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만 낭비하는 축제 공화국
김명전 www.yanews.net
2011년 10월 28일(금) 10:09
김명전
성균관대 법과대학,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삼정KPMG부회장 겸 삼정투자자문 대표이사
前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언론비서관
前 EBS한국교육방송공사 부사장
대한민국은 축제 중이다. 전국 234개 지자체에서 열리는 축제는 1년에 2000 여 개에 달한다. 매일 전국 어디선가 3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계산이다.
많은 축제가 열리지만 예산만 낭비하면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지난 10월 초, 울주군 온양에서 열린 ‘옹기축제’는 말만 옹기축제였지 외지에서 생산된 옹기를 현지에서 생산한 것으로 위장 판매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충북 괴산군은 2005년에 특산물인 고추를 홍보하기 위한 축제 용으로 초대형 가마솥을 만들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축제 당시 4만여 명의 군민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선전하며 만들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지금도 가마솥 유지비용으로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웃지 못할 시례다.
혈세만 낭비하는 웃음거리 축제 많아
지역축제가 역사와 지역특산물을 테마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려 차별성이 없는 경우도 많다. 경남에서는 통영 한산대첩축제와 고성 당항포대첩축제, 남해 노량해전 승첩제 등 이순신 장군 전적지를 중심으로 유사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삼, 전어, 고추, 송이 등 특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도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전어 철을 맞아 전어축제가 열린 지역만 5곳에 달한다. 충남 보령 무창포, 서천 홍원항, 전남 광양 망덕포구, 보성 율포지구에서 행사가 열렸으나 행사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축제의 명분은 모두 지역의 문화 창달과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두고 있다. 실제로 축제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까? 경제기여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경제유발효과’ 측정이다. 경제유발효과는 특정 이벤트로 생기는 생산·소득·고용 등 유발효과를 모두 합쳐 수치화한 통계이다. 경제유발효과는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산업연관분석’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통계는 사실상 이론적 추정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떤 모형에 어떤 변수를 집어넣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 추정치 대로라면 지방축제가 본격화된 것이 15년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벌써 부자가 되어 있어야 맞다. 그러나 그게 아니지 않는가?
지역경제의 활성화 기여하는 경우 드물어
대부분의 축제가 전문성과 예산, 준비기간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선심용으로 먹고 노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의 모 지자체의 경우 10월 한 달 동안 호수예술축제, 행주문화제 등 문화예술축제만 무려 700회에 달한다고 한다. 충남에서 올해 열리는 축제는 100여 개로 국도비와 시군 예산을 합하면 215억원에 이른다.
경북 50개, 경남 100개, 강원 86개, 전북 47개 등 시도별로 헤아리기 조차 힘들다. 그러나 제대로 된 축제는 얼마 되지 않는다. 자치단체장의 치적용으로 이용되거나 혈세만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는 현실이다.
반면, 지역의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 등을 잘 결합하여 상시적인 운영체제를 갖추고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전남 영암군의 ‘기(氣)찬랜드’다.
영암군(군수 김일태)은 일회성 축제가 갖는 소모성 예산 낭비와 먹고 노는 축제를 지양하고 건강과 휴양에 문화제를 가미한 일종의 테마파크를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데 성공했다. ‘기찬랜드’는 즉흥적인 발상이 아닌 2006년 부터 2년여에 걸친 타당성조사와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사업 추진도 단계적으로 진행하여 운영과 예산확보 등의 부담을 줄이면서 완성해 가고 있다.
영암군의 ‘기(氣)찬랜드’ 수범적 사례
영암군의 기찬랜드는 국립공원 월출산이라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활용하고, 이 산의 정기인 ‘기(氣)’를 건강상품으로 브랜드화한 최초의 사례이다. ‘무형의 기’를 ‘유형의 상품’으로 개발한 창조적인 발상이다. 이 ‘기’를 소재로 휴양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에 이 지역 출신의 악성 김창조 선생 등 명인을 배출한 문화적 전퉁을 옷으로 만들어 입히고, 왕인 박사의 유적지 등 관광명소와 연결했다. 건강과 휴양에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축제를 만들고 역사를 알리는 복합적 관광의 개념을 담았다.
일회성 축제로 예산만 낭비하는 지자체에는 귀감이 될 만한 수범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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