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 天下’ 산수, 잘 보존된 소수민족 전통이 낳은 傑作

中國 桂林에서 본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1>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2011년 08월 12일(금) 08:45
투융자심사가 연기되는 등 난항에 봉착해 있기는 하지만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 조성사업은 여전히 영암군의 핵심현안이다. 잘 알려진 대로 산수뮤지컬은 중국의 실경(實景) 뮤지컬인 ‘인상(印象) 시리즈’가 그 모태(母胎)다. 특히 중국 계림(桂林) 양삭(陽朔)의 ‘인상(印象) 유삼저(劉三姐)’는 산수뮤지컬의 직접적인 모티브다.
필자가 지난 7월30일부터 8월4일까지 중국 계림을 방문해 인상(印象) 유삼저(劉三姐)를 비롯한 관광프로그램 및 관광지를 취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中國 桂林에서 본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은 여행기(旅行記)가 아니다. 인상(印象) 유삼저(劉三姐)를 본 떠 만든 산수뮤지컬이 꼭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전제조건들 가운데 단 몇 가지를 꼽아보려는 시도다. 필자의 시도와 주장에 대한 반박과 새로운 전제조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편집자註>
중국 거장 장예모 감독 연출 양삭(陽朔) 주민 삶의 대전환점
실경 산수뮤지컬 성공 이면엔 계림 절경·전통문화가 ‘큰몫’
◇ 인상 유삼저와 산수뮤지컬
김일태 군수는 2009년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암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초대형 수상 뮤지컬을 제안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구 1만명의 시골마을에 불과한 양삭(陽朔)은 수상 뮤지컬 공연으로 인해 7-8년 만에 인구 35만명의 관광도시로 발전했다.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관광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더불어 인구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월출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칠지폭포와 사자봉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자저수지를 수상 뮤지컬 공연장으로 선정한 것은 기암괴석이 훌륭한 배경 역할을 하는데다 소쿠리 모양의 지형이 음향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출연진만 600명에 이르는 수상 뮤지컬은 주연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지역에서 선발하기 때문에 고용창출효과도 엄청나다. 여기에 야간공연의 특성상 공연이 끝난 후 관광객들이 영암에서 묶을 수밖에 없어 숙박업소와 음식점을 중심으로 영암 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한옥박람회와 F1대회가 열리고 있고, 월출산 로프웨이까지 허가가 날 경우 영암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일약 전국 최고의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 조성사업이 왜 시작되었는지 뿐만 아니라 사업에 대한 김 군수의 의지까지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인상 유삼저를 관람한 때는 7월31일 밤 8시였다.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3회 공연한다는데 7천여석에 달하는 관람석은 그야말로 꽉 찼다. 이틀 동안 하루 2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강산수극장’(離江山水劇場)을 찾았다는 얘기다. 평일에는 1회 공연하는데 객석 점유율은 40-50%에 달한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김 군수가 아니었더라도 인상 유삼저 같은 실경 뮤지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본론은 다음 회에 수차례 게재하기로 하고, 관광객의 입장으로 둘러본 계림의 현주소먼저 써보자. 아무리 세계적인 거장이 연출했더라도 인상 유삼저가 성공한 배경은 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갑 천하(甲天下) 계림산수(桂林山水)
광서성(廣西省) 장족자치구(莊族自治區) 북동부에 있는 대도시 계림은 곳곳에 쓰여 있는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계림의 산수가 천하제일이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과 물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곳이다. 계림의 산수는 필자의 필력으로는 결코 상대하기 어려웠지만 ‘중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는 표현정도면 쉽게 이해는 시킬 수 있을 성싶다.
아열대기후와 계수나무 가로수가 인상적인 계림은 오랫동안 주요 교역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문화중심지이기도 했다. ‘계수나무숲’이라는 뜻의 계림은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카르스트 지형으로도 유명하다. 깊이 침식된 석회질 평원에는 높고 뾰족한 산봉우리가 많이 남아 있다. 봉우리의 양쪽에는 아슬아슬하게 몇 그루의 나무들이 삐죽 솟아나와 있다. 이런 산세 때문에 오랫동안 중국 미술과 시가의 소재가 되어왔다고 한다.
