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 선생의 자정(自定)에 관한 단상
이원형 www.yanews.net
2011년 04월 15일(금) 09:55
이원형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주)시흥유통 법무실장
(주)라카데미 전임강사 겸 부사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조선시대의 당쟁과 해방 이후의 좌.우 대립 그리고 현재의 보수와 진보의 의견대립이 그것이다.
간혹 지나친 의견의 대립은 국론의 분열을 초래해 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의견의 다양성은 역사발전의 초석으로 작용해 건전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음을 대다수 사가(史家)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의견의 존재는 사회현상의 본질이기에 우리 인간은 이를 없애거나 없앨 수도 없다. 다만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존중하고 조정하여 공존하는 슬기로움만이 과제로 남을 뿐이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이던 동고 이준경이 죽기 전 임금에게 유차(遺箚)를 올려 붕당 출현을 예언하며 대책을 강구하라며 직언했다.
그 당시 사림의 영수였던 율곡 이이는 이준경이 자신이 주도하는 정국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는 유차를 남기자, 조정이 맑고 밟은데 붕당이 어디 있으며, 죽음에 이르러 그의 말이 악한 것이라 하였다.
논란이 되었던 이준경의 예언은 곧 현실이 되었다. 즉 이조정랑으로 인한 을해당론(乙亥黨論)으로 사림이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고 말았다. 대부분의 관료가 자기 합리화에 열중할 때 이이는 대유(大儒)답게 이준경을 비판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자신의 통찰력이 부족했음을 시인하였다. 그 후 이이는 동인과 서인의 분쟁을 조정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며 자신의 과오를 씻고자 노력하였다. 이처럼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이이는 반성과 겸허함을 아는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그 당시 신진 사림들은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사람은 모두 반대하고 거부하였다. 그들은 자신들만 옳다고 생각하며 분쟁을 중재하는 것마저 비판하고, 심지어 그 당시 사림의 영수였던 이이마저도 동,서인을 중재한다는 이유로 동인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이는, 그 후에도 둘 다 옳은 일과 둘 다 그른 일 즉 무왕과 백이숙제의 일은 둘 다 옳고, 춘추시대의 전쟁은 둘 다 그른 것이라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양시론(兩是論)’으로 동인과 서인을 화합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다.
분당 초기부터 동인에는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문인들이 많아 나름대로 학연에 의한 정치집단의 색체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서인의 경우는 신진관료인 동인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는 점에서만 유대관계가 있었다. 동.서인 화합의 조정자로서 이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인들의 공격이 계속되자 정국을 관망하던 이이가 붕당의 공존을 도모하고자 수세에 몰려있던 서인으로 자정(自定)(스스로 위치를 정함)하였다.
이에 이이의 문인들이 서인에 가세하여 서인들은 수적 열세를 만회하고 학연에 의한 정파로서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후의 동.서인은 붕당간의 상호 비판과 견제를 원리로 하는 붕당정치가 시작되었다.
이이의 자정(自定)이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이이의 서인 자정(自定)은 당면한 정치상황과 학문적인 입장문제이기도 하지만 붕당간의 공존을 도모하고 상호비판과 견제의 원리를 실현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의견의 다양성은 오늘날 민주사회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며 전제조건이다. 이로 인해 오늘날의 정당정치가 생성되었고, 이는 우리 인류가 오랜 역사적 경험 하에 최선의 정치체제로 합의한 것이다.
또한 의견의 다양성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지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그른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인정할 때 그 사회는 성숙한 사회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여 공존을 도모할 때 그 사회의 발전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속될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사회현상은 상대적이다. 만약 상대성이 억압받고 절대성이 강요되는 사회는 온전히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곧 철거 되었다지만 산수뮤지컬을 반대하는 사람은 영암을 떠나라는 현수막이 걸리는 내 고향 영암에 살면서 율곡 이이의 자정(自定)을 사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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