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초점 - 2025 왕인문화축제, ‘강행 vs 취소’ 어떤 선택이 맞나? 구제역 진정세에 5월 3∼6일 개최 가시권…벚꽃 배경화면 없는 축제엔 흥행 의구심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25년 04월 04일(금) 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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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들도 마찬가지다. 당초에는 3월 29일부터 4월 6일까지 9일 동안 개최할 예정이었다. 만개한 벚꽃과 어우러진 축제장을 찾을 많은 관광객들로 모처럼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구제역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5월로 연기해 축제를 연다 하나 벚꽃도 방문객도 없이 왕인유적지에서만 열리는 ‘동네 행사’로 전락하지나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왕인문화축제가 5월에 개최될 경우 방문객 감소가 불가피하고, 축제 진행을 맡은 대행사 등의 배만 불릴 뿐,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장 취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암군의 계획대로 어린이날 행사와 연계해 개최할 경우 축제의 취지도 살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막대한 개최 비용만 낭비하는 꼴이라고도 덧붙인다.
■ ‘잠정 연기’된 축제 개최할 수 있나?
왕인문화축제를 잠정 연기시킨 구제역은 확연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발생한 3월 24일 이후 지금까지 신규 확진이 나오지 않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대로라면 연기된 일정인 5월 3∼6일 개최가 가시권에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확신할 단계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구제역 발생에 따라 전국적으로 백신접종을 서둘렀기에 추가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기는 하나, 만에 하나 그렇지 않다면 축제 개최 여부를 또다시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잠정 연기’의 모호성은 내실 있는 축제 준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암군은 축제의 잠정 연기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준비 등에 대한 막대한 예산 투입은 그대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린이날 행사와 연계해 개최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확정했다는 얘기는 없다.
따라서 이대로 구제역 추가 발생이 없어 계획대로 5월 축제를 개최한다면 계획한 4개 부문 65종의 프로그램이 대부분 그대로 실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축제와는 무관하게 이미 어린이날 행사로 예정된 프로그램이 가미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축제는 취소될 수밖에 없고, 무려 15억여원에 이르는 축제 예산은 고스란히 낭비될 수밖에 없다. 영암군과 군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매우 큰 이유이다.
한편, 방역당국에 의하면 구제역 추가발생 여부는 다음 주 초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특히 백신 접종 후 집단 항체 형성 기간이 7∼14일로 보면 이번 주말까지가 추가 발생 여부를 가늠 할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이 영암군을 비롯한 전남도내 10개 시·군에 발령한 구제역 위기대응 ‘심각’단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까닭이다.
■ 벚꽃 배경화면 없는 축제 가능할까?
왕인문화축제는 원래 1992년 왕인박사 유적지 일대의 아름다운 벚꽃 길을 관광 자원으로 한 ‘군서면 벚꽃축제’로 출발했다. 1996년까지 ‘왕인벛꽃문화축제’로 계속되어오다 1997년부터 왕인박사의 탄생을 기념하고 그 업적을 기리는 인물축제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왕인’이라는 소재로 바뀌기는 했으나 처음부터 벚꽃이 주된 축제 소재였다. 기상여건 때문에 꽃이 다 피지 않은 가운데 축제가 열린 적도 있으나, 벚꽃은 늘 축제의 배경화면이었다. 따라서 만약 축제가 5월 3∼6일 개최된다면 올 왕인문화축제는 벚꽃 없이 개최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그렇다면 벚꽃이라는 배경화면 없는 축제 개최는 가능할까? 이에 대해서는 관광객들의 관심 감소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벚꽃 없는 축제로 전락한데 따른 피해는 이미 가시화된 상태이기도 하다. 영암군은 당초 올 왕인문화축제를 종전까지 4일에서 9일로 크게 늘려 잡았다. 벚꽃 개화기간을 감안해 보다 많은 관광객과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야심찬(?) 결정이었으나 물거품이 됐다.
