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사료 운송업자 목숨 끊어

운송비 30원 인상 요구 거절 당하자 음독

김명준 기자 gm119415@hanmail.net
2008년 03월 10일(월) 15:44
조합 “보증금 못준다”에 “월권행위” 항의
“타 운송업자에게 도움되길… ” 유서 남겨
영암축협(조합장 서도일)과 갈등을 빚어온 배합사료 운송계약자 가 “자신을 희생시켜서라도 잘못된 제도와 인식을 바로잡겠다”며 유서를 남기고 숨을 거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있다.
영암축협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6일 영암축협에서 사료운송업 계약직으로 20여년째 근무해온 이모(59세)씨는 사료배달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한 달여 축협측과 갈등을 빚어오다 차량 사고보증금으로 축협에 기탁되어있는 1천만원 마저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축협사무실에서 농약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
이씨는 농약을 마신 직후 119구급차와 경찰이 출동해 조선대병원으로 긴급후송 됐지만 회생할수 없다는 병원측의 진단을 받고 영암읍소재 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8일 결국 안타깝게 사망했다. 숨진 이씨는 20년 이상 영암축협과 계약을 통해 장기간 근무해 왔으며 축산농가와 축협직원들로 부터 성실함을 인정받아 조합 이미지 쇄신에 많은 기여를 했던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유서를 통해 자신의 분노와 조합의 월권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다음 운송 계약자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되고 운송요금을 필히 올려주길 바란다”고 밝히고 또 “축협이 부채를 이유로 계약보증금 일천만원을 못내준다는 것은 월권행위다”는 글을 남겼다.
유서를 본 유족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슬픔과 분노를 못내 감추며 “우선 고인의 장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보자”는 뜻을 밝혀 추후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또 유가족은 “축협에 이자 한 번 밀리지않고 꼬박꼬박 상환하고 있는데 수입이 없어질것을 미리 단정하고 계약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조합을 이해할수 없다”고 말하고 “20년이 넘는 기간을 축협을 위해 뼈빠지게 일해왔던 보답이 싸늘한 주검이라니...”라고 한탄하는 유가족의 분노는 장례후 더욱 커질것으로 전망된다.
이씨는 그동안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 때문에 운송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운송비를 올려줄것을 요구하며 최근 서 조합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03년 계약 당시는 사료 1포대당 400원(경유 1리터는 700여원)에 계약을 했지만 현재는 기름값이 1리터당 1400원을 호가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아 현실적인 단가로 인상해 줄것을 요구하며, 현행 사료 1포대당 400원 했던 운송료를 처음엔 450원, 나중엔 430원을 제시했으나 축협에서는 최고 420원까지 밖에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지난달 10월 19일 축협의 일부 간부들도 운송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440원으로 인상해 줄것을 건의했으나 서 조합장은 420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말에 대해 서 조합장은 “돈 10원에 목숨을 버렸다는건 이해할 수 없다. 부채에 대한 비관이던지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는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하고 “인근지역 운송료를 파악했고 직원들과 협의를 해서 결정한 사항이며 유류값이 인상되면 다시 논의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씨가 숨지기 전 사경을 헤메고 있던 순간에도 서 조합장은 병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유족들은 이에 대해 “사람이 죽어가는데 단 한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다니, 그 사람의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며 “죽은자의 설움을 알것같다”고 분노했다.
또 장례 기간동안 “상황을 봐서 올것이다”는 직원들의 말과는 달리 서 조합장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서 조합장은 22일 충남 선산에서 개최될 예정인 조합장회의 참석을 이유로 19일 오후부터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있다.
/김명준 기자

김명준 기자 gm1194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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