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2억 돈뭉치

도산스님 광주 대각사 주지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09년 08월 17일(월) 18:14
’송화가루 휘날리는/ 송대를 지나/ 오솔길에 들어 마음을 비워본다.// 보리수향 흩날리는/ 성탑을 지나/ 허공에 갈마 있는 성음을 들어본다.// 스치는 바람도/ 흐르는 물도/ 떠도는 구름도/ 이름없는 풀도/ 그저 있는 그대로 한가로움이어라.// 그저 있는 그대로 한가로움이어라.//’
이 노래는 원불교 최명원 교무(현 서울 공항교당 근무)가 작사 작곡한 노래로 필자가 가끔 불러보는 애창곡중의 하나다.
가사 중에 허공속의 성음(聖音)을 들어보고 마음을 비워 본다는 내용도 좋고, 종결부문에서 ‘있는 그대로 한가로움이어라’는 반복된 가사는 우리네 삶을 돌아보고 한가롭게 살라는 당부 같아서 더욱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특히 퇴설당(退舌堂) 운타원 명원교무는 한때 순교무로 재직하면서 박성타원(모친 81세)님을 전국 방방곡곡 모시고 다니면서 극진한 효도를 다 하였으며 지금도 어머님을 위한 일이면 그 앞에서 재롱까지 피우는 현대판 효녀 심청이다.
예부터 효(孝)를 도(道)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효는 우선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아야 하며 그 분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옷, 맛있는 음식, 훌륭한 아파트에 모신다 해도 그것이 부모님께 기쁨이 되지 못한다면 아직은 효도에 미달한다고 보아야 한다. 효는 쌍방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먼저 부모가 자식에게 본(本 )을 보여주는 것이요 그 부모의 본(本)을 본받아 보배운(보고배운) 자식이 되는 것, 그래서 부모 자식 간에는 서로 걱정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며 서로의 기쁨과 보람이 되는 편안한 관계가 가장 이상적인 효도(孝道)라 할 수 있다.
바람직한 행복한 사회는 만행의 근본인 효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건강, 돈, 명예, 수명장수 모두 좋은 것들이지만 마지막으로 맞이하는 죽음(考終命)이 편안하고 아름답지 못하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인간이 죽음에 대한 공포(두려움)가 있는 것은 죽음에 대한 무지와 불확실성 때문이다. 즉 사후세계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죽음의 준비가 전혀 없으며 그들은 결코 내세에 대한 믿음이나 윤회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높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서조차 보람과 감동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근 이 지역에서 가까운 담양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군가 익명으로 2억의 돈뭉치를 과일상자에 담아 담양군수 앞으로 택배를 보냈다.
내용 속에는 2억의 현금과 함께 편지가 들어 있었는데 ‘푸른 신호등처럼 살고 싶었지만 적신호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이제 문제가 해결돼 실천에 옮긴다’ 면서 소방관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는 당부도 있었다고 한다. 글씨체가 크고 또박또박 쓴 것으로 보면 필시 나이가 들만큼 들은 분이 아닌가 추측된다.
참으로 감동적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런 사람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있기에 지구가 23.5도 기울어 있어도 다른 행성과 부딪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로 그렇다. 인간은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데서 기쁨과 보람을 얻는 것이 아닐까?
영국의 싱크탱크 재단이 전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기대수명과 삶의 만족도, 탄소발자국(환경오염지표)등을 평가해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한 결과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가 행복지수 76.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장수국가 코스타리카는 삶의 만족도에서 세계 1위였고 에너지의 99%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것. 그런데 주목할 것은 코스타리카와 함께 자메이카, 쿠바,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권중 9개를 휩쓸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총생산(GDP)같은 경제적 가치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님이 입증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43개국 가운데 겨우 68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삶의 만족도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과연 행복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해주는 것인가? 우선 행복의 터전은 평상심과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주인공인 바로 나 자신의 수많은 삶의 선택 가운데 행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억을 쾌척한 것도 나름대로 그의 행복(보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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