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역을 꿈꾸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5년 07월 31일(목) 10:53
달나산 대표 조정현
월출산은 서울 올림픽이 있던 해인 1988년 6월 11일, 20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월출산은 영암군 영암읍, 군서면과 강진군 성전면에 걸쳐있는데, 신령한 바위를 의미하는 영암(靈巖)이란 지명이 월출산에서 유래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월출산은 영암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빼어난 풍광의 월출산과 영암의 들녘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의 영산강을 가진 영암은 천혜의 생태관광자원 보고이다. 1980년 12월, 영산강 강물이 하구언에 의해 막히기 전에는 담양에서 발원한 영산강 물줄기가 바다로 나가고 또 들어오면서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며 형성된 전국 최고의 개펄이 있었고, 지금도 온갖 식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그리고 월출산은 서남해안을 다니던 선박의 길잡이가 되어주던 등대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이런 월출산 국립공원은 왜 가장 적은 방문객이 찾는 장소가 되었을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교통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영산강 하구언에 의해 뱃길이 막혀 1970년대 말까지 서남해안의 물류 중심지 역할을 하였던 과거의 위용은 어른들의 구전과 포구의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영암군청 소재지가 있는 영암읍에서는 월출산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영암은 철길이 없어서 오로지 버스 또는 개인차량을 이용해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교통요건이 그다지 좋지 않다. 다행히 영암읍을 지나는 고속도로가 공사 중이니 2~3년 안에 교통요건은 다소 향상될 전망이다. 또한, 새로 건설될 고속도로에 월출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휴게소가 들어설 예정이니 전국적인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에 더해 월출산으로 열차가 들어오는 상상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천황사, 또는 도갑사에 관광버스를 타고 몇십 명의 탐방객이 내리는 모습이 아니라, 월출산이 훤히 보이는 역에서 수백 명의 승객이 등산화 끈을 조이며 활기차게 내리는 장면을 그려본다.

현 정부는 지방자치 시대를 위한 지방분권화를 역점사업으로 표방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깔린 철도 광역망을 지방에도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깔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까운 나라 중국(160,000km), 일본(30,625km) 등에 비해서도 전국적인 철도망 총연장은 너무나 적은 불과 4,3088km(2021년 기준)이다. 그것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은 우리의 40배, 일본은 약 8배 정도의 철도망을 가지고 있는데, 국토 면적을 고려하더라도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 정도의 철도망으로 지방 도시 곳곳을 연결하여 전철을 타고 이웃 도시로 장을 보러 다니거나, 가벼운 나들이를 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편하고, 가볍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요건은 지방에서 거주하는 분들에게 이동의 편리성을 더해줌으로 지방화를 촉진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철길이 처음으로 깔린 것은 대한제국 시절이다. 경인선이 그 시발점이었다. 조선 말인 1896년 3월 29일, 미국인 기업가 모스와 경인선 철도부설에 관한 특허 계약을 하게 된다. 이는 철도에 대한 최초의 특허권 부여이자, 미국이 조선 정부로부터 최초로 이권을 양도받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부설권을 탈취하기 위하여 조선이 정치적으로 어지럽다는 거짓 소문을 미국에 흘렸고, 이로 인해 미국 투자가들이 자금을 회수하며 모스는 자금난을 겪게 되어 모스의 특허 계약은 일본의 '경인철도합자회사'에 양도된 후, 1899년 경인선은 일제에 의해 개통되었다. 이후 주요 노선인 경부선은 1905년, 경의선은 1906년, 호남선과 경원선은 1914년 각각 완공되었다. 철도의 부설은 일제의 마수로 시작되었고, 그들에 의해 완공된 철길은 모두 전쟁과 한반도 물자 수탈이 그 목적이었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철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해방 후 철도에 관한 관심이 도로보다 상대적으로 너무 적었다는 방증이다.

철도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이미 한 세기 전에 영암읍내로 들어오는 철길이 계획되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역사이지만, 남해안 철도 1기(현 전라선)에 이어 보성에서 장흥, 강진, 해남에 이르는 철로에 영암군 학산면 용소리에서 분기하여 각각 영암읍과 삼호 용당으로 이어지는 2기 노선이었다. 그리고 이어 영암읍을 기점으로 영산포역과 연결하는 3기 노선이 계획되었지만, 아쉽게도 남해안 철도 1기만 준공되고 2기와 3기는 계획으로만 남게 되었다. 처음 기획된 남해안 철도 2기는 100여 년이 흘러 목포 임성리에서 보성으로 이어지는 노선이 준공되어 실제 운행을 앞두고 있지만, 영암읍과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철길은 지나간다. 과거의 기획처럼 영암읍에도 열차가 들어오는 노선이 만들어졌다면 월출산 국립공원에는 더 많은 탐방객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고, 신비한 월출산과 장엄한 영산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태관광지로서 영암의 위상은 크게 향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영암읍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상상만 하기보다 그림으로 그릴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 현재 광주-나주를 잇는 광역철도망이 계획 중이다. 나주역 또는 과거 영산포역까지 이어지는 광역철도망에 월출산 국립공원을 지나 목포-보성 간 남해안 철로와 연결되는 노선을 깔 수 있다면, 수도권 그리고 영남권에서도 월출산 국립공원을 편하게 찾아올 수 있다. 올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하여 광주-나주간 광역철도의 구간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은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 영암읍을 통과하는 추가안은 다시 계획안을 세워야 하는 현 광역철도망 노선의 사업 적합성에 힘을 실어,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 중점을 두는 ‘국민주권정부’에 충분히 신선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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