漱石枕流와 指鹿爲馬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0년 10월 15일(금) 02:19
기암괴석이 일품인 월출산과 어울리는 청담(淸談)이 있다.
침석수류(枕石漱流). ‘돌을 베개 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한다’는 뜻이다.
헌데 이를 수석침류(漱石枕流)로 바꾸면 뜻이 전혀 달라진다.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다’가 되기 때문이다. 관련된 고사성어가 있다. 노장(老莊)의 철리(哲理)를 따르고 죽림칠현(竹林七賢)처럼 산림에 은거하려던 이들이 많았던 진(晉)나라 때 손초(孫楚)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중에 풍익태수(馮翊太守)를 지내지만 벼슬길에 나가기 전 은거하기로 작정하고 친구인 왕제(王濟)에게 흉금을 털어놓는다며 침석수류(枕石漱流)할 것을 수석침류(漱石枕流)하겠다고 했다.
친구는 너그럽게 웃으며 잘못을 지적했으나 손초는 워낙 자존심이 강한 문재(文才)였던지라 자신의 명백한 실수를 이렇게 덮어버렸다. “흐르는 물을 베개 삼겠다는 것은 옛 은사(隱士)인 허유(許由)처럼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기 위함이요, 돌로 양치질하는 것은 이를 닦기 위해서라네”
수석침류는 이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이를 고집하는 이을 견주어 나온 말이다.
그런데 이 수석침류가 더 나아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지경에 이르면 권력자의 오만은 하늘을 찌르고, 세상은 크게 혼란해진다.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우겨대는 권력자의 말이 당연히 틀렸음을 지적하는 이들이 점점 사라진 세상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을뿐더러 목소리 크고 아첨하는 무리들만 온통 득세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자에 빌붙어 ‘공정한 사회’를 무시하고 제 논에만 물을 대듯 자기 이득 챙기기에만 급급 하는 이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바로 漱石枕流와 指鹿爲馬아닐까 싶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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