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자 나전칠기 맥 잇기

도포면 월암공방 양준형씨 가족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10년 04월 02일(금) 13:30
영암에서 전통 나전칠기 맥을 잇고있는 3부자가 있다. 도포면 소재지에 위치한 ‘월암공방’. 나전칠기 장인 양준형(51)씨와 아들 성근(24), 딸 성미(23) 3부자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나전칠기의 전통을 우리지역에 정착시키고 맥을 잇고 있다는 것은 지역문화와 관광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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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음질 분야 맥 잇는 양준형 장인

가업 위해 고교 진학 포기한 남매

외롭고 힘든 칠기장의 삶
도포면 봉호리 출신 양준형 장인은 15세때 직업을 찾아 상경, 나전칠기 매력에 빠져 35년간 한 분야 외길을 살아온 전문 기능인.

서울에서 나전칠기 상품을 개발하다 실패,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5년전 고향 영암에 정착, 도포면에서 두 자녀와 함께 공방을 운영하며 묵묵히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아들 성근씨와 딸 성미씨가 학업을 포기하고 가업으로 잇겠다며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고 있어 끈끈한 가족애를 느낄수 있다.


모두가 외면하고 떠나가는 칠기 장인으로서 그간 외롭고 힘든 삶을 살며 맥을 이어왔지만, 양씨는 두 자녀가 곁에 있어 든든하기만 하다.
끊음질 기법 최고기술 보유
양씨는 이 분야의 명장들인 중요무형문화재 113호 칠기장 정수화씨, 경기도 무형문화재 칠장 배금용씨,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나전장 송방우씨에게 사사했다.

양씨는 나전칠기 작품과 상품분야 중 상품분야에서 국내 ‘정상’으로 통한다. 이 분야의 기술자들과 시장에서는 “양씨가 시장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씨는 나전칠기 기술중 특히 끊음질 기법을 보유하고 있다. 자개(전복과 조개껍질)을 활용 나전무늬를 만드는 기법은 줄음질과 타발, 끊음질 등 3가지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 양씨는 뛰어난 끊음질 기법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3개국 산수화가 가진 운치를 자개로 재현하는 기능을 보유고 있으며,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간 양씨가 각종대회에 출전해 따낸 상장만 50~60개나 된다. 양씨 뿐만아니라 아들 성근씨와 딸 성미씨도 각종 대회 수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가기술자격증을 보유한 성근씨는 한국옻칠공예대전 특선을 비롯해 전라남도 나전칠기 기능경기대회 은상을 수상했으며, 성미씨는 한국옻칠공예대전 입선과 전국관광기념품 공모전 특선을 수상했다. 특히 양씨 남매는 이 분야의 대를 이을 최연소 기능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름대로 수요와 시장 형성

나전칠기는 값이 고가이지만 나름대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양씨는 상품시장과 작품시장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양씨는 “우리 분야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혼자 다 소화하기는 힘든 작업”이라며 “남 손에 의존해서는 좋은 작품과 상품이 발전성있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부자가 여러분야 일을 함께 해내면서 그만큼 질좋은 작품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도포면 공방 곳곳에 자리 잡은 공예품들은 대부분 산수화를 주제로 양씨와 자녀들이 직접 도안하고 끊음질, 옻칠, 광내기까지 손수 제작한 상품으로 자개소반, 2층장, 3층장, 테이블, 서류함, 보서함, 구절판, 경대, 차도구세트, 컵, 발우 등… 20여가지 품목 수 천개.


나전칠 상품들은 대부분 고가이지만, 비싸면 비싼대로 나름대로의 수요에 따른 상품시장이 형성된다. 양씨는 서울에서의 꾸준한 수요와 주문에 맞춰 주로 보석함과 서류함을 제작 납품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보석함이다.
긴 시간과 땀과 정성 담겨
서류함과 보석함 하나를 완성하는데는 보통 1년 이상의 긴 시간과 땀과 정성이 필요하다.

보석함 하나 제작하는데 자개 끊음 작업만 100시간 넘게 매달려야 한다. 순수한 옻 빛깔 재현을 위해 옻칠 덧씌우기 7차례… 그렇게 제작된 보석함 하나 값은 200만원을 호가한다.

양씨는 그간 산수화를 주제로 해왔지만 이제 고려시대 때의 전통문양 칠기로 재현할 계획이다. “왕족, 귀족 들의 전유물이었던 고려시대의 문양은 놀랄만큼 섬세하다”며 이들 문양을 나전칠기에 넣어 작품과 상품의 품격을 높여갈 생각이다. 현재 양씨는 전라남도 지방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작품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3부자의 꿈은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미술관을 열어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다. 그 꿈 실현을 위해 이들은 오늘도 작품에 혼을 담고 있다.
/변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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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칠기문화 정착시킬터”

나전칠기 장인 양준형씨

지방무형문화재 지정 위해 최선
가족이 운영하는 미술관건립 꿈

“우선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도록 최선을 다할생각입니다”

월암공방대표 자신의 꿈 실현과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이 지방무형문재 지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한편 군의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씨는 “특히 영암은 칠기문화를 가장 활성화 시킬수 있는 좋은 여건을 지니고 있다”며 “왕인문화와 더불어 일본과 칠기문화 교류를 활성화 시킬수 있는 지리적 여건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군은 전통문화 발굴 보존, 양성화 사업을 활발히 펼쳐야 한다며 나전칠기 전통문화를 영암에 정착시키고 지역관광상품의 하나로 개발하는 정책의 일관성 필요하고, 전통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구체화 해야한다는 것.

양씨의 또 하나의 꿈은 현재 가업을 잇겠다며 학업을 포기하고 혼을 사르고 있는 자녀들과 함께 운영하는 나전칠기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그 꿈 실현을 위해서 또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각오다.

양씨는 “이제 나전칠기는 전통성, 예술성에 기술과 인테리어를 더해 실생활 속의 문화로 변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묵묵히 인내를 가지고 전통칠기 재현에 매진하며 관광상품 개발에 힘쓰고, 영암땅에 나전칠기 전통공예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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