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산조의 ‘본향’ 지위 흔들… 전승자 양승희와 영암군 갈등

영암군 “수년간 전승자 최고 예우 전폭 지원 대비 성과 미비”
양승희 “문화계승 힘 실어줘야 할 지자체가 되레 훼손 앞장”
12회 김창조 가야금대회 서울 개최… 본향 위상 실추 우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2024년 05월 23일(목) 19:36
올해 12회째를 맞는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가 가야금산조의 본고장인 영암군에서 열리지 못하고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알려져 국가무형유산 보존을 둘러싼 가야금산조의 보존‧전승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인간문화재(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양승희 선생과 영암군의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되면서, 올해 예정된 제12회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가 오는 8월 서울에서 개최될 계획으로 전해지는 등 가야금산조의 ‘본향’인 영암군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영암군과 양승희 선생은 가야금산조의 계승 및 발전에 서로 협력해야 함에도 각자의 주장에만 매몰된 나머지 공동의 목표를 외면, 결과적으로 지역발전에 역행하고 있어 대승적 차원에서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는 영암군이 월출산 기찬랜드 내에 들어선 가야금산조테마공원 조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양승희 선생에 대해 가야금산조 전승 교육을 위한 예산을 삭감 및 시책을 폐지하는가 하면, 관련 행사를 취소하는 등 국가무형유산의 전승 및 발전을 훼손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우승희 군수 취임 이후 가야금산조테마공원 관련 조례안이 개정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의 기조가 바뀌고, 가야금산조 전승교육 및 UN 총회 공연 취소 등이 이뤄지는 등 가야금산조 관련 교육 및 행사에 관한 예산이 삭감되거나 사업이 전면 취소되면서 가야금산조의 본향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 보도의 주요내용을 이루고 있다.

또한 양승희 선생 관계자에 의하면 “2000년 이전까지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김창조 명인을 발굴해 영암을 ‘가야금의 본향(本鄕)’으로 자리 잡게 만든 양승희 선생의 전승교육 중단은 국가무형문화재의 전승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이다”라며 영암군의 행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본지가 사실확인에 나선 결과, 영암군과 양승희 선생의 갈등의 발단으로 지목된 관련 조례 개정이 기존 사업들이 변경되는 계기기 됐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 관련 정부 시책에 따라 영암군 조례의 일괄 개정에 의한 조치일 뿐으로, 이로 인해 가야금산조 관련 군정시책의 변화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양승희 선생이 한국전쟁 정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2023년 10월 국가보훈부가 주최하는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았으나 영암군이 이를 취소, 전 세계에 영암군이 가야금산조의 본향임을 알릴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영암군의 해명에 더 일리가 있어 보였다.

영암군 관계자는 “당시 양승희 선생이 미국 가야금 공연을 위해 영암 어린이 연주단과 동행해야 한다며 약 3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다”면서, “영암 어린이 연주단은 10명 정도인데, 여기에 기자, 코디 등 수행 인원만 20명이 넘어 영암군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영암군이 양승희 선생의 가야금산조 전수 교육을 완전히 차단해 교육생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함은 물론 국가무형유산의 원형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은 일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군이 그동안 양승희 선생이 주도해온 가야금산조 전수 교육에 대해 올해 이를 전면 취소했기 때문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역의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온 양승희 선생의 노고를 인정해 2014년 기념관이 설립되고, 2017년 전수교육이 시작된 이래 지난해까지 최고 대우를 하는 등 지원했지만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되묻고 싶을 만큼 그 효과는 미미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7년 시작된 가야금산조 전수교육은 전남도와 전남도교육청, 군이 각 1억원씩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2018년 전남도가 영암군에 국한된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불가하다고 결정하면서, 영암군이 부담을 모두 떠안아 지난해까지 비용을 지원해왔다.

이 과정에서 양승희 선생에게 교육료 책정단가를 최고 수준으로 정해 연간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전시관을 찾는 이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공연을 열어도 관람객은 적었으며, 7년간의 전수 교육에도 지금까지 계승자가 없는 등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예산 투입 대비 실효성을 판단해 2023년 가야금산조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고, 올해 양승희 선생의 가야금산조 교육을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양승희 선생이 가야금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고 가야금산조기념관이 영암군에 들어설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정부 차원의 긴축재정의 기조 속에서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한 사람의 입김에 군정이 휘둘리거나 막대한 군비를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역민과 가야금산조의 계승 발전을 염원하는 이들은 “가야금산조의 본향이자 국비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건립한 테마파크까지 갖고 있는 영암군이 지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가야금산조의 계승 발전을 위한 예산에 대해서까지 성과를 운운하며 전액 삭감하고 사업을 전면 취소하는 정책결정은 누가 보아도 성급하고 감정적이다”면서, “가야금산조테마파크의 운영 활성화는 양승희 선생이 아니라 영암군이 전적으로 책임있게 나서야 할 일인 만큼 주도적으로 가야금산조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지역민들은 “양승희 선생 역시 사심을 버리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의 전승과 발전을 위해 영암군과 적극 협력해야 하고, 영암군도 양승희 선생의 가야금산조 계승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암군과 양승희 선생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영암군에서 개최되어온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가 올해 제12회 공연이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회는 오는 8월 23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서초 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동안 영암군과 양승희 선생은 가야금산조테마파크 운영 및 전승교육과 관련해 잦은 갈등을 빚어왔으며 한때는 법적소송전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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