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산개구리 산란과 기후변화

오 해 선/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1년 05월 13일(금) 09:20
봄의 절기 중 하나로 ‘경칩’이 있다. 봄을 알리는 3월의 절기인 이 경칩을 전후로 겨우내 굳어 있던 나무가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잠을 자던 개구리도 깨어나 알을 낳는다. 이 시기에 나무에 도는 수액을 채취해 먹거나 개구리 알을 건져 먹는 풍속은 모두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나눠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소망에서 비롯되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경칩이 최근 몇 년 들어 이름뿐인 절기가 되고 있다. 개구리가 경칩일 보다 한달 이상 빨리 알을 낳기 시작한 것이다. 개구리가 알을 빨리 낳는 이러한 현상은 왜 생기며, 우리의 일상 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는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더워지는 지구’, 즉 기후변화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산개구리라고 불리는 북방산개구리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흔히 관찰되는 종으로, 계곡이나 습지에 서식하며 개구리 가운데 가장 먼저 산란한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으로서 2010년에는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지표종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월출산국립공원은 한반도의 남단에 위치하여 연평균 기온이 높기 때문에 가장 이른 시기에 양서류가 번식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특히 월출산국립공원 도갑지구 내의 계곡과 습지가 산개구리의 좋은 서식처인 이유로 산란 시기 모니터링의 최적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공원 자원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양서파충류상을 조사하는 가운데, 중점 사항으로 산개구리 산란 시기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2006년부터 2010년 3월까지 월출산 도갑사 주변 습지 및 계곡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1월 11일부터 1월 30일 사이에 산개구리가 첫 산란을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2006년 이전 조사 기록에는 3월 초 경칩을 전후하여 대부분 울기 시작하며, 일부 책에는 2월부터 산란한다고 기록되어 있음을 놓고 볼때, 산란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 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에서 1월 11일, 12일에 북방산개구리가 산란했다는 기록은 2008년이 처음이다.
이는 대부분 일평균 기온이 예년에 비해 급격히 오르거나, 강수량이 많아 개구리 산란에 알맞은 기후 조건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3월에 알을 낳던 산개구리가 1월로 그 산란 시기를 앞당길 만큼 기후 변화는 우리 눈앞에 그 실체를 조금씩 드러내 보이고 있다. 생태계 순환의 한 고리인 인간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상 고온과 한파, 폭설 등 제어가 불가능한 이상 기후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며, 녹고 있는 북극 빙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져, 기후변화를 막을 대안으로 습지의 가치가 부각되는 등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기후변화라는 이슈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뜨겁다.
이러한 때에 월출산국립공원의 자연자원, 특히 산개구리가 알을 낳는 계곡과 습지는 있는 그대로 지켜내야 하는 시대적 자산이다. 단순히 자연자원을 보전하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위협이 얼마만큼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는지를 측정하는 계기판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철에 월출산국립공원을 탐방할 기회를 얻는다면, 계곡 주변을 둘러보며 산개구리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봄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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