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옹기’ 속에 담긴 匠人정신

영암옹기 전통 맥을 잇는다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10년 06월 18일(금) 09:18
꾸밈없는 선인들의 생활 그릇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꾸밈이 없는 생활 그릇 옹기. 그 멋과 맛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교를 모르고 투박하며 떨어뜨려도 잘 깨지지 않는 옹기. 옹기의 강한 생명력은 외압에도 잘 견디며 순수한 삶을 살았던 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옹기를 5대째 빚어오며 전통을 지키는 장인(匠人), ‘독짓는 청년’이 있다. 신북면 이천리 소재 ‘영암옹기’ 이상수(36) 대표다.
신북면 양계리 서동마을이 탯자리인 이씨는 어릴적부터 옹기를 빚는 아버지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 옹기 빚기를 5대째 가업으로 삼아 두 형제가 대를 이었고, 동생 이씨는 4년전 현재의 제 2공장을 열었다.
가내수공업적 성격을 벗고 대규모 공장으로 변신, 기계화된 작업으로 현대적인 새로운 수요에 맞춰 대량생산을 하고 있다.
‘숨쉬는 옹기’ 식품 부가가치 높여
옹기 속에 담긴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는 최상의 맛을 만들어내고 보존하는 발효와 숙성의 신비함이 스며있다. 옹기는 숨을 쉬기 때문이다.
옹기는 서민들이 쓰던 민족 고유의 생활 그릇이다. 독이나 항아리 등 생활 속에서 칠성, 용단지 등 민간 신앙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귀족층에서 쓰던 청자나 사기처럼 세련되고 섬세한 맛은 없지만 값싸고 튼튼하기 때문에 서민의 실생활에 부담없이 쓰여졌다.
서구화의 영향으로 플라스틱과 스테인레스 같은 식기에 밀려 그 사용 범위가 극히 좁아졌지만,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옹기는 친환경 생활용기로서 제 위치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
아버지의 대(代) 때보다 수요는 줄었지만 옹기는 현대인들의 웰빙을 추구하는 생활패턴의 변화에 편승해 다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이씨의 설명이다.
주로 젖갈, 된장, 고추장, 김치 등 발효식품의 용기로 사용해 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 따라서 이씨네 공장은 식품회사들로부터 OEM방식 주문이 꾸준해 대량납품을 하고있다.
이씨는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소금에 절여 삭히는 발효 식품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담는 그릇은 음식이 잘 익을 수 있게 숨을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옹기의 재료 점토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알갱이가 그릇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만들어 옹기 안과 밖으로 공기를 통하게 함으로써 안에 있는 음식물을 잘 익게 하고 잘 보존해 준다.
영암옹기 역사는 청동기 시대
영암은 역사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옹기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영암에서 토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까지의 유적발굴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동기 시대라고 한다.
영암군의 몇몇 마을에서는 각 가정마다 옹기를 제작할 정도로 옹기의 전통 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 관내 5~6곳의 옹기공장이 있었지만 모두 자취를 감추고 ‘영암옹기’만이 지역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옹기 공장이다. 현재 전남지역에 옹기공장은 5개 뿐이다.
2천500평의 넓은 부지와 300여평의 공장, 300여평의 창고, 그리고 가스가마 6개를 갖춘 공장 규모는 전남·북 최대로 꼽힌다.
세련미 넘치는 옛것 재현 노력
질 좋은 점토와 맥반석을 함유한 유약을 입혀 1,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다.
강진, 해남, 무안 등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점토를 사용하고 영암산 점토는 미래를 위해서 아껴둔다는 이씨의 말이다.
점토를 걸러 성형을 위한 원토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도 ‘영암옹기’의 경쟁력이다. 원토 제조부터 불순물이 없는 양질의 재료를 생산함으로써 불량 없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은 항아리의 경우 원토를 잘라 석고형틀에 넣어 원심력을 이용해 만들고자 하는 형태를 만들고, 그늘에 며칠 건조시킨 후 유약을 입혀 다시 건조시킨다. 큰 항아리는 1달, 작은 항아리는 2~3주간 건조시킨 후 가마에서 1,2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14시간 이상 소성시킨다.
장인의 손길과 정성이 담겨 숨쉬는 항아리는 물론 옛 것에 가장 가까우면서 세련미를 갖추고, 표면에 그려 넣는 무늬 하나 하나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10여명의 공장 인부를 가용해 큰 독의 경우 손작업으로 1일 최대 20~30개, 작은 독은 기계를 돌려 1일 최대 1,500개 생산이 가능하다.
기계화로 다양한 제품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1말 이상 8말 짜리 큰 항아리는 손으로 직접 제작한다. 공장내 큰 항아리를 제작하는 숙련공은 현재 70대 어르신 한 분이시지만 보통 1년 정도 꾸준히 기술을 습득하면 숙련공이 될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제품 개발 옹기 수요 창출
영암옹기에서 생산되는 옹기의 종류는 식품용 작은 단지를 비롯해 밥그릇, 국그릇, 엿단지, 컵, 불판, 접시, 화분, 술독, 정수기, 확독, 약탕기 등 80여종에 달한다.
식품용 작은 용기 수요가 많기 때문에, 공장주 이씨는 더욱 위생적이고 과학적인 제품 개발과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식품을 담았을 때 냄새가 밖으로 새나오지 않게 실리콘 뚜껑을 덧붙이는 제품 등 시대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
수천년 동안 농경지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 민족 고유한 삶의 모습을 소박하게 끌어내고 있는 전통 미가 담긴 옹기는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나면서 소박한 삶과 가치가 그대로 투영된다.
이씨는 “옹기가 우리의 사랑을 다시 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활공간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앞으로도 대를 이어 옹기를 빚을 계획이고 자식들이 원한다면 대물림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구입문의 : ☎061)472-5277, 010-6567-5277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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