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사람들은 모두 소중한 존재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5년 11월 21일(금) 09:25
정두배 세한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
세상에는 수많은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저마다의 하루를 품고, 각자의 무게를 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종종 기본적인 사실 하나를 잊는다. 이 세상 어떤 사람도, 아무렇지 않은 존재는 없다는 사실. 그 사실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 우리의 삶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첫째, 사람은 누구나 말하지 않은 세계를 품고 있다
우리가 마주치는 얼굴은 언제나 표면일 뿐이다. 웃음 뒤에는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무표정 뒤에는 감당해야 할 사연이, 작은 실수 뒤에는 그 사람이 오늘을 버티느라 흘린 보이지 않는 눈물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밤새 아픈 아이를 돌보다 출근한 부모, 취업 준비로 마음이 바스러지면서도 괜찮은 척 웃는 청년, 혼자 사는 외로운 노인이 ‘민폐’가 될까 망설이며 아픔을 숨기는 모습. 이 모든 순간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을 뿐,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판단하거나 단정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는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은 기억해야 한다. 그 작은 인정이 바로 존중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둘째, 빠른 사회일수록 필요한 것은 ‘느린 시선’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너무 빠르다. 빠른 판단, 빠른 결론, 빠른 경쟁 속에서 사람의 마음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효율이라는 잣대는 사람을 숫자로 만들고,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이들은 뒤처진 존재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바로 그때 필요한 것이 있다. 상대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느린 시선. 말끝을 기다려주는 여유, 실수 뒤에 숨은 사정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관대함, 상대의 표정 속 작은 피로를 알아차리는 민감함. 이 느린 시선은 사람을 사람답게 바라보게 한다. 느림은 비효율이 아니라, 관계가 부드러워지고 공동체가 안정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셋째, 작은 친절과 온기는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든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따뜻함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 작음이 때로는 누군가의 하루 전체를 바꾸고, 어떤 마음에게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지친 사람에게 건네는 한마디의 격려, 낯선 이에게 보여주는 짧은 안내, 상처받을 만한 상황에서 건네는 솔직한 사과.

이 단순한 행동들은 오래 남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온기를 기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거창한 계획으로 바뀐 적은 거의 없다. 언제나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서 변화는 시작되었다.

넷째, 타인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우리는 종종 타인을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다가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지쳐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돌봄이 없는 배려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에 있는가?”, “내 마음속에는 어떤 상처가 남아 있는가?”, “무엇이 나를 버티게 해주는가?”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묻는 일은 절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과 무게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길 때 타인의 존재도 자연스럽게 귀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자기 존중과 타인 존중은 결국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다.

다섯째, 서로의 세계를 조심스레 건너는 태도가 공동체를 만든다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은 서로 아무 관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사랑하는 존재이며,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타인의 고단함이 내게 직접 들리지 않는다고 해 그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 무게는 오래전부터 말없이 버텨온 간절함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서로를 향해 조금 더 천천히 다가가고, 조금 더 부드러운 언어를 선택하며,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이 사회는 누구도 외롭게 남겨두지 않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작은 시작에서 탄생한다. 눈앞의 한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 태도, 말 한마디. 그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바꾸는 첫 떨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바라보는 우리의 작은 시선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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