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뒤늦게 공부하는 재미 빠진 송림축산 정옥복씨부부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2011년 09월 09일(금) 08:38
목포제일정보고 3년 재학중, 無學 설움 이젠 ‘훌훌’
“축산업에 종사하며 법인 대표를 맡고 있어 군청에서 공문을 자주 받습니다. 전에는 모든 업무를 직원이 처리했지만 학교에 다니고 있는 지금은 제가 직접 처리하고 있습니다.”
송림축산영농조합법인 정옥복(54) 대표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가난 때문에 못다한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당시 진도 북초교 45명의 졸업생 가운데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이는 나를 포함해 단 두 명이었어요. 모두 교복 입고 학교 가는데 갈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뒤로 그는 앞만 보며 살았다. 남의 집 막노동을 마다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 결과 30년 넘게 영암에 정착해 살면서 현재는 송림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을 만큼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배우지 못한 것은 역시 아픔이었다. 지역축협 대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쓴잔을 마셨다. 학력이 부족해 실패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아이들 교육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생각에 아내와함께 ‘큰 결심’을 했다. 늦었지만 배움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정 대표는 아내와 함께 목포제일정보중학교를 졸업한데 이어 현재는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3학년 같은 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함께 학교 다니다 보니 부부애도 더 깊어졌다. 함께 등하교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가르쳐주곤하니 당연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눈앞에 둔 지금 그는 매사에 자신있고 당당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력서 학력기재란에 당당하게 ‘고졸’이라고 쓸 수 있는 것만해도 참을 수 없는 기쁨이다.
정 대표는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장까지 맡았다. 또 가난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고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살아왔던 자신의 안타까운 사연이 반복되지 않게 같은 처지의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사)청록청소년육영회에도 가입해 있다. 불우청소년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
정보중·고교에 다닌 덕분에 ‘컴맹’도 옛일이 됐다. 문서작성에서 이메일까지 자유자재다. 주위에서 아직도 컴퓨터를 무서워하는 이들에게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를 소개한다. 배움에는 나이가 소용없는 것임도 강조하곤 한다. 졸업 후 아예 대학까지 진학해 전문적으로 축산업을 공부하고 싶다는 정 대표의 배움의 열정은 끝이 없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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