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왕인박사 묘전제 참관기 "韓日 양국 새 시대 열어낸 왕인박사의 훌륭한 업적 실감"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3년 11월 24일(금) 11:53 |
어쩌면 이번 행사는 이러한 역사 기록물에 기재된 내용을 시대를 넘어 직접 확인하러 가는 과정이라 여겨졌다.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이요 미래의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박사께서 도일하신지 1600여 년의 세월이 흘러도 한국과 일본 양국이 지금에 와서 기억하고 그 숭고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관계, 관계의 중요성, 관계를 통해 현재의 긍정적 변화가 시작된다. 좋은 변화란 기존의 문화에 새로운 문화를 접목해 많은 사람들이 더 발전된 생각을 공유할 때 생겨나는 선한 영향력이다.
그 옛날 바다를 건너기엔 지금보다 훨씬 장애의 조건이 많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일 양국 사이의 바닷길을 개척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왕인박사는 시대의 선구자임에 분명하다.
지난 1984년부터 매년 11월 3일에 열리는 왕인박사 일본 묘전제 행사는 올해로 40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이 행사의 성사를 위해 헌신을 다하신 선배님들을 마음속으로 존경하면서 여정을 시작했다.
2023년 11월 1일 수요일 오전 8시 영앙군 사절단은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상공에서 내려다보이는 부산을 뒤로하고 푸른 바다를 건너 영역을 달리하는 땅, 일본의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사가현으로 이동하여 현지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아기자기한 조그만 그릇에 조금씩 정갈하게 담긴 음식을 보면서 한국과 음식문화의 차이를 느꼈으나 처음 먹어본 정통 일본식 식사는 생각보다 입맛에 맞았다.
식사를 마친 후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사가현 다케오 도서관 견학을 했다.
다케오 도서관은 인구 5만 명의 작은 도시에 100만 인파가 몰릴 정도의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다케오 도서관은 자료보존과 도서의 대출이라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서점과 카페가 함께 있는 곳으로 커피를 음미하며 독서가 가능하다. 또 공부와 대화도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 시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케오 도서관은 영암군이 이번에 새로 개발할 교동지구 내 새로 지을 도서관을 구상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롤 모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정은 이어져 우리 영암군의 마한 유적지와 흔적을 같이하는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을 탐방했다. 일본의 선사시대 움집, 망루 등을 둘러보고 왕인박사의 첫 기착지로 추정되는 간자키시로 이동, 왕인 천만궁 및 현창공원을 찾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곳에 거주하는 왕인궁 환경수호회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피켓을 들고서 반갑게 환호해 주었다. 가식 없이 환영해준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이곳에는 천자문을 벽면에 새겨 한 자 한 자 글자를 쓴 사람의 이름도 새겨 놓았는데 낯익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과 일본 사람들 이름이 나열돼 있었다. 이어 잘 정돈된 왕인 천만궁 신사를 살펴보았다. 일본에 있는 신궁은 모두 합해야 몇 개 되지 않는데 이 신궁은 학문의 신으로 여기는 스가와 노미치자네라는 신을 모시는 신사로 옛날 왕인박사의 후세라고 알려져 있다. 시험을 앞둔 사람들이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라고도 한다.
천만궁 견학을 마치고 간자키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따뜻한 환대와 함께 간자키시가 왕인의 첫 기착지임을 통해서 우리 영암군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함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조식을 마치고 히카타역으로 이동해 신칸센 열차를 타고 약 3시간 가량 걸려 신오사카역에 도착했다. 오사카 성과 함께 있는 평화센터를 들러 피폭 역사 전시물을 참관하고 저녁에 일한 친선협회의 환영 만찬이 있었다. 일본의 여러 각처에서 오신 교민들의 소개와 함께 인사 말씀, 기념품 교환 등의 순서에 이어 저녁 식사를 하며 친교를 맺었고 마지막엔 아리랑 노래를 함께 부름으로써 진한 동포애를 교감했다.
사실상 일정의 마지막 날이었던 11월 3일은 이번 여정의 주요행사인 묘전제 참배가 있는 날이었다. 모두 준비한 정장차림으로 히라타카의 왕인총에 도착했다.
따뜻한 가을 햇살에 노랗게 단풍져가는 무궁화나무가 울타리를 이뤄 무덤 주변에 정겨움을 더해줬고, 주변에 사시는 주민들과 히라카타시 직원들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후 약 2시간의 동안 왕인박사 묘 앞에서 의식을 통해 박사의 위대한 문화 창달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두 지역 간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참배객들이 제단에 순백의 국화를 헌화함으로써 혼령과의 얼을 교류하는 것으로 행사는 끝을 맺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마치고 히라카타 시장의 초청으로 준비된 오찬 연회장으로 향했다. 오찬 연회장은 시청사 뒤편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마침 국화축제 기간으로 곱게 키운 크고 작은 다양한 국화를 키워 장식한 조형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동시간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영암 월출산국화축제가 떠오르며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연회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두 지역 간 상호협력 관계를 약속하며 끝을 맺었다.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송해 주는 그들의 미소를 뒤로한 채 우승희 군수님의 의중이 반영된 현지 로컬 푸드점으로 향했다. 대도시에 인접한 지역에 시장을 열어 그 지역의 로컬생산물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인 지역 생산물 생산소비유통 사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각종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을 생산하는 영앙군이 배워야 할 좋은 사례였다.
마지막 날 밤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군수님은 이번 여정을 통해서 도시 벤치마킹, 로컬푸드 재배기술 교환, 초중고생 교환교육등의 미래 청사진을 설명하며 유연한 사고와 미래지향적 자세로 생산적인 교류를 다짐하셨다. 버스 안의 모든 일행들의 뜻을 같이하는 박수로 마지막 일정까지 끝이 났다.
3박 4일의 여정 동안 한일 양국 간 새로운 시대를 열어낸 왕인박사의 훌륭한 업적을 실제로 맞이하며 그 위대함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서로의 도시들을 보고 배우며 교류하는 장을 체험하며 문화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알게 됐다. 이번 왕인박사 묘전제 참배 행사를 위해 수고하신 영암군수님과 군청 직원들 그리고 서로 한마음으로 배려해 주신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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