계림에서 인상적인 또 하나는 다민족이 함께 거주하는 도시라는 점. 장(壯)족, 묘(苗)족, 요(瑤)족, 동(?)족 등 소수민족들이 성내에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산다. 푸른 산과 맑은 물은 이들에게 순박한 정과 옛 풍속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게 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계림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인구 60만명 정도인 도시 규모에 비해 관광 관련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이유다.
나중에 거론하겠지만 인상 유삼저가 성공하게 된 요인을 계림에서도 찾으라면 첫째는 갑천하(甲天下)인 계림의 산수, 둘째는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삶, 그리고 셋째는 잘 보존된 전통문화 등이다.
◇ 작은 계림, 양삭(陽朔)
인상 유삼저가 열리는 양삭(陽朔)은 계림에서 이강(離江)을 따라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가면 만나는 도시다. 특이한 산세와 천만가지의 모양을 한 종유석이 가득한 동굴, 잘 보존된 소수민족들의 삶의 모습 등이 특징이다.
“이 강도 이강(離江)이요, 저 강도 이강(離江)이다”고 할 정도로 곳곳에서 만나는 이강은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양삭에서 만나는 이강은 어느 곳보다도 깨끗해 “양삭의 하천은 천리가 모두 그림 같고, 벽연봉에 사람이 사는 듯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양삭은 계림과는 달리 원래는 배낭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길 곳곳에 들어서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서양식이고, 중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많이 들리는 곳이 바로 양삭이다. 특히 양삭에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이강을 따라 하이킹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강의 푸른 물과 아열대의 무더위를 식히려는 한가로운 물소의 모습은 그 자체가 그림이기 때문이다.
인상 유삼저가 뜨면서 양삭에서 가장 유명해진 곳이 바로 ‘서가(西街)재래시장’이다. 양삭의 중심거리에 위치한 이 시장은 서구 관광객들이 즐겨 찾으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유럽식 자유시장(양인거리라고도 함)이라 한다. 말 그대로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중국 전통 재래시장 거리로 각종 중국 골동품 및 공예품, 서양식 카페와 음식점, 술집 등이 즐비하다.
명품(비록 ‘짝퉁’이기는 하지만)에서부터 물소 뿔로 만든 주걱이며 머리빗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만물시장인 이곳에서 가격은 당연히 흥정하기에 달려 있다.
당국이 의도했든지 그 반대이든지 재래시장 하나가 수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될 수 있음은 우리도 눈여겨볼 일이 아닌가 싶다.

◇ 장예모 감독 연출 ‘인상 유삼저’
김 군수의 말처럼 시골마을 양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인상 유삼저’는 중국이 낳은 거장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극장이 아닌 계림의 진경산수로 꼽히는 이강 2km구간과 주변 12개 봉우리의 거대한 실경(實景)이 배경이다. 한 마디로 ‘뛰어난 예술성과 광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야간 수상 환상 쇼’다.
장예모 감독이 나선 이유는 의사였던 그의 어머니 고향이 바로 양삭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동행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1998년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기획, 감독하는 등 영화뿐만 아니라 공연과 무대예술에도 관심을 가졌던 그는 2003년 인상 유삼저를 5년 반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시켰다. 인상 려강(印像 麗江), 인상 서호(印像 西湖), 인상 해남도(印象 海南島), 인상 대홍포(印像 大紅袍) 등으로 이어지는 산수실경연출(山水實景演出)인 대형 수상 오페라의 시작이었다.
많을 때는 830명에 달하는 배우들(전문배우가 아니라 주로 마을주민들)이 출연하기도 한다는 인상 유삼저는 양삭지방에 오랜 동안 전해 내려온 유삼저(劉三姐) 설화를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꾀꼬리의 환생인 영민한 유씨(劉氏) 집안의 셋째 딸이 악독한 지주에 맞서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는 과정을 그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과 폐막식을 연출했던 거장 장예모 감독이 직접 연출해 더욱 유명해진 인상 유삼저 덕분에 인구 1만의 농촌마을 양삭은 계림을 뛰어넘는 관광지로 바뀌었고 주민들의 삶을 대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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