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덫, 설화(舌禍)
문태환 기자 yanews@hanmail.net
2010년 08월 13일(금) 00:12
‘병종구입, 화종구출(病從口入, 禍從口出)’이요,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라 했다.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는 입에서 나오며, 입은 화의 대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는 뜻이다. 말조심하라는 경고의 의미가 들어있다.
가타부타 침 튀김 질 잘못 하다가 입는 설화(舌禍)를 경계하는 성현들의 가르침은 또 있다. ‘언위심성’(言爲心聲)이 그것이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라는 뜻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한다. 막말을 일삼는 세 치 혀는 부족한 인성교육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암군수의 언행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영암군의회가 지난 추경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삭감한 산수뮤지컬사업을 두고 가는 곳마다 험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인신공격까지 해대 지역민들은 누가 알까 쉬쉬하는 지경이다.
집행부가 하는 일에 좀처럼 제동을 거는 일이 없었던 과거 의회 행태에 비추어보면 이번 예산삭감이 전례 없는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예산 삭감 조치는 불요불급한 세출예산 편성여부와 적정성 등을 기준으로 정당하게 심사한 결과다. 타당성을 결여했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앞으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군의회의 의지도 엿보인다.
그렇다면 김 군수가 탓할 일은 산수뮤지컬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의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잘못이다. 이래야 군정의 책임자다운 태도다. 하지만 그는 공사석을 막론하고 이 일을 성토하고 다닌다고 한다. 공식행사장에서는 마주친 의원들의 인사도 외면하는가 하면 드러내놓고 예산 삭감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군의회가 영암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질타에서부터 “어디 한 번 잘해 보소”라는 비아냥거림은 약과다. “앞으로는 읍면의 주민숙원사업은 (군의원은 제쳐두고) 면장, 조합장과 상의하겠다”거나 “○○지역은 앞으로 주민숙원사업은 없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까지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한다. 선거 때 다른 후보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공식석상에서 실명까지 거론하며 인식 공격하는 일까지도 벌어지고 있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군정 책임자라고 공사석에서 개인적 서운함을 토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군다나 군민들을 위해 역점을 둬 추진해보려는 사업의 예산을 의원들이 아예 싹둑 잘라버렸으니 분노가 치밀고 서운함도 앞설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김 군수의 언행은 도를 넘어섰다. 이번 추경에 예산이 삭감됐다면 다음 기회를 생각해 의원 한명 한명을 만나 타당성을 설득해야 옳을 일이지 가는 곳마다 감정 섞어 침 튀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7·28 보궐선거 당선자들을 만나 ‘낮은 자세’를 주문할 정도다. 다름 아니라 민심을 제대로 읽고, 지역민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지위가 높을수록 ‘낮은 자세’는 더욱 중요해진다. 자신을 낮춰 말과 행동을 더욱 아끼고 조심해야 군민들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군수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게 된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외로운 결단을 해야 할 때가 많아질 것이다. 김 군수가 역점을 둔 산수뮤지컬사업도 군민들을 위한 외로운 결단일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의회를 설득해야 옳은 자세지 군의원은 아예 군정의 파트너에서 빼버리겠다고 해서는 쉬이 될 일도 어렵다.
지역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잇단 설화(舌禍)에 불쾌지수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는 건 잘 안다. 말 같지 않은 말이나 사람답지 않은 사람은 피하고 보자는 게 미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지역에 미래가 없다. 자기 말만 법이고 정의고 진리인양 떠들어 대는 몰지각함을 회피하는 것은 나약함에 대한 자위행위일 뿐 미덕일 순 없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다. 피하려들지 말고 당당해져야한다. 그래야 지역사회에 미래가 있다.
참, ‘취임식 경비로 100만원도 안 썼다’고 거짓말한 김 군수께 링컨 대통령이 말한 경구 한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모든 사람을 잠시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다.”
문태환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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