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아내 품어준 영암에 아이울음 소리가 없어 걱정입니다”

공무원 퇴직 후 35년 전 덕진면에 귀농한 92세 어르신
출생아 위해 써달라며 500만원 기부… 추가 기부도 약속

박서정 기자 yanews@hanmail.net
2024년 07월 11일(목) 16:29
92세의 어르신이 지역의 0세들을 위해 나섰다.

5일 영암군 덕진면의 92세 어르신이 영암군청에서 우승희 영암군수를 찾았다.

덕진면의 한 사회단체장 소개로 이뤄진 만남이었지만, 어르신이 무슨 일로 군수를 찾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라톤 선수처럼 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조그만 등산 가방을 멘 검소한 차림의 어르신은, “마음껏 써도 좋다. 단, 영암 출생아들을 위해서만 써달라”는 말과 함께 500만원을 입금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퇴직을 앞둔 35년 전 영암으로 이사온 이 어르신은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지금까지의 영암살이에 만족한다는 어르신은 걷기와 자전거로 이동하며 여전히 집안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건강하고 정정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은퇴 후 30년 동안 자신과 아내를 따뜻하게 품어준 영암이 너무 고맙지만 딱 하나 불만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몇 년 동안 마을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나지 않는다. 나는 살만큼 살았는데, 이렇게 살기 좋은 영암에 아이들이 줄고 있어서 너무 안타깝고 걱정된다”고 어르신은 덧붙였다.

우 군수는 “출생률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어르신처럼 이렇게 찾아오셔서 변화를 만들어보자고 하는 분들은 드물다. 지역의 큰 어르신께서 오늘 커다란 울림을 전해 주셨다”고 반겼다.

나아가 1년에 180여 명이 태어나는 지역 출생률, ‘아이 키우기 좋은 영암’ 정책 등 영암군의 노력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우 군수의 말이 끝나자 어르신은 “한두 달 지나 500만원 더 내놓을 테니, 그것까지 보태서 신생아들에게 전달해 주기 바란다. 대신 반드시 익명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영암군은 이름을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어르신의 뜻을 지역사회 전체에 알리기로 했다.

민선 8기 정책과는 별도로, 기업 대표와 영업자, 농민 등 민간 주도로 지역사회가 신생아 출산을 함께 축하하는 ‘영암 신생아 출산 축하금 모금(가칭)’ 등 사회운동 차원으로 어르신의 뜻을 확장하기로 했다.

한편, 최근 통합사례관리 대상에 치과 무료 진·치료를 약속했던 삼호힐링치과는, 해마다 180여 신생아 부모에게 무료 치석제거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영암에 동참하기로 했다.
박서정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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