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자의 도를 기리다…석전대제의 의미와 절차 석전,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성현 숭모의식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
| 2025년 11월 14일(금) 0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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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가을 두 차례 성균관과 전국 향교에서 봉행되는 석전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스승의 도(道)를 기리고 예의 근본을 되새기는 시간으로 이어져왔다.
■ 망기(望記), 제향의 시작을 알리다
석전의 절차는 망기(望記)에서 출발한다. 망기는 제향에 참여할 인사에게 사실을 통보하는 문서로, 사직·종묘·향교 등 제례 기관의 유사가 직접 방문해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통보가 아닌 ‘예(禮)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으로, 옛 사람들은 이를 통해 제향의 엄숙함과 정성을 다짐했다.
■ 변사(辨祀), 하늘·땅·사람에 드리는 제사의 구분
유교에서 제사는 신에게 드리는 예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천신(天神)에게 드리는 제를 사(祀), 지기(地祇)에게 드리는 제를 제(祭), 사람의 혼령에게 올리는 예를 향(享)이라 했다.
공자에게 올리는 예는 이를 구분해 석전(釋奠)이라 불렀으며, 문선왕(文宣王) 공자를 ‘만세의 스승’으로 모셨다.
■ 축식(祝式), 예의 정신을 새기다
제향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가 축문 낭독이다.
축판(祝板)은 소나무로 만들어 길이 1척 2촌, 너비 8촌, 두께 6푼 정도로 제작된다. 제향 전날, 근시(近侍)가 이를 유사에게 전달하고 향을 함께 바친다.
현재 향교에서는 문선왕 공자의 축문을 중심으로 안자, 증자, 자사자, 맹자를 배향하고, 송조 이현(二賢)과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을 종향한다.
■ 향사(享祀), 스승의 도를 전하는 가장 성대한 의식
석전의 절정은 향사(享祀)다. 향을 피우고 축문을 낭독하며, 선현의 덕을 기리는 절차가 이어진다.
봉심례(奉審禮), 분향례(焚香禮), 고유례(告由禮) 등 일련의 의식은 제사의 격식을 갖춘 유교 예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석전의 희생(犧牲) 제물은 생기(生氣)가 강한 순서대로 피(血)→날고기(腥)→데친 고기(爓)→익힌 고기(孰)의 품등을 갖추며, 이는 ‘기(氣)’와 ‘향(香)’으로 신을 모시는 원리를 따른다.
■ 예의 정신, 오늘에 잇다
석전대제는 단순한 옛 제례가 아니다. 공자의 도를 따르고, 스승을 공경하며, 인간 본연의 도리를 되새기는 전통이자 문화유산이다.
오늘날 향교에서 열리는 석전의 모든 절차—망기에서 향사에 이르기까지—는 ‘예로써 세상을 밝히고 스승을 잊지 않음’이라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