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巫俗)과 정치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5년 03월 06일(목) 1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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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무속 중에서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명리학(命理學)”과 “신점(神占)”이 있는데 명리학은 사람이 태어난 생년월일을 분석해 길흉화복을 내다보는 학문으로 해석체계가 정해져 있어 누가 풀이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일반인도 공부를 하면 가능하다. 신점은 생년월일과 시(時)를 알지 못해도 신내림을 받았다는 무당이 신기(神氣)로 앞날을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명리학과 신점이 사람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면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지만, 명리학은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는 반면에 신점은 신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명리학은 일종의 학문(사주학)이라 할 수 있고 신점을 무속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보는데 일반적으로는 명리학과 신점을 모두 무속으로 보고 있다.
AI 인공지능이 나올 정도로 세상은 첨단 과학기술 시대로 진입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근거와는 거리가 멀고 신뢰도도 낮은 무속인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유약한 본성에 있다고 본다. 인간은 미지에 대한 원초적 불안감을 갖고 있어서 절대적인 힘에 의지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있는데 이러한 심리가 작용하여 무속인을 찾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선거가 치러지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 정치인들이 무속인을 찾는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개신교 장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자유당 후보로 대선을 눈앞에 둔 1991년 민자당 당사를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에서 여의도로 옮겼는데 어느 무속인이 관훈동 당사가 닭벼슬 터라며 이곳을 떠나면 안된다는 말을 듣고 옛 관훈동 당사를 그대로 둔 채 사진만 걸어 놓고 선거를 치러 당선되었다. 천주교 신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전남 신안에 있는 아버지 묘소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어머니 묘소를 “육관도사”로 불리는 지관 손석우에게 길지(吉地)를 받아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 후 대권 4수생의 한을 풀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반면에 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등 대권 주자들도 조상 묘를 이장했지만, 이들은 모두 낙선하고 말았다. 정치인들이 무속인을 찾는 것은 당선과 낙선의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한 선거전에서 오죽하면 그럴까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일반인들도 입학, 취업, 승진. 결혼 등 큰일을 앞두고 사주풀이를 해보고 점집을 찾아 점을 쳐보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재미 삼아 마음의 위안 수단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45년 동안 전국 무속인 3,000여 명을 인터뷰하면서 무속을 연구한 경희대학교 고 서정범 교수는 귀신은 없으며 귀신 체험은 심리적 현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무당이 과거를 맞추는 것은 상대방과의 대화나 표정을 통해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 날뿐이지 초자연적인 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말했다. 즉 내가 아는 과거는 맞히지만 내가 모르는 미래는 무속인들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속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저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임에도 우리나라는 국가지도자 부부가 주술에 빠져 온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은 감옥에 들어가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후보 시절 TV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 출연하여 주술 논란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추진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의대 정원 확대” “영일만 대왕 프로젝트(석유가스 개발)” 등 국가의 주요한 정책들이 무속인들의 주술에 의지해 결정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가지도자가 주술과 무당에게 홀려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 부부 주변에 무정, 건진, 천공 등 비선 실세 무속인들이 버티고 앉아 정책 결정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빗대 세간에는 “검사 위에 여사, 여사 위에 법사”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직 복귀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감옥에 들어가서도 극우 보수세력들을 선동하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얼마 전에 천공이 “윤석열은 하늘이 내린 지도자라면서 봄이 되면 상황이 정리될 것이다”라는 헛소리를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 로마노프 황실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떠돌이 요승 “라스푸틴”에게 홀려 러시아를 나락의 늪에 빠지게 만들었고 조선왕조 시대 명성황후는 대원군에 밀려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자신이 환궁할 것이라는 점괘를 내준 무당에게 빠져 환궁후 진령군이라는 작호를 내리고 궁중 무녀로 측근에 둔 결과 무당 비선 실세로 온갖 횡포를 부려 나라를 어지럽게 했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이제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는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이번만큼은 정말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국민을 잘살게 할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