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뮤지컬 무엇이 문제인가

군수 의지만 믿고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10년 10월 01일(금) 00:14
인상프로젝트 체계적 전문적 검토 없어
주민설명회 등도 생략·국내 사례연구도 안해
영암군이 산수뮤지컬사업을 추진하게된 모티브는 중국의 거장(巨匠) 장예모 감독의 ‘인상(印象)프로젝트시리즈’ 중 하나인 수상뮤지컬 ‘인상유삼저(劉三姐)’다. <관련기사 5면>
실제로 김일태 군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마다 “인구 1만명의 시골마을인 양숴(陽朔)는 수상뮤지컬 인상유삼저 공연으로 인해 7-8년만에 인구 35만명의 관광도시로 발전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 관광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09년 6월 제출된 ‘수상뮤지컬 영암아리랑 타당성 조사’ 최종보고서 역시 인상유삼저를 비롯한 인상서호, 인상여강 등 3대 인상프로젝트만을 분석사례로 삼았다. 2008년 북경 올림픽 개폐회식을 연출한 장예모 감독의 인상 시리즈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군이 추진하려는 산수뮤지컬인 셈이다.
‘아이디어맨’이라는 김 군수의 벤치마킹 자체에는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중국의 인상프로젝트를 영암에서 그대로 시행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는 별개다. 더구나 인상프로젝트가 중국 특유의 자연경관과 지역성을 살려낸 것인 점에서 ‘우리도 해보자’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영암군이 추진하려는 산수뮤지컬은 타당성 보고서는 물론 그동안의 추진과정에 있어서도 인상프로젝트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은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중국 여행 필수코스인 광서성(廣西省) 계림(桂林)은 ‘계림산수(桂林山水) 갑천하(甲天下)’라고 할 정도로 천하 으뜸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절강성(浙江省)의 소주(蘇州)와 항주(杭州)역시 ‘하늘엔 천당이 있다면 지상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3억 중국인들이 그 경관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인상시리즈는 바로 이들 세 곳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지역적 특징을 뮤지컬에 담은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줄을 잇는 관광객들을 매료시킨 이유다.
산수뮤지컬을 연출하려는 사자저수지 역시 비경(秘境)이다. 하지만 이곳을 인상시리즈가 열리는 중국 3곳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은 중국을 다녀온 이들이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수상뮤지컬을 사자저수지 위에서 공연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중국의 경우를 영암에 비추어 성공 가능성을 면밀하게 점검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군은 군의원 등으로 구성된 답사팀을 만들어 2차(1차 18명, 2차 12명)에 걸쳐 중국 수상뮤지컬을 보고 왔을 뿐이다. 또 전문가 집단의 체계적인 검토는 고사하고 주민설명회 또는 공청회를 여는 절차도 없었다. ‘오직 군수의 의지만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이 인상 시리즈를 제대로 벤치마킹하려 했다면 타당성보고서에 첨부한 것처럼 ‘잘되었으면 좋겠다’식의 전문가들 ‘바람’을 담을 일이 아니었다. 이들을 추진위원 등으로 위촉해 인상 시리즈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옳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중국의 수상뮤지컬을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지자체들의 시도는 많았고, 실경뮤지컬을 실제 공연한 국내 지자체도 있다. 최근 하회마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한 국내 첫 실경뮤지컬 ‘부용지애’는 하회마을 수상무대서 열렸다. 경북도는 2010-2012 한국방문의 해를 겨냥해 진즉 ‘경주 보문호 수상공연사업’에 착수했다. 역시 인상 시리즈를 벤치마킹했다. 이밖에 울산에서는 뮤지컬 ‘태화강’이 태화강변에서 공연됐고. 대전시의 갑천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갑천’은 이미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군은 국내 성공사례에 대한 검토도 빼놓지 않았어야 했다. 대부분이 중국의 인상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당성보고서는 물론 군이 제시한 어떤 자료에도 국내 실경 또는 수상뮤지컬 성공사례에 대한 분석은 찾을 수가 없다. 타당성보고서가 ‘엉터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자, 산수뮤지컬사업에 대한 경제성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다.
200억원 규모의 공연 콘텐츠 개발사업을 맡긴 과정도 문제다. 군이 지난해 10월 공연 콘텐츠를 제공받기로 투자협약을 맺은 영아트테인먼트에 대해 민주노동당 영암군위원회는 ‘검증되지 않은 회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장흥군의회 의장을 역임했던 백광준씨가 지난해 7월 설립한 회사다. 장흥군은 백씨의 제안을 ‘타당성 없다’며 거절한 바 있다. 군은 이 회사와 무턱대고 투자협약부터 맺을 일이 아니라 공연 콘텐츠 개발을 위한 사전 공모와 전문가 심사를 거쳤어야 옳다.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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