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업의 나아갈 길 제시

앞서가는 농협 영암의 선택은?-3. 나주시농협연합사업단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09년 08월 07일(금) 15:59
달라지는 농업과 농촌환경에 따라 농협도 그 역할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농협의 역할과 관련, 농가의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을 위해 농협이 유통·판매분야의 기능을 확대하면서 농민과 농협이 상생할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주시의 사례가 답을 주고 있다.
농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판로 확충을 위해 자치단체가 행·재정적 뒷받침을 하고, 농협에서 농가 생산물을 수매해 마케팅에 나서는 활동이 나주에서 활발하다. 그 중심에 있는 조직이 농협나주연합사업단(단장 김일수)이다. 연합사업단은 나주에서 생산된 다양한 농산물에 대해 공동브랜드 사용, 공동선별, 공동출하 등 그룹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성, 품질향상, 물류비용의 절감으로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생산농가에게 고수익을, 소비자에게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공동마케팅 조직’으로 탄생했다.
2003년 설립한 ‘농협나주연합사업단’은 나주시 자치농정과 농협연합사업의 수평적 협력파트너로서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힌다. 특히 전국 최초로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은 자라나는 학생들의 건강증진은 물론,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확보라는 측면에서 전국적인 선도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외국산 농사물이 물밀 듯 밀려드는 현실 속에서 대형 유통업체와의 직거래를 통해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나주 농산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농협나주연합사업단은 재배농가와 운영주체간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할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주

3. 나주시농협공동사업법인
‘소모적 경쟁은 공멸’ 인식



농민-행정-농협 효율적 경영협력체제 구축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전국 ‘모범사례’ 로
이달 거점APC 가동…연합사업 업그레이드

‘소모적 경쟁은 공멸’ 인식
농협나주연합사업단이 만들어진 것은 지역 농특산물인 배 판매를 놓고 조합간 출혈 경쟁이 심해 단일 창구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다.
농협나주시지부가 중심이돼 13개 농협, 나주배원협 등 14개 관내 전 조합이 참여하는 현재의 연합사업단이 첫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2003년. 전남에서 최초로 시군단위 농협연합사업단을 만들면서 주위에서는 ‘우려 반, 걱정 반’ 이었다.
당시엔 연합사업, 연합마케팅이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어려운 사업이었다. 농민, 공무원, 농협임직원들 모두가 불가능한 일로 여겼다.
그러나 첫해 8개 농협이 80여 메론농가를 묶어 공동선별, 공동계
산제도를 도입해 농가마다 15~20% 더 높은 소득을 올리게 되자 주위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변했다. 연합사업의 효율성을 실감한 것이다.
급기야 2004년에는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배 연합마케팅사업을 시행 농협들의 참여와 역할조정을 통해 ‘청미래’ 브랜드로 시장 출하의 성과를 거두자 연합사업에 대한 평가는 180도로 달라졌다.
뒤이어 풋고추, 한라봉, 토마토 농가들이 저마다 제 작목을 팔아 달라며 농협나주연합사업단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배 700여 농가, 메론 90여 농가, 토마토, 50여 농가, 참외 20여 농가가 연합사업
메론연합회, 성공적인 공동마케팅
단에 참여하고 있다. 농가별, 농협별로 같은 작목으로 소모적인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공멸을 자초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것이다.

메론연합회, 성공적인 공동마케팅
그 와중에 메론연합회는 발전을 거듭해 2005년 90개 농가가 동시에 ‘친환경인증’을 받아내는 쾌거를 올렸다. 한 지역에서 같은 작목으로 그 많은 농가가 한꺼번에 ‘친환경인증’을 받은 사례로 전국이 깜짝 놀랐다.
메론 농가들은 2003년과 2004년의 소득증가에 힘입어 “더 높은 가격을 받는 방법은?”이란 목표를 설정하고 이처럼 스스로 해법을 찾아냈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나주연합의 메론은 다음 해 더 높은 가격을 받았다. 공동선별, 공동계산 연합마케팅으로 시작된 나주메론의 가치는 지속적인 차별화 전략에 따라 갈수록 가격이 올라갔다.

인터뷰 / 김 일 수 농협나주연합사업단장
배 연합사업이 불러온 유통 혁명
농협나주연합사업단의 연합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숨은 이유로 배농협과 지역농협의 배 판매사업이 읍면단위 농협으로는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농협이 잘 파라고 있는 농산물은 연합사업에 판매권을 위임하기 싫어하기 마련인데, 연합사업단에서는 문제에 탄력적인 접근으로 해법을 찾아냈다.
농협들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배 선별장은 그대로 운영권을 인정하고, 연합사업단은 공동브랜드 ‘청미래’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일원화 작업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정리했다.
이 때 농협별로 기존 판매처를 인정하여 기득권을 보장해 주고, 수수료를 조정하는 등 탄력적인 접근으로 사업성공을 예감했다. 지역농협들도 이런 접근방식을 흔쾌히 받아들여 8개의 배 선별장이 하나의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하는 획기적인 산지유통 혁신을 이뤄냈다.
결국 14개 전 회원농협이 참여하는 거대한 연합사업단으로 변모해가며, 2007년에는 한층 고급화한 고급브랜드 ‘비단고을’을 출시하며 더욱많은 소비층을 끌어모았다.

