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영암군 직제 ‘局長制’ 결국 실패로 끝난 듯

세 차례 조직개편 끝 확대 시행 불구 중간관리자급 인력풀은 진즉 고갈
현 국장들 내년 6월 모두 퇴진…기술직 후임 없어 모두 행정직 채울 판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5년 09월 26일(금) 11:31
내부선 “제도 취지도 못 살리고 결제라인만 늘린 꼴”, 외부선 “행정경험 미숙 드러낸 것
 
민선8기 들어 세 차례 조직개편을 통해 확대 도입된 영암군 직제 ‘국장제(局長制)’가 결국 실패로 끝난 듯 보인다.
가장 직접적 계기는 중간관리자급 인력풀의 고갈이다. 4급 서기관 직제인 국장자리를 채울 적임자 찾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국장제를 시행한지 고작 1∼2년이 지났을 뿐이다. 기술직이 맡아야할 국장 후임자 찾기는 앞으로 수년간 아예 불가능하다.
 
서기관으로 승진하려면 사무관 승진 후 4년이 지나야 자격이 생기는데, 후임 과장급 모두가 사무관 승진 1∼2년차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국장제를 유지한다면 조만간 네 자리 국장 모두를 능력 불문하고 일반 행정직으로 채워야할 판이다.
국장제 도입의 실익에 대한 평가도 이미 내려졌다. 내부 공직자들은 “제도 자체의 취지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어 결국은 결제라인만 늘린 꼴”이라는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군민 등 외부에서는 “행정경험 없는 군정책임자가 1, 2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도입을 서두른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승희 군수가 이끈 민선8기 4년 동안 거의 매해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마지막 해인 올해만 예외다. 그만큼 조직 효율성을 꾀하기 어려웠음을 반증한다. 세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은 모두 국장제 도입 여부 또는 확대가 핵심이었다. 첫해인 2022년 11월 ‘1실 1담당관 17과 2사업소’ 체제로 1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우 군수가 국장제 도입에 적극적이었으나 막판 포기한 결과물이었다. 당시 영암군수직 인수위원회인 ‘민선8기 혁신영암준비위원회’는 백서를 통해 “1실2국 또는 3국 체제로 재편함으로써 지휘체계의 일원화 및 업무 효율 증진을 기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도입이 무산된 것은 전남도내서 이를 시행하던 군 단위 지자체들이 속속 재검토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내부 해석이 나왔다. 반면 <영암군민신문>은 분석기사를 통해 ‘우 군수가 국장제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운영여부에 따라선 업무효율을 꾀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타 지자체 동향이나 내부 반대 등은 일단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을 수 있다.

이보다는 ‘인물’ 문제가 더 큰 고민이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군수 자신이 생각하는 적임자가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국장 자리를 주기가 못마땅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어쨌든 첫 조직개편에서 도입되지 못했던 국장제는 이듬해인 2023년 11월 2차 조직개편에서 ‘3국 18과 2직속 2사업소’ 체제로, 지난해 11월 3차 조직개편에서는 ‘4국 2실 20과 2직속 1사업소’ 체제로 각각 개편되면서 민선8기의 영암군 직제로 굳어져 지금에 이른다.

그렇다면 지금 우 군수는 국장제 시행의 성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우 군수는 <영암군민신문 창간18주년 특집인터뷰>를 통해 “국장제도는 행정의 유연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혁신의 일환이었다”고 강조했다. 민선8기 군정 구호인 ‘혁신’의 연장이라는 취지다. “갈수록 복합화.다양화되는 행정환경 속에서 단일 부서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복합민원과 융합정책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 “국장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부서 간 업무조율과 협업이 보다 원활해졌고, 정책 추진의 속도와 결단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으며, 특히 국장 전결을 통해 행정 대응의 탄력성이 높아졌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면서, “복합민원에 대한 실시간 조정, 과간 협업이 필요한 신규 공모사업 기획, 정책 간 연계가 중요한 대형 시책사업 추진에서 국장제의 강점이 발휘되고 있다. 구제역 발생 이후 부서 간 협업과 적극 대응으로 극복한 것은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우 군수 주장에 대해서는 검증과 분석이 필요한 만큼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한계’로 지적한 부분에 대해 점검해보자. 우 군수는 “제도 시행 과정에서 ‘한계’도 확인됐다. 지방행정의 구조적 특성상 경험 많은 공직자들의 퇴직이 가속화되면서 중간관리자급의 인력풀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전략적 인사운영을 통해 후속 인재풀을 조기 발굴.육성하는 체계를 정비하고 있으며,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력을 과장급 이상부터 체계적으로 육성해 국장급 보직에 대한 실질적 승계 구조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 ‘단순 보직 이동이 아닌 군정 핵심 정책의 조율자’라는 국장의 역할과 정체성을 강화해, ‘거쳐 가는 자리’가 아닌 ‘성과를 내는 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직 운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장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인사체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이나, 우 군수가 지적한 ‘중간관리자급 인력풀’은 “제한적”인 정도가 아니라 ‘고갈’ 상태나 다름없을 만큼 매우 심각이다. 그것도 제도 시행 겨우 1∼2년 만이다.거의 매해 이뤄진 조직개편을 통해 도입을 그토록 고심했으면서, 정작 적임자를 어떻게 찾아 임용할지에 대해선 아예 외면해버렸음이다. 우 군수의 행정력 부재 또는 행정경험 미숙을 탓하는 이유이다.

