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가 횡포인가”…도로공사에 짓눌린 모밀항 주민들의 생존권 시공사, 공사 편의 위해 기존 주민 이용하는 농로 차단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
2025년 05월 22일(목) 1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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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발생은 원활한 공사 추진을 위해 시공사 측에서 주민들이 이용하는 기존 농로를 차단하면서부터 발생하고 있다.
■ “바로 앞 논 가려면 800m 돌아야… 사고도 속출”
시공사 측은 해당 공사의 편의를 위해 기존 모밀항 농로를 폐쇠하고 둑을 형성해놔 주민들은 바로 앞의 본인 논을 두고 약 800m 가량을 우회해 가야했다. 우회 도로 또한 급경사에 폭이 좁아 주민들은 늘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문제는 해당 우회도로가 폭이 좁고 급경사라 안전 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도로를 트랙터로 경유하다 날이 파손돼 농기계가 고장 나기도 했으며, 농사를 위해 이양기를 이용할 때면 바로 눈앞에 있는 논을 가는데 왕복 이동만 반나절이 소요되는 등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또 다른 주민은 해당 구역에서 넘어져 다리 골절상을 입고 현재 입원 치료까지 받고 있는 중이다.
■ 주민 약속 배제된 공익사업
해당 문제는 공사에 앞서 두 차례 실시된 주민설명회서 주민들이 요구한 ‘통로박스’만 설치됐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밀항마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주민설명회 당시 공사 소장에게 통로박스 설치를 요구했고, 시공사 측은 농번기에는 주민들 이동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시설물을 설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농번기가 다가오고 주민들이 공사 측에 요구하자 해당 구역은 연약지반이라 통로박스를 설치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주민들이 별도로 전문가 자문을 구한 결과 ‘충분히 설치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으면서 주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 지역주민은 “저희가 하도 답답해서 건설사, 기술사 통해서 물어보니 파일 시공으로 충분히 통로 박스 설치가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며 “시공사 측은 시공비 절감과 공사 시간 단축을 위해 애초부터 주민들의 요구는 들어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장 방진막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마을로 유입되는 비산먼지와 흙먼지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인근 농가에서는 무화과 생육 부진과 농수로 토사 퇴적으로 인한 작물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었다.
■ 시공사 개별 회유 의혹… 마을 공동체도 흔들려
공사로 인한 피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시공사 측이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식 협의가 아닌 개별 접촉을 통해 회유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사에 반대하면 최소한의 지원조차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며 내부 분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모밀항마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공식적인 민원 제출 및 대응 활동에 나섰다. 비대위 측은 “이는 단순한 도로공사가 아닌 주민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발주처인 목포지방해양수산청과 시공사 등 관계 기관에 요구사항을 알렸다.
비대위는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사안은 ▲단절된 농로 연결을 위한 통로박스 설치 ▲공사현장 방진막 설치 등으로 비산 먼지 피해 방지 ▲ 농사·환경 관련 피해에 대한 선 보상 실시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해수청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이러한 막무가내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영암군도 통로 박스 설치 등 주민 의견들을 해수청에 건의했지만 답을 주고 있지 않아 답답함만 토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당 공사가 영암군이 예산을 쥐고 관리하는 사업이라면 주민 민원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고 조치를 취할텐데, 공사 감독권은 우리에게 없고 그렇다고 주민 불편 사항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려운 점이 많다”며 “군 차원에서 군의원들과 해수청에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했음에도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정확한 답을 안 하고 있어 행정에서도 주민들에게 어떠한 답변을 드리기 힘든 상태다”고 호소했다.
공익사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의 이동권 보장, 피해 최소화, 안전 대책 마련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목포신외항 도로공사는 이러한 법적·도덕적 원칙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대위는 현재 공식 민원을 통해 관련 기관에 대응 계획을 요구한 상태이며 응답이 없을 경우 행정심판, 환경분쟁조정, 행정소소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건 단순한 건설 민원이 아니다. 명백히 생존권 침해이며, 법 위반에 가깝다.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지금 당장 현장에 나와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조치해야 한다”며 “공공사업이 주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