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5년 04월 17일(목) 1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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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아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샌가 반짝이는 꽃씨를 심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40대 초반, 한창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일과 사람들 속에서 웃고 울던 시절, 그날도 벚꽃이 만개했었다. 동료들과 종종 가던 노래방에서 누군가 처음 불러주었던 노래, 4분의 4박자 흥겨운 리듬에 시적인 노랫말이 일품이었다. 마치 팝과 발라드가 어우러지듯 내 마음은 녹아들었고, 그 이후 늘 기회가 올 때마다 조금씩 박자를 놓치는 수치(羞恥)를 감내하면서까지 이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미치 주술(呪術)에 이끌리듯 그다지 자신이 없었던 이 노래를 고집스럽게 선곡했다. 설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내심 회의(懷疑)하면서도 부드러우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의 소유자, 가수 안치환 님의 매력에 힘입어 완창(完唱)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 노래가 한 세대를 지나 다시 부활했다. 대통령이 파면되기 2주 전이었던가? 광화문 집회에서 안치환 님을 보았다. 그는 변치 않는 젊음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힘주어 불렀다. 그날 모든 이들은 광장에서, 아니면 유튜브를 통해 함께 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회복을 다짐했다. 과연 2주가 지나 그 바람은 문형배 판사의 입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 어느샌가 반짝이는 꽃씨를 심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 ...”
그 사랑의 주인공이 어른 김장하, 바로 헌법재판관 문형배 판사를 키워 낸 분이셨다. 요즘을 유튜브 시대라 했던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물론 그 이전부터 조명을 받았지만,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 빛나는 진주 MBC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언론과 유튜브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진주성과 논개의 충절(忠節)에 빛나는 의향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셨다. 얼핏 보면 평범한 한 어르신에게서 꽃보다 훨씬 아름다운 향기가 풍긴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평생을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시며 검소하게 살아오신 선생님, 이 땅의 참 어른으로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신 선생님의 삶이야말로 정녕 꽃보다 열 배 스무 배 아름답다.
오는 20일은 부활절(Easter Day)이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부활절 3일 전부터 우리 인간을 사랑하시고 그 사랑으로 인해 몸 바치신 예수님의 십자가상(十字架上) 죽음과 부활(復活)을 묵상한다. 그 묵상 한 가운데로 감히 문형배 판사의 스승 ‘어른 김장하’를 초대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돈은 똥이다.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흩어뿌리면 거름이 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