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농협의 ‘결단’(決斷)

문 태 환 발행인 겸 대표이사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09년 12월 04일(금) 16:39
금정농협이 찬사를 받고 있다. 금정면 특산물인 대봉감 수매가를 공판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냉해로 수확량이 줄어들어 소득감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농협의 조치로 농민들은 시름을 크게 덜었다. 더구나 대봉감의 가격하락까지 막아냈다니 금정농협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 말 시작된 대봉감 수매를 앞두고 공판장 가격과 현지시세가 크게 하락해 있었으나 금정농협은 수매가를 공판장 가격보다 등급별로 7천원~8천원가량 비싸게 책정했다. 이는 30~40% 높은 가격으로,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시책이자 커다란 손실위험을 떠안는 조치이기도 했다.

하지만 금정농협은 수매가를 높게 책정했을 뿐 아니라 재배농가가 희망하는 전량을 수매했다. 지난 달 말까지 총 수매량이 690톤에 달했고, 수매가 마무리되면 750톤~800여톤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 수매량 490톤 보다 무려 40%이상 증가한 것이고 수매대금은 12억5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정농협의 조치는 당연히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갔다.
올 봄 냉해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드는 피해를 입은 농민들로서는 이로 인한 소득감소가 불가피했었으나 수매가가 높게 책정됨으로써 이를 보완할 수 있었다. 더구나 시세나 공판장 가격 이상으로 수매함으로써 대봉감의 추가적인 가격하락도 막았다. 수매가가 높아 농민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양을 출하했고, 농협은 이를 수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금정농협에 찬사를 보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금정농협이 수매가를 공판장 가격 이상으로 책정하면 농민들은 너도나도 수매에 응할 것이고, 이는 대책 없이 수매량만 늘리는 꼴이어서 곧 손실로 이어질 것은 뻔했다. 하지만 금정농협이 과감하게 수매가격을 인상하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 완공한 산지유통센터가 있었다. 대봉감의 체계적인 품질관리와 유통체제가 구축되어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수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대봉감은 작황은 좋으나 이상기온 때문에 수확한 감이 빨리 물러지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금정농협도 다소의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하지만 수매가를 높게 책정해 농가 희망 물량 전량을 사들임으로써 냉해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손실을 보전함은 물론 수확기 폭락이 불가피했던 시세까지 안정시킨 것과는 그야말로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우리 농업을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면 총생산액 35조원, 부가가치 21조원 정도라고 한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도 채 안 되는 규모다. 몇 년 전 삼성전자가 올린 매출액과 맞먹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 정부가 세계 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아온 것은 이처럼 대기업 한 곳의 매출액에 불과한 우리 농업의 위상 때문이다.

추수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자식과도 같은 벼를 갈아엎고, 불태우며 농민들이 요구했던 쌀값대책 마련요구에 대해 정부가 지금까지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농업의 ‘외형적 가치’에만 주목한 근시안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런 행태 때문에 우리 농산물은 종류 가릴 것 없이 무한경쟁의 와중에 대책 없이 내몰려 있다. 걸핏하면 가격파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대봉감도 예외가 아니다. 금정면의 재배농민들은 냉해를 입어 수확량이 줄었음에도 현지 시세는 떨어지고, 홍수출하로 제값도 받지 못할 처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금정농협의 선견지명이 있어 수급불안에 따른 가격파동을 막아냈다. 농민들의 자주적인 조직체가 바로 농협이다. 금정농협의 사례는 개별농가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해 지켜내야 하는 농협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 즐겁다. 금정농협의 결단에 거듭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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