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유치 1년도 못돼 좌초위기

친환경 쌀 제분공장 어떻게 되나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2011년 05월 27일(금) 09:29
추진방식 오락가락, 업체반발로 허송세월 MOA 사실상 백지화
투자유치 실행에 험로 여전… 군 업무추진능력도 한계점 보여
친환경 쌀 제분공장이 위기에 처했다. 군청 내 분위기는 ‘무산’쪽으로 기우는듯하다. 뒤늦게 지난 제1회 추경에 관련 예산을 편성해 의회의 승인을 받았으나 군비 부담 없이 국비와 도비만 확보된 ‘반쪽‘예산이어서 집행을 위해서는 추가 예산편성이 필요하다. 예다손은 ‘공장 부지를 매입해놓은 상태이니 언젠가 공장을 짓겠다’면서도 ‘군이 사업추진에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하고 있다. 무산위기에 처한 친환경 쌀 제분공장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친환경 쌀 제분공장은?
전남도와 영암군이 지난해 7월 광주의 ‘창억떡집’이 만든 프랜차이즈인 (주)예다손과 투자협약(MOA)을 체결, 신북면 모산리 539일대 1만8천396㎡에 건립하기로 한 쌀 가공공장이다.
쌀 소비촉진을 국가시책으로 내세운 정부공모에 선정되기도 한 도의 핵심사업이다. 국비 30억원과 도비 9억원, 군비 21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며, 정선 세미 침지 분쇄 건조 포장 등의 제조시설을 갖춰 하루 10톤씩 연간 2천400톤의 친환경 쌀 제분을 생산하게 된다.
예다손은 이 제분공장 설립에 맞춰 신북면 3만3천㎡ 부지에 2015년까지 216억원을 투입해 떡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원재료로는 전량 영암 쌀을 이용하고, 2012년까지 본사와 공장을 영암으로 이전하며, 종업원의 60%이상을 영암주민으로 채용하기로 하는 지역 밀착형 투자를 약속했다.
그동안의 추진과정
MOA 체결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듯했다. 군은 부지매입을 독려했고, 예다손은 이에 응했다. 제분공장을 군이 짓기 어려운 만큼 예산을 민간 자본적 보조형식으로 예다손에 줘 시공하게 하고 기부 체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여기에 도가 제동을 걸었다. 국비 등 공공예산을 왜 사기업이 집행하게 하느냐는 당연한 문제제기였다. 이때부터 예다손과 갈등이 시작된다. 군 입장으로서는 지방재정투융자심사와 이를 토대로 한 예산확보, 예다손과의 운영협약체결 등을 준비하는 사이 생산시설이 포화상태였던 예다손은 다급해진 것이다.
결국 예다손은 신북면이 아닌 나주지역에 공장 부지를 경매 받아 여기에 가공시설을 건설하면서 군은 MOA의 이행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고, 친환경 쌀 제분공장이 난항을 겪게 된다.
주)예다손의 입장
예다손의 송현종 실장은 “군이 부지를 빨리 사서 진행하라는 독려에 부지를 샀고, 쌀가공협회가 제기한 투서에도 적극 대응했다.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었다면 왜 부지까지 샀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하지만 군은 지금까지도 공장부지에 접근할 수 있는 도로개설조차 해주지 않고 있는데 무얼 믿으란 말이냐”고 지적했다.
송 실장의 지적대로라면 군은 지난해 MOA 체결 이후 예다손으로 하여금 쌀 가공공장을 건립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행·재정적 지원’에 대해서는 두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도시계획도로조차 개설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다손은 사업추진을 맡은 부서(친환경농업과)가 사람이 바뀔 때마다 추진방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당초 예다손에 60억원의 공공예산을 줘 대신 집행하게 하려다 도가 제동을 걸자 이제는 군이 직접 집행하겠다고 나선 상황을 염두에 뒀음이다. 더구나 예다손은 사업추진에 아무런 진척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도 군은 MOA에 명시된대로 2012년까지 본사 및 공장을 이전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의 고민
예다손의 주장에 대해 군 관계자는 “행정업무에는 절차가 있는 만큼 사기업이 추진하는 업무와 달리 시간적으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한다. 그러면서도 군은 ‘사람이 바뀌면서 업무처리방식도 바뀌었다’는 업체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다. 김희석 과장은 “업무추진과정에서 다소의 혼동이 있었고, 이 때문에 업체와 갈등한 면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다손이 나주에 이미 생산라인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고, 제분시설까지 갖추기로 하면서 체결한 MOA의 이행은 물 건너갔다고 군은 판단하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제분공장 건설을 추진할 경우 군이 얻을 수 있는 이득(MOA 이행)이 없는 반면 예다손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업추진 여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향후 전망은?
친환경 쌀 제분공장이 처한 상황은 영암지역에서 투자 유치한 기업이 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여전히 ‘험로(險路)’임을 뜻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사업추진방식을 놓고 오락가락한 군의 태도에 대해서는 ‘업무추진능력이나 행정력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낳고 있다. 40억원에 달하는 국·도비가 지원되고, 영암에서 생산되는 쌀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으며, 고용창출효과가 큰 사업과 기업을 유치해놓고도 이를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이 사업추진을 포기할 경우 그 파장이 심상치가 않을 전망임은 분명하다. 군이 다른 분야에서 정부와 도의 지원을 받는 일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는 당연히 앞으로의 투자유치에도 나쁜 선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군의 고민은 이래저래 커져가지만 정작 더욱 큰 문제는 예다손과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사태를 풀어나가기 위한 채널도, 사람도,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국책사업이자 전남도의 특수시책은 흐지부지되어가고 있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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