장제 도입을 통한 조직 쇄신이 절대 필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 컨트롤 타워 부재 및 부서 이기주의 = 민선6,7기 통틀어 영암군정의 고질병폐로 지적된 컨트롤 타워 부재, 즉 기획 및 조정능력의 부재는 민선8기 들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직제상 컨트롤 타워 기능은 부군수와 기획감사실장에 있다고 보아야 하나 '부서 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면서 이들 직제 역시 복합 업무(이른바 협업과제)를 조정하는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A과에서 특정사업을 위한 부지로 이미 확정하고 군수에 보고까지 했음에도, B과에서 해당 부지에 다른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군수에 보고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군수 앞에서 팀장들이 업무 관장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일도 일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우 군수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앞당긴 이유로 알려진다. 또 이로 인해 우 군수의 국장제 도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졌음을 파악한 실·과·소장들은 국장제 도입에 따른 보완장치나 국장제 도입의 형태에 대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도 있다.
■ 국장제 도입, 문제는 없을까 = 이유야 어쨌든 군정책임자가 강력한 도입 의지를 보임에 따라 새해부터 영암군정은 '3국 18과' 체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내달 진행될 국·과장 인사도 관심이지만, 과연 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국장제가 제대로 가동되느냐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민선8기 성패가 결려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미래까지 담보하는 일이어서다.
군이 자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전남도내에서 국장제를 도입했던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완도군과 진도군, 구례군이 실·과제로 돌아섰다. 운영 결과 보완이 필요했던 것이다. 영암군 역시 국장제 운영과정에서 보완은 불가피한 만큼 개선은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첫째는 부군수와 국장들과의 관계설정이 애매하다. 부군수가 상급기관인 전남도가 발령한 인사이기는 하나 똑같은 4급들이다. 실·과·소장을 통솔하는 체제인 현 상태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마당에, 국장제가 시행되면 아예 설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부군수의 직급을 3급으로 조정하고, 현 '기획감사실'을 '기획감사과'로 격하시켜 기획행정국에 소속시킬 일이 아니라 '기획감사담당관실'로 둬 '홍보담당관실'과 함께 부군수 직속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기획행정국은 '자치행정국'으로 변경하면 될 일이다.
둘째, 국장들의 업무역량도 면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기획감사실의 경우 군정을 총괄 기획하고 예산 및 감사 권한까지 갖고 있는 핵심조직이었다. 주민복지과는 한때 '주민복지실'로 격상했을 만큼 업무량이 많은데 종합사회복지관 업무까지 더해졌다. 과연 누구를 기용해야 기획행정국장이나 문화복지국장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군정책임자의 혜안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농업경제건설국장은 그야말로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자리가 됐다. 영암군 전체 예산을 주무른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과다한 과와 팀을 어떻게 통솔해나갈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셋째, 국·과장들의 관계설정도 지난한 과제로 보인다. 국장이 과장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면 국장제는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장제가 도입된다고 부서 이기주의가 자연스럽게 해소될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각 국별로, 각 국내에서는 각 과별로 부서 이기주의는 여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는 일이 관건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