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 3억 투입해 배포한 왕우렁이, 골칫덩이 전락 2023년 군비 3억7500만원 투입해 왕우렁이 59톤 공급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
2024년 08월 01일(목) 16:35 |
영암군은 친환경 벼 재배농가의 유지 및 확대, 자연생태계 교란 방지 등을 위해 논에 왕우렁이를 뿌리는 우렁이 농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앙 후 5일 또는 써레질 후 7일 이내에 논 10a당 1.2㎏ 이내의 왕우렁이를 투입하면 제초제를 사용한 논 잡초방제의 98% 효과가 있으며, 인건비와 재료비 감소로 경영비가 일반 농가의 10.6%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경제적 장점 등으로 영암을 비롯한 전남의 많은 친환경 농업인들로부터 왕우렁이 농법은 각광 받고 있는 친환경 농법이다.
이에 영암군에서는 2023년 4억4백만원(도비 2900만원, 군비 3억7500만원)을 투입해 59톤의 왕우렁이를 친환경 논(23톤)과 일반 논(36톤)에 공급했고, 올해는 예산 3억5600만원(도비 3651만원, 군비 3억1948만원)을 들여 공급량 49톤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지난 겨울 따뜻한 기온과 잦은 비 등의 영향으로 자연 폐사해야 할 왕우렁이의 개체 수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잡초뿐 아니라 어린 모까지 갉아 먹고 있어 농가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영암군이 자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7월까지 집계된 영암지역 왕우렁이에 의한 피해 논 규모는 590㏊에 달했다.
피해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결국 군은 군비를 들여 배포한 왕우렁이를 잡기 위해 또 군비를 집행해 왕우렁이 방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군은 방제 예산 6175만원(도비 1852만5천원, 군비 4322만5천원)을 추경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연말 왕우렁이 방제를 위한 약제를 구입해 내년 연초에 각 읍면에 배부할 계획임을 밝혔다.
왕우렁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자 군은 7월을 왕우렁이 집중 수거기간으로 지정 운영했다. 29일에는 영암군우렁이생산자연합회, 농업인, 공무원 등이 협력해 왕우렁이가 투입된 농지와 용배수로 등에서 우렁이 및 우렁이알 약 4톤 가량을 수거했다.
허나 작년 투입된 우렁이만 59톤이며 우렁이들이 산란하고 개체들이 빠르게 부화하고 있어 직접 수거 작업에는 한계가 있어 농가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왕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농사를 짓는 학산면 한 농부는 “이 넓은 논에서 하나하나 수거하지도 못할뿐더러 농촌은 인력부족으로 일손도 없는 상황이다”며 “우렁이를 사용하지 않은 논에도 수로를 통해 우렁이가 흘러가면서 피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왕우렁이로 인한 고초는 영암뿐 아니라 전남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목포시를 제외한 전남 21개 시군에서 올 한해에만 32억1천600만원(도비 4억, 시.군비 28억1천600만원)을 투입해 논 2만9천여㏊에 왕우렁이를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전남 9개 시.군(영암.강진.고흥.무안.신안.완도.장흥.진도.해남)에 발생한 왕우렁이 피해 규모는 5035㏊로 파악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남도는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6월 도 예비비 1억5천만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 5억2천여만원을 투입해 영암 등 왕우렁이 피해 농가 중 친환경 농가는 공시된 유기농업자재, 일반 농가에는 일반 방제약제를 긴급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위험성 탓에 일본과 필리핀처럼 왕우렁이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여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9년 왕우렁이를 교란종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농업계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전남 농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왕우렁이는 2차 포식자가 없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방생해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됐다”며 “이상기후 현상이 매년 심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왕우렁이의 실효성과 위험성을 분석해 우렁이 농법을 대체할 친환경 농법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