현재 군청 4명의 국장 가운데 최흥섭 농업경제국장은 올 연말 퇴진한다.
이어 양은숙 관광문화복지국장, 문동일 안전건설환경국장, 김광호 자치행정국장 등은 모두 내년 6월 말 퇴진한다. 당장 새해 인사에서 농업경제국장 후임자를 정해야 한다.
5급 승진 후 4년이 경과한 대상 과장급은 대략 5명가량. 모두 사회복지직을 비롯한 일반 행정직이 전부다. 게다가 능력 검증이 절실한 이들이 많다고 하위 공직자들은 우려한다. 농업, 토목, 건축 등 기술직은 모두 사무관 승진 1년차 이내여서 대상자가 전무하다.
내년 말로 가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고 보는 이유다. 관광문화복지국장과 자치행정국장 정도는 일반 행정직으로 임명하더라도, 농업경제국장이나 안전건설환경국장은 기술직으로, 더 양보해서 안전건설환경국장만이라도 기술직으로 임명해야 하나 불가능하다.
 
향후 2∼3년 내에는 기술직 서기관 후임자가 전무하다. 일반 행정직 중심으로 능력 불문 자리를 채우거나, 직무대행체제로 가야한다. 우 군수가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고 민선9기 군정을 맡는다면 ‘성과를 내는 국장’찾기는 계속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기관 승진의 호기를 맞은 몇몇 일반 행정직들의 물밑경쟁이 뜨거운 군청 내에서는 “국장제는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며 이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우 군수가 긍정적인 효과라고 강조한 ‘원활한 부서 간 업무조율과 협업’이나, ‘정책 추진의 속도와 결단력 향상’, ‘국장 전결을 통한 행정 대응의 탄력성 제고’ 등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실제 여러 공직자들을 만나보니 한결같이 “부서 이기주의나 업무 서로 미루기 등은 여전하고, 빠른 정책결정을 위한 토론 분위기가 부재하며, 내부 결제라인만 늘려놓은 꼴이다”고 토로한다. 실례로 의회에서 군정업무 보고가 이뤄지거나 질문 및 답변이 진행되면 이상한 풍경이 벌어진다. 의원들과 질문에 답변하고 토론해야 할 국장들은 무게를 잡고 좌정한 채 앉아있는 반면 보고나 답변은 국장제 도입 전처럼 과장과 팀장들이 한다.

국장들이 자신이 관장하는 과의 모든 업무를 그만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 못했을 수 있겠으나, 역설적이게도 이 장면은 국장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군정 핵심 정책의 조율자가 아니라 ‘옥상옥(屋上屋)’이다.
그렇다면 우 군수가 대책으로 제시한 인재풀을 조기 발굴.육성하는 체계 정비는 가능하며,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국장급 인력 육성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일반 기업체의 경우라면 모를까 현재 영암군청 인력구성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처럼 승진 및 근속연한이 오래 된 공직자들이 층층이 배치된 상황과는 달리, 지금은 엇비슷한 경력의 공직자들이 층을 이룬다. 더구나 공직사회 특성상 ‘상명하복’의 조직구조이기는 하나 요즘 공무원 대다수의 세대 특성상 수직적 보다는 수평적 의사결정구조가 더 편하다고 느낀다. 더구나 영암군처럼 소규모 지자체 조직에 국장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군민들 역시 “군정 운영과 행정업무 추진의 효율성은 조직이 아니라 조직을 운영하는 군수의 능력에 달린 문제인 만큼 국장제를 도입했으면 제대로 운영하든가, 아니면 과감히 폐지해 조직 운영의 효율을 꾀하려는 행정책임자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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