힘들었던 농가조직화 과정
이미 나름대로 판매망과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던 나주배 농가와 작목반을 하나의 연합회로 묶는 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연합사업의 성패가 달린 문제였기에 나주농협연합사업단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것이 ‘농가 조직화’였다.
사업단은 13개 읍면별 배 선도작목반을 구성하고, 이를 광역단위 연합회로 결성해 나주배 연합마케팅 사업에 대한 구준한 이해와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농가들의 불신이 여전했지만, 생산자재 지원, 마케팅화라동비 지원, 인센티브 지원, 연합회를 통한 가격 교섭력 제고 등 끊임없는 설득을 거듭한 끝에 2004년 3월 나주배연합회가 출범했다.
배연합회 결성은 멜론연합회와 함께 나주연합사업단의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며, 연합마케팅의 안정적인 사업기반 구축과 더불어 향후 사업확대의 원동력이 됐다.

학교급식사업 신대륙 개척
우수농산물 학교급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농업계가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 왔던 농업계의 숙원사업 중의 하나였다. 나주시는 2003년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조례‘를 만들어 전국적인 학교급식 운동의 불을 당겼으며, 상징적인 조례 제정에 머물지 않고, 실제 성공적인 사업구조를 전국 최초로 만들어 냈다.
나주시의 적극적인 행정의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지만, 사업시스템을 짜는 것은 농협나주연합사업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3년부터 매년 농민-행정-농협의 대표 100~150여명이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면서 ‘나주시학교급식협의회’를 만들고, 교육청과 학부모, 영양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대표가 모두 참여했다.
많은 갈등과 논의 속에서 구체적인 문제를 토론하면 해답이 나온다는 교훈을 얻었고, 하나하나 합의해 나갔으며, 그 합의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농협의 몫이었다.
현재 나주시 관내 122개 학교와 수도권 4개 학교에 친환경 급식자재를 직접 공급하고 있다. 나주시는 친환경농업을 육성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가 신규 친환경농가들의 판로개척이라고 할 때 전혀 생로운 학교급식이라는 시장을 만들어 친환경농가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사업도 나주 전체 농협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농협사업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거점산지유통센터(APC) 건립
나주시는 기술농업을 통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고 과학적인 마케팅 기법을 접목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데에 있어서 농산물 시장개방에도 끄떡없는 규모화된 유통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닫고 거점산지유통센터(APC)건립에 박차를 가해, 2005년 정부에서 FTA 대책의 일환으로 거점산지유통센터(APC) 지원 정책이 추진되면서 거점APC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다.
200억원이 투자되는 거대한 APC운영에 대해 신중한 대처를 위해 연합사업단은 2년여 동안 조합장협의회와 실무위원회의 수십차례에 걸친 회의를 가지면서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나주시 이창동 유통단지 내에 건립된 APC는 4, 500평의 대지위에 선별기, 파렛타이저, 박스제함기, 저온저장고, 학교급식운영센터 등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2년여 공사를 거쳐 이달 15일경 정상 가동에 들어갈 APC는 미래의 1,000원 매출 시대를 겨냥한 차세대 전략무기로서 농협나주연합사업단 뿐만아니라 나주시 전체가 거는 기대가 매우크다.
김일수 단장은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농산물을 생산,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중간 가교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부문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를 통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농산물 거점선지유통센터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말했다.
/변중섭 기자
<자료제공/(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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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 일 수 농협나주연합사업단장
-’청미래’, ‘비단고을’ 등 브랜드 전략은 무엇입니까?

“파트너십 협력구조 가장 큰 원동력”
-나주연합 성공의 가장 큰 동력은?
나주시의 적극적인 협조와 농협과 농민의 참여의지가 중요했습니다. 특히 자치단체, 농협, 농가들이 서로를 사업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파트너십에 입각한 협력구조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초창기 사업단 직원들과 농협 판매담당자들의 혼신을 다한 고생과 노력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초창기 기존의 배 생산농가들의 선별, 유통, 판매 기반이 어느정도 성숙된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기반시설과 노하우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빠른 성공 요인이 됐습니다.
-2009년 사업목표는 무엇입니까?
올해 판매사업 목표는 200억원입니다. 조직적 목표는 연합사업단 체제에서 조합공동사업법인 체제로 완전 이양시키는 작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해야합니다.
거점 APC의 안정적 운영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전환하여 지역조합이 주도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단독법인화보다는 조합이 주도하는 연합사업 모델을 만들어내겠습니다.
-거점 APC가 이달중 본격 가동되는데요, 연합사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APC건립으로 인해 관내 생산 농산물에 대해 생산단계에서부터 전처리단계, 유통·판매단계에 이르는 종합위생관리시스템을 구축, 농가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또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할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국내외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대형업체에서 요구하는 신선한 농산물을 대량으로 균일한 품질을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 유통단계를 축소할 수 있습니다.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안전한 농산물 제공으로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농가소득에 기여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청미래’, ‘비단고을’ 등 브랜드 전략은 무엇입니까?
농산물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획기적인 유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경제개념에서 탈피해 산지의 생산자 조직을 규모화, 전문화하여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정확한 품질관리가 우선입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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