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족휴가제 활성화 방안 마련해야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4년 11월 07일(목) 13:31
전남도의원 신승철
지난 6월 9일, 전남 무안에서 또 한 가족의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치매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됐으나,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98만 명으로(평균 치매유병률 10.41%) 2040년에는 약 226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지만, 치매 환자 돌봄은 상당부분은 가족이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2014년 ‘치매가족휴가제’를 도입했지만, 제도의 이용률이 1%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치매가족휴가제의 개선과 활성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치매가족휴가제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로, 치매 환자를 단기 보호시설에 맡기거나, 돌봄 인력이 환자 가정을 방문해 하루 12시간의 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치매가족휴가제의 이용률은 0.18%로 매우 낮다.
이는 가족 돌봄자 1,000명 중 1~2명만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책적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치매가족휴가제에 대한 인식 부족이 큰 문제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2%만이 이 제도를 알고 있었으며, 실제로 이용한 사람은 14.1%에 불과했다.
국민과 치매 환자 가족 모두가 제도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 부족은 치매 환자 가족들뿐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과 사업체에도 해당된다.
치매가족휴가제를 홍보하고 정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둘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인력 부족 문제다. 치매가족휴가제는 대부분 민간 기관에서 운영되지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2023년 7월 기준으로 전국 주·야간 보호기관 중 단기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240곳에 불과해 전체 기관의 5%도 되지 않는다.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 문제 또한 심각하다. 요양보호사 구인난 속에서 치매가족휴가제를 위해 별도의 인력을 배정하거나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치매가족휴가제를 운영하는 민간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등 인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가족 없이 홀로 며칠 동안 단기보호시설에 맡겨지거나 낯선 사람이 가정을 방문하는 경우 치매환자가 불안해하는 등의 이유로 치매가족휴가제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부는 치매가족휴가제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보호와 종일방문요양 서비스 이용 일수 확대와 같은 보여주기식 접근보다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치매가족휴가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인프라 확대와 인력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성 질환인 치매는 점점 더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치매가족휴가제는 치매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지만, 유명무실한 채 방치되고 있는 현재 상태로는 치매가족 간병살인의 비극은 영원히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치매 환자와 가족이 보다 나은 돌봄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치매가족휴가제를 활성화하는 제도 정비 필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미며, 추어진 날에도 도민 모두가 따뜻한 가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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