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鄕 떠나 열리는 가야금산조 축제

현창사업 방향 빗나간 ‘선택과 집중’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10년 09월 10일(금) 08:23
유원지 개발에 묻혀버린 가야금현창사업 용치골엔 피서객 고성방가·통키타 소리
지난 8월30일 제10회 가야금산조 축제가 열린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소극장. 영암에서 상경한 가야금산조사랑회 회원 20여명을 비롯해 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국악전공 학생 등 참석자는 200명이 채 못되었다.
김창조 가야금산조 축제가 ‘산조의 본향(本鄕)’인 영암을 떠나 서울에서 개최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얼까? 영암의 가야금산조의 현창사업 현주소는 어디인가? 향후 가야금 현창사업의 방향은 어떻게 가야하는가?
기찬랜드 개발보다 후순위로 밀려버린 가야금테마공원 조성과 향후 가야금산조 현창사업의 방향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산조축제 2년째 서울서 개최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가야금 산조축제는 민선4기 출범 이후 해마다 규모와 행정부의 지원이 축소됐고, 결국 2009년 축제부터는 본향 영암을 떠나 서울에서 개최되는 실정이다.
산조축제는 악성 김창조 가야금산조 계승자 양승희 선생과 (사)한국산조학회 회장 김해숙 교수가 소속된 한국예술종합학교 내에서 열리는 작은 학술대회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매년 산조축제때 열리던 전국 가야금 병창대회도 생략된 채, 학술발표와 명인 초청 연주, 양승희 선생의 특별연주 정도인 축제아닌 축제가 되고만 것.
이러한 이유는 행정부의 관심과 지원 미미, 뒷전으로 밀린 가야금테마공원 조성, 꿈나무 교육과 양성의지 부재, 군민들의 이해도 저조 등 가야금산조 현창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침체분위기를 들수 있겠다.
민선3기 현창사업은
가야금산조 현창사업과 이를 통한 전통문화 계승과 창달, 관광자원개발사업은 민선 3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야금산조를 창시해 한국 음악사를 빛낸 악성 김창조 선생의 위업을 선양하고, 1악성 3명인이 탄생한 영암을 민족음악의 성지로 조성해, 전통음악을 통한 해외 문화교류로 국내외 관광객 유치 등 지역의고유성과 연계해 관광자원화 하려는 계획은 민선 3기 정부와 군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활발하게 추진됐다.
2005년 회문리 일대 가야금테마공원 조성 계획이 발표됐고, 사업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또 문화 콘텐츠 조사와 연구, 관광수급 분석,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관리계획 등 용역이 추진됐다.
국악과 소리를 주제로한 관광상품개발, 월출산과 성기동관광지, 구림마을을 연계한 통합적 관광프로그램으로 지속가능한 관광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1만여평의 가야금 테마공원의 조성계획이 수립됐다.
2006년 1월 군은 이에대한 사업의 타당성과 환경, 디자인, 주변경관과의조화 등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수렴,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매년 산조축제와 전국 가야금병창대회를 개최하면서 김창조 선생의 정신과 영암이 산조의 본향임을 알렸고, 각 학교의 가야금 교육을 활성화하는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특이한 것은 당시 군에서 가야금 교육을 위한 명목으로 예산을 따로 지원하지 않았어도, 각 학교와 국악협회, 문화원 등 기관에서는 사업계획서에 자발적으로 가야금 교육을 편성해 예산을 청구했을 정도로 지역내 가야금 현창사업에 대한 분위기와 붐이 스스로 조성됐다는 것이다.
그러한 예는 영암과 영암군민 정서의 저변에는 김창조 선생의 예술혼과 정신,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영암 가야금산조 현주소는
가야금 소리가 울려 퍼져야할 용치골 계곡엔 피서객들의 고성방가가 흘러나왔다. 사업의 우선 순위와 지속성이 결여된 채 선택과 집중면에서 당초 취지와 다른 방향의 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가야금 소리보다 통키타 소리가 더 좋다”는 취향과 선택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사업 방향은 달라지고 말았다.
민선3기 활발하게 추진되던 영암읍 회문리일대 가야금 테마공원 조성사업과 김창조 가야금산조 현창사업은 민선4기 들어 계획에 없던 유원지 개발사업으로 전환되고 만다.
민선4기 출범 직후 군은 회문리 일대 용치골 사방공사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더니 돌연 ‘용치골 유원지-기찬랜드’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지속사업으로 우선적으로 추진되야할 가야금테마공원 조성사업이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또 지역내 학교마다 실시되고 있었던 가야금 꿈나무 육성을 위한 교육도 시들해졌다. 현재 가야금과 산조 교육은 일부 초등학교(8개교)와 중학교(4개교)에서 방과후 학습으로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성황을 이루던 가야금산조 축제도 축소 개최되는가 하면, 참여하는 국악인 수도 감소했다. 행정부의 무관심 속에 가야금산조 현창사업에 대한 군의 추진의지가 퇴색한 만큼, 축제에 대한 홍보와 지원이 줄어들었다는 여론이다.
급기야 2009년부터 산조축제의 서울 개최로 이어진다. 양승희 선생은 그러한 이유를 “공연장소의 협소, 전염병(신종플루)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라고 밝혔지만,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 잠재한 지역내 분위기를 간과할 수는 없다.
행정의 무관심은 지역내 가야금 산조의 열기를 잠재우고 말았다. 한 예로 양승희 선생이 지역 후학 양성을 위해 기증한 가야금 10대가 활용되지 못하고 국악협회 사무실 한켠에서 수년째 잠자고 있다.
또 한때 군은 가야금테마공원 조성 부지마저 왕인박사유원지 인근으로 변경하려 했다. 그러나 가야금 테마공원은 김창조 선생의 탄생지이자, 그의 예술혼이 담겨있는 회문리에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과 가야금산조사랑회의 적극적인 만류로 그 뜻을 접었다.
<다음호에 계속>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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