영암군은 또 종전까지 군민으로 한정했던 축제 상징인물인 ‘왕인’ 선정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왕인 1명과 도예가, 금속공예가, 문학·예술가, 과학자 등 각계 전문가 1명을 선정하겠다며 그 결과까지 발표했다. 한류문화의 선구자인 왕인의 이미지를 반영해 문화·예술·학문·과학 분야 등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사람으로 자격요건을 전국으로 확대함으로써 축제 위상을 격상한다는 의도였으나 축제 연기로 그 취지가 시들해지고 무색해졌다. 韓·日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일본 오사카 ‘왓소’축제와 교류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벚꽃 없는 왕인축제는 당연히 이미 계획된 프로그램에도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2025 왕인문화축제’는 ‘위대한 항해(The Great Voyage)’를 주제로 4개 부문 65종의 프로그램이 계획됐다. 왕인박사 테마 퍼레이드와 상대포에서 펼쳐지는 실경산수공연 등 주제행사 10종, 한일문화교류공연 등 문화행사 22종, 왕인문화체험존과 티니핑 팝업스토어 등 체험행사 20종, 영암 푸드코트와 영암 쇼핑랜드 등 부대행사 13종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 프로그램인 주제행사의 경우 왕인박사 테마 퍼레이드, 왕인의 길 도일행차 퍼레이드, 왓소&조선통신사 행렬 퍼레이드, 상대포 실경산수공연 ‘월인천강’ 등은 사실상 배경화면인 벚꽃이 없는 채로 열릴 수밖에 없다. 관광객과 방문객들의 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크게 걱정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체험행사인 벚꽃 밤 마실 나이트로드, 구림마을 역사투어 달빛야행, 구림마을 에코투어 등 상당수 프로그램도 벚꽃 없이는 감흥을 느끼기 어려워 폐지 또는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벚꽃 없는 축제 개최로 인해 프로그램 수정 및 대체, 신규 프로그램 확충이 절박한 상황이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영암군이나 영암문화관광재단은 이렇다 할 결과물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 불과 한 달 남짓한 준비기간을 감안하고, 그나마 ‘잠정 연기’에 따른 모호성을 고려하면 5월 왕인축제는 부실축제가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어린이날 행사와 병행 문제없나?
영암군은 5월 왕인문화축제를 어린이날 행사와 연계해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계획된 축제 프로그램 가운데는 왕인 학생예술제, 왕인 어린이 골든벨, 전국 천자문·경전 성독대회, 왕인 캐릭터 친구들 등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왕인’이 주제다. 반면 5월 3∼6일이 어린이날을 낀 황금연휴인 점에서 왕인축제와 어린이날 행사를 연계해 개최할 경우 축제 본연의 주제인 왕인보다도 어린이날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왕인축제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왕인축제를 어린이날과 연계해 개최하는 만큼 축제를 주관하는 영암군과 영암문화재단, 대행사 등이 제대로 된 축제 준비를 해내야 하는데, 특히 대행사의 경우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또 그동안 축제를 준비하면서 이미 홍보와 예약이 진행된 상황인데 일정이 변경됨에 따라 관광객들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기존에 투입된 예산 외에 시설 등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결과적으로 방문객들이 예상보다 적어 지역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그동안 전문성이 떨어진 지역의 민간단체가 축제를 매년 주도하면서 체계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못했고, 축제 주요 행사는 기획사에만 의존하면서 많은 행사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매년 똑같거나 유사한 프로그램을 반복 시행해온 점을 감안하면 자칫 5월 축제가 부실축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축제 일정의 변경으로 인해 포스터 제작, 광고비용, 행사 운영비 등에 추가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민들은 “최근 구제역에 이어 대규모 산불발생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왕인문화축제를 잠정 연기한 것은 잘한 일이나 벚꽃 없는 축제를 개최하는데 따른 부담과 우려가 매우 커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지금이라도 축제를 개최할지 여부에 대해 득실을 정확하게 따져야 하고, 만일 예정대로 5월에 개최해야겠다면 지금처럼 축제를 개최할지말지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축제다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 이를 군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