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재발견하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4년 10월 31일(목) 15:08
전남도의원 정영균
최근 경제 불황과 더불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는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식탁 위 필수품인 과일과 채소의 가격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르다. 사과와 귤 같은 국민 과일부터 김장철을 앞둔 배추와 무까지, 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사과 도매가는 1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상승해 처음으로 10kg당 9만 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배추 가격도 포기당 2만 2천 원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배추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3.6%에 달해 주요 채소류 중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품목으로 기록되었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기로 하였으나, 익숙하지 않은 중국산 배추 구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못난이 농산물’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외관이 다소 못생기거나 크기가 작은 농산물을 뜻한다. 맛과 영양 면에서는 일반 농산물과 큰 차이가 없지만, 그동안 이런 농산물들은 종종 시장에서 외면받거나 폐기되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넘어 환경문제까지 초래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약 13억 톤의 음식물이 버려지며, 이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을 줄이는 것은 우리환경을 보호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윤리적 가치와 상품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못난이 농산물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그리고 환경보호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질 좋은 농산물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며 환경보호에도 동참할 수 있고, 농가들은 새로운 판로를 확보해 버려질 위기에 있던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 플랫폼은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인식해 적극적으로 유통을 확대하고 있으며,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이제 못난이 농산물은 더 이상 '못난이'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5%(1,210명)가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95.5%(1,155명)은 못난이 농산물을 재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못난이 단순한 가격적 혜택을 주는 것 이상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필자는 전라남도의 못난이 농산물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못난이 농산물 유통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이 조례는 외형적인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농산물의 판로를 열어주고,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농산물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환경보호와 자원 낭비 방지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하지만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못난이 농산물이 소비자와 농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농업계는 못난이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농업인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소비자들도 외형이 아닌 본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름은 비록 못난이 농산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진정성과 가치는 결코 못난이가 아니다. 앞으로 못난이 농산물이 우리 농업과 환경보호에 핵심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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