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부농 비결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농법 때문

영암 월출 황토고구마 김의준씨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2011년 09월 02일(금) 09:33
고구마 농사로 연간 1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농사꾼이 있다. 그를 ‘고구마 농사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직 땅 심만 믿고 미리 준비할 따름인, 전형적인 농부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고, 믿고 찾을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이다. 결코 술수를 부리는 법이 없다. 그 덕분일까? 그의 밭에서 캔 고구마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전국 각지로 팔려나간다.
■ 농사,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영암 월출 황토고구마’ 농사꾼 김의준씨.
그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한마디로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표현한다. 아끼고 또 아껴가며 생활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호주머니에 한번 돈이 들어가면 나오는 법이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만큼 아끼고 절약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한 때는 영암읍에서 제법 잘나가는 의류·신발 유통업을 했다. 동종업계에서는 널리 알아주는 ‘메이커’ 제품이었다. 하지만 돈 벌이는 쉽지가 않았다. 모두 거덜 내고(?) 생각한 것이 고구마 농사였다. 그 때가 1997년께다.
“대충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밭에 고구마 순 심고, 물 잘 주고 비료 뿌려주면 수확할 수 있겠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 자체가 착오였습니다. 첫해에 3천만원을 날렸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디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고구마 농사의 이치랄까 방법을 깨닫고 터득하는 데만 대략 5년 넘게 걸리데요.”
그가 ‘초보’ 고구마 농사꾼으로 이처럼 겪은 시행착오는 지금 값진 교훈으로 남아있다. 인근에 있는 고구마 선도농가를 찾아 살균처리기술도 배우고, 고구마를 맛있게 생산하고, 저장하는 방법도 익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덕택에 지금은 영암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고구마 박사’가 됐다. 억대부농의 대열에도 끼었다.
고구마 농사비결을 묻자 그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거의 매일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요. 그렇다고 농사꾼은 마냥 빈둥거려서는 수확을 기대할 수 없어요. 비가 그치면 언제라도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고구마는 아무 땅에나 심으면 공기가 들어가 죽습니다.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고품질의 고구마를 생산하기 위한 생육환경을 일년내내 만드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 고구마 농사의 첫 번째 비결입니다.”
■ 땅을 믿고 땅에 투자해야
그의 고구마 농사준비는 철저하게 땅을 믿고 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올해 그가 가꾼 고구마 밭은 대략 50여ha(16만5천여평). 임대한 황토밭도 많지만 철저하게 땅 심을 보고 골랐고, 연초부터 고구마 생육에 적합한 토양환경 만들기를 한 땅들이다.
남들보다 먼저 로터리를 친다. 이를 통해 가뭄이 들어도 문제가 없도록 대비한다. 화학비료 대신 완숙퇴비 위주로 시비한다. 비싸지만 효과가 좋은 유기농 퇴비사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퇴비를 많이 줘 키우면 잎이 건강하고 그 결과 맛좋은 고구마 수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확 후 밭갈이를 할 때에는 석회를 뿌려 연작장해도 예방한다.
김씨는 이런 그의 농법이 영암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모든 농사에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사는 뭐니 해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유기농퇴비 지원 등 관공서에서 농민들을 지원하려면 이왕이면 미리미리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무원들에게는 번거롭고 불편한 일이겠지만 제가 보기에 농민들에게는 절실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 소비자가 찾는 농산물 생산해야

고구마로 부농의 꿈을 이룬 김씨가 요즘 자신을 찾는 농민들에게 해주고 있는 교훈 한미디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다.
“농산물을 생산해놓았는데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농부는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기다리면 됩니다.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해간 소비자들이 하나 둘씩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 이제 좋은 농산물은 소비자들이 찾는 시대가 됐어요. 특히 고구마의 경우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저장방법이나 시설이 없어 유통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저장방법과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고 유통망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고품질의 고구마만 생산한다면 유통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김씨의 고구마 수확은 7월 첫 수확에서부터 11월 초순까지 이뤄진다. 수확작업에는 매번 9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동원된다. 수확한 고구마는 자체 선별기를 통해 철저한 선별과정을 거친다. 특·상·중·하 등 7단계로 선별한 후 등외품은 가공용으로 출하하고 있는데, 김씨가 생산하는 고구마는 50% 이상이 ‘특품’이다.
또 고구마를 수확한 후 최소 2주일 이상 지난 뒤 출하한다. 고구마 수분이 줄어 감모율이 10%에 달하고 처음에 비해 외관이 좋지 않지만 당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를 ‘숙성과정’이라고 표현했는데, 당연히 소비자들도 대만족이다. 밭에서 캐기가 무섭게 거래처에서 가져가고 있다.
“제 얼굴을 보고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영암 월출 황토고구마를 보고 가져가는 겁니다. 그래서 고구마 농사는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라는 겁니다.”
■ 이젠 불우이웃 돌아보는 여유도
김씨가 고구마 농사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대략 15억원 가량. 올해는 시세가 좋아(10kg 한상자에 2만7천원-3만원) 매출액이 더 늘 전망이다. 올해 고구마 시세가 좋은 것은 지난해 채소값이 좋아 고구마를 심는 대신 채소를 심은 농가들이 많기 때문. 일반 농민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르나 김씨가 보기엔 결코 달갑지 않은 농사법이다. 땅 심을 믿고 미리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농법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도농가 8명과 황금유통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하기도 한 그는 요즘 틈틈이 불우한 이웃들을 돌아보기도 한다. 연말연시 때면 영암군청과 읍사무소 등에 그가 직접 재배한 고구마 수백박스를 기탁하고 있는 것.
“이젠 농산물도 맛이 없으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습니다. 맛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려면 땅을 믿고 투자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농사는 한철만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준비하고 계획해야 맛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농업으로 성공하려는 농민들게 꼭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김씨는 이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 강조했다.구입문의는 ☎061)473-8855, 016-668-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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