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청정축산을 위한 길
이순오 www.yanews.net
2011년 01월 21일(금) 10:27
이순오
(주)서광축산 대표

구제역 발생에 따른 피해가 사상 초유 수준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전남이나 영암은 구제역 발생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16일부터 백신접종이 실시되면서 ‘구제역 청정지역’의 지위는 사실상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축산업에 있어서만큼은 ‘친환경 청정 전남’의 지위가 백신접종을 계기로 흔들리게 된 것이다.
구제역이 호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축산업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필자의 생각으로는 두 가지를 꼽고 싶다. 역대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이명박 정부 역시 우리 축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그리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점과 이번 구제역 발생에 따른 초동대처의 미흡이 그것이다.
과거 역대 정권이 그랬지만 현 정부 들어 우리 농업은 가히 초토화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에서 보듯 축산업도 마찬가지 처지다. ‘농업이 죽더라도 차 한 대 더 팔면 이득이다’는 식의 현 정부 통상정책은 축산업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축산업이 붕괴되더라도 값싸고 질 좋은 미국 쇠고기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논리가 곳곳에서 숨어있는 것이 목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 이후 ‘살처분’에서 ‘백신접종’으로 오락가락한 것도 곰곰이 따져보면 이런 사고방식의 잔재 아닐까 싶다.
현 정부의 실세 장관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영양의 구제역 방역현장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백신접종은 몇백억원에 할 수 있는데, 살 처분 정책을 고집하면서 1조3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고 있다. 무조건적 500m 내 살 처분을 벗어나 지형과 지물, 현지 사정을 고려한 단체장의 판단에 맡겨 한 마리라도 덜 묻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축산인인 필자가 듣기에는 야속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이다.
구제역 청정지역은 축산물의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축산물의 수출비중은 연평균 300억원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내수비중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따라서 백신접종보다 선제적인 살 처분 정책을 고수해야할 이유가 없었다. 구제역 발생 즉시 ‘백신접종 청정국’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썼더라면 지금처럼 사상 초유의 피해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살 처분을 고수했고, 그 결과 구제역이 호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이제야 백신접종에 나섰다. 따라서 이 장관의 말은 축산업에 대한 애정 없는 정부 각료의 ‘뒤늦은 후회’에 불과하다.
백신접종 자체에도 정부 축산정책의 한계가 느껴진다. 접종을 하기로 했으면서도 영국에서 백신을 뒤늦게 수입한 것이나, 단 시일 내에 접종을 완료하라는 정부지침이 그것이다. 구제역이 비단 올해에만 발생한 질병이 아닌데도 정부는 백신 확보에 무대책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을뿐더러 영세한 축산농가들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이번 가축질병사태가 해소되면 정부는 반드시 이런 점들을 되짚어야 하고 드러난 정책적인 오류들을 시정해야 축산농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영암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 소와 돼지를 키우는 1천477농가 4만2천920두(소는 1천474농가 4만2천360두)의 소 돼지 등에 대해 지난 16일부터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이 실시되고 있다. 오늘(21일)까지 접종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방침이다.
예방백신접종인 만큼 신속하게 빠짐없이 실시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축협은 녹색한우만 접종하고 매력한우는 따로 접종하는 지금의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자 구제역 완전차단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구제역 방제에 전 국민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녹색한우 따로 매력한우 따로 방역에 나설 이유는 없다. 아울러 소규모 영세농가의 경우 자칫 누락될 수도 있는 만큼 관계당국이 보다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구제역 백신접종으로 ‘구제역 청정지역’이던 전남은 이제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지역’으로 한 단계 낮아졌다. 하지만 실망할 겨를은 없다. ‘친환경 청정축산’을 다시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농들이 솔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량 밀식하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
공장에서 공산품을 생산하듯 하는 축산업의 생산체계도 탈바꿈시켜야 한다. ‘동물복지형 축산업’은 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축산업에 대한 진지함과 애정이 절실함은 물론이다.
이순오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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