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재앙, 신의 분노인가! 김명전 www.yanews.net |
2011년 02월 11일(금) 10:47 |
성균관대학교 법학대학원 초빙교수
삼정KPMG부회장
필자는 어릴 적 우(牛)시장으로 팔려가는 우리 집 누렁이의 고삐자락을 붙들고 제발 보내지 말라고 울부짖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 황소는 내가 꼴을 뜯어 쇠죽을 끓여 먹이고 풀을 먹였던 친구였다. 누렁이는 팔려 가면서도 그 큰 눈망울에 눈물 가득 담은 채 작별이 서러워 애절하게 울어 댔다. 그 추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2011년 1월31일 현재 3백만마리에 가까운 소, 돼지가 살 처분 또는 생매장되었다. 우리나라 전체의 소·돼지 사육두수의 20%를 넘고 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60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도 그칠 줄 모르는가. 그저 장탄식만 나올 뿐이다.
소·돼지 3백만마리 살 처분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1월23일 경북 안동이다. 당시 방역당국이 내린 조치는 500m 이내 살 처분, 3-20Km이동제한이란 방역 매뉴얼에 다른 조치였다. 이미 그때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경북 예천까지 번진 뒤였다. 방역 당국의 안일한 대응으로 호남을 제외한 전국의 축산농가가 구제역 파동에 초토화되었다. 마지막 남은 호남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런데 지난 1월 2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깜짝 놀랄 발언을 하였다.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 잡을 마음이 없는데, 축산농들 도덕적해이 심하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윤장관의 말에 따르면, 어떤 농가는 한 가족인 “형제 넷이 360억원의 보상비를 나눠 받은 경우도 있다.” “수십억원을 보상받은 농가도 있고, 어떤 축산 농가는 소·돼지를 살 처분 해놓고 베트남에 골프여행 갔다.” 이게 무슨 날벼락 맞을 일인가?
축산농가 도덕적해이 사실인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현재까지 살처분 된 소·돼지의 보상비만 1조7천억원이 넘어섰고, 직접피해는 3조원 규모, 축산물가공사업, 관광 등 연관 산업에 미친 간접피해를 더하면 6조원을 넘어선다는 추정이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낸 세금이 이렇게 허망하게 날아갔다. 윤증현 장관도 “지금 구제역 보상비로 국가예산의 예비비가 동이 났다.”고 했다.
진실로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일부 축산농가가 일시에 목돈을 받기 위해 구제역을 방치했다면, 국가의 세금을 도적질한 범죄행위를 넘어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한 반문명적이며 인간이기를 포기한 잔악무도한 행위이다. 정부는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면 분명히 밝혀야 한다. 보상의 실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시시비비를 가려 응징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의 끝없는 탐욕은 이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는 더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더 큰 재앙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이 말 속에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뿌린대로 거두는 순명(順命)의 삶이 인간의 근본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농자는 천하의 근본이다. 농업을 생명산업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상의 근본을 따진다면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래서 생명을 키우고 가꾸는 일은 성직과 다를 바 없는 근본 중의 근본이다. 아무리 배금주의가 세상을 타락시켜도 생명이라는 근본을 배반하는 야만적인 범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호남의 축산농가 재앙 막아야
전남 장성에 구제역 의심신고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호남까지 풍전등화의 위기다. 충무공 이순신이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 중에 쓴 문장인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는 표현을 빌려 다시 생각해 본다. ‘호남이 없게 되면 우리나라는 마침내 근본의 계책을 삼을 것이 없게 된다’는 충무공의 심정 얼마나 절박했는지 헤아려 진다.
구제역 광풍이 호남의 문전에 당도해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축산농가와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나라를 지키는 충무공의 마음으로 호남을 지켜야 한다. 혹시라도 이번 기회에 보상금으로 목돈을 만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유혹이 있더라도 호남의 축산농가는 절대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땀 흘려 모으지 않는 과분한 재물은 반드시 화로 돌아온다. 더 엄중한 신의 분노가 있기 전에 이 재앙을 끝내야 한다. 호남에서 막아내야 한다.
김명전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