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중, 교복 공동구매 말썽

지역업체보다 비싼 가격에 외지업체 선정 ‘물의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09년 09월 18일(금) 15:08
소수 학부모 공동구매 추진… 학교는 수수방관
영암중학교(교장 박홍렬)의 1학년 학생 추동복 공동구매 과정에서 지역업체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외지업체를 선정함으로써 말썽을 빚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공동구매는 학교와 다수 학부모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모회의 일부 소수 학부모들이 주도해 추진함으로써 학부모와 지역민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영암중 자모회(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는 공동구매를 명분으로 지역업체를 외면하고 광주의 모 유명브랜드 대리점을 선정했지만, 지역업체의 같은 제품 가격보다 무려 5만원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나 공동구매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있다는 지적이다.

동일한 원단을 사용한 교복이지만 지역업체의 가격은 18만원, 공동구매로 선정한 외지업체의 가격은 23만원이다.

이에대해 일부 학부모와 지역 교복업체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같은 값이라도 지역업체를 우선 선정해야하는데, 오히려 훨씬 비싼 가격에 타 지역 업체를 선정했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고 불만섞인 목소리다.

또 학교나 학교운영위원회 측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덜어주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자하는 성의는 없고, 서민 학부모들에게 비싼 교복값 부담만 안겨주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적지않다.

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 박봉철)에 따르면 이달초 회의를 열어 추동복 착용시기를 결정하고 1학년 학생의 교복구매는 자유구매(개별구매)로 할 것을 결정했다는 것.

그러나 기타안건으로 일부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희망자에 한해서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로 하고 자모회원을 중심으로 자생적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이하 자모회)가 구성됐지만 추진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자모회는 학부모들의 공동구매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1학년 전교생에게 배포했지만, 설문은 공동구매 의사 여부를 묻는 O, X 표기 형식이 전부였으며, 업체나 가격은 전혀 고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 결과 1학년 85명의 학생중 50명이 공동구매를 희망했고, 자모회는 4명의 학부모와 6명의 학생, 그리고 광주의 해당 업체만을 참석시킨 교복 설명회를 갖고 가격과 업체를 결정했던 것. 다수 학부모들로부터 위임을 받지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대표성도 문제가 되고있다.

자모회는 이후에도 공동구매를 희망했던 학부모들에게 이같은 사실과 업체, 가격 등을 고지하지도 않은상태에서 급기야 지난 11일 해당 업체가 학교를 방문, 학생들의 신체치수를 일괄 재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해당 업체는 학생들에게 명함에 교복값(23만원)을 적어주고, 명함에 적힌 계좌로 교복값을 입금하라며 학생들에게 명함을 나눠줬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안 일부 학부모들은 “공동구매라 해서 가격이 더 저렴할거라 생각했는데 명함에 적힌 가격과 광주 업체란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또 “공동구매를 희망할 때는 당연히 지역업체를 선정할줄 알았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공동구매에 동의할 때는 지역업체에 의뢰할 것으로 알고 있었고, 지역보다 더 비싼 가격에 외지업체를 통한 공동구매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 일부 학부모들은 지역업체보다 5만원이나 비싸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결국 몇몇 학부모들의 ‘자유구매(개별구매)’ 의사가 다수 학부모를 끌어들인 ‘공동구매’로 본말전도(本末轉倒) 되고 말았다.

한 학부모는 “5만원이나 더 비싼 공동구매란 이해할 수 없고, 지역업체 교복의 품질도 충분히 좋다”며 “광주 업체에 전화를걸어 구매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이같은 공동구매에 편승해 지역업체보다 5만원이 더 비싼 외지업체의 교복을 구매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해당 업체의 요구대로 현금을 계좌로 입금할 경우 학부모들은 카드 사용이나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없어 업체는 10%의 세금이익을 더 얻을수 있다. 또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A/S를 광주까지 받으러 가야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한편, 공동구매를 추진했던 한 자모회 회원은 “교복의 원단이 학생들이 선호하는 유명브랜드이고 디자인과 착용시 맵시가 뛰어난 점을 고려했으며,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어 선택했다”고 밝히고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부모들은 지역에서 자유구매(개별구매)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업체 관계자들은 “지역 제품도 동일한 원단을 사용하고 디자인이나 맵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구매자의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다”며 “값이 저렴한 지역업체를 외면하고 더 비싼 값으로 외지업체에 공동구매를 의뢰한 처사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상황이 이러한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학교측의 태도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암중 관계자는 “학교는 교복구매에 대해서는 자유구매(개별구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부작용을 우려해 결코 개입하지 않는다”며 “공동구매는 학부모들의 자생적인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가 알아서 할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외지업체 공동구매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보고도 이를 제지하거나 바로잡으려는 노력 없이 오히려 학생들의 신체치수를 재가도록 업체의 편의를 제공한 학교 측의 태도는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자칫 학생들에게 유명브랜드 선호적 소비심리를 심어주는 비교육적 행태를 방관하고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말썽 많은 교복구매. 학교 측은 공동구매든 자유구매든 교복구매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발송하고 구매 절차에 대해 충분히 조언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또 학교와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비싼 교복보다 좋은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줄 아는 ‘올바른 소비교육’과 ‘교복물려입기’ 운동을 통해 절약과 나눔의 정신을 심어주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변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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