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의 의의와 세계적 추이, 그리고 영암군의 향후 대책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5년 11월 14일(금) 09:49

김서현 (사)대한민국 GAP연합회 부회장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의 불안정성과 식량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체계를 구축하는 저탄소 농업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저탄소 농업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의 생산성과 환경보전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는 투입자재 절감, 토양 건강 회복, 물순환 개선, 지역순환형 에너지 활용 등을 포함하며, 생산은 유지하되 환경부하를 최소화하는 농업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세계 각국은 이미 저탄소 농업 실현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탄소중립 농업을 목표로 2030년까지 농업 부문 탄소배출을 55% 감축하는 Farm to Fork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2050년까지 농업부문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유기농 확대와 바이오차 활용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또한 재생농업 개념을 도입해 토양의 탄소 흡수량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지표에 포함시키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은 저탄소 인증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비전 아래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저탄소 농업기술 보급사업과 저탄소 인증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역시 안전성 중심에서 환경친화적이고 탄소저감형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암군은 전남의 대표적인 친환경농업 지역으로, 무화과와 쌀, 고구마 등 주요 작목이 GAP 인증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농가에서는 비료와 농약의 다소비, 경운 중심의 토양관리, 농기계 연료소모 등으로 인한 탄소 배출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더불어 이상고온, 집중호우, 병해충 증가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화되면서 생산비 부담과 품질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영암군 농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GAP를 기반으로 한 지역 맞춤형 저탄소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먼저 GAP 인증체계를 저탄소형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존 GAP 관리기준에 비료 절감, 수자원 절약, 재생에너지 사용 등 탄소저감 실천항목을 추가하고, 영암군형 저탄소 GAP 시범마을을 운영함으로써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저탄소 실천 농가에는 친환경자재 지원, 직거래 우대, 탄소포인트제 연계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볏짚 환원, 정밀시비, 드론 기반 방제, 바이오차 활용 등 탄소저감형 기술을 농가 현장에 적극 보급하고, GAP 교육 과정에 기후대응형 농업 과목을 신설해 농업인이 저탄소 실천의 필요성과 방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무화과, 쌀, 고구마 등 주요 작물의 저탄소 재배기술을 도입하고, 축산농가와 연계한 유기자원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 내 퇴비 자원화 센터를 중심으로 농업부산물을 에너지나 비료 자원으로 재활용해 지역 순환형 농업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더 나아가 영암 저탄소 GAP 농산물 브랜드를 개발해 로컬푸드 직매장과 온라인몰에서 별도 코너를 운영하고, 탄소감축 성과를 수치화해 소비자에게 공개한다면 친환경성과 신뢰,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저탄소 농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과제다. 영암군은 GAP 기반의 농업 구조를 바탕으로 저탄소 실천을 체계화함으로써 전국 선도모델로 자리잡을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행정과 농업인이 함께 협력하여 안전하고 깨끗한 GAP에서 탄소를 줄이는 지속가능한 GAP으로 전환을 이뤄낸다면, 영암군 농업은 미래세대를 위한 경쟁력 있는 지속가능농업의 모범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