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於安樂 難得糊塗<‘사어안락 난득호도’>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1년 10월 28일(금) 10:14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역사 속 인물로 스러져갔지만 그가 2005년 미국 명문 스탠포드대학 졸업연설에서 남긴 명언은 살아있는 이들의 뇌리에 영원히 간직될 것 같다. ‘Stay hungry!, Stay foolish!’. 해석하자면 ‘항상 갈망하라, 항상 무모하라’라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이 명언이 우리의 가슴에도 와 닿는 이유는 동양사상과도 그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맹자(孟子)가 남긴 말 가운데 ‘생어고난(生於苦難) 사어안락(死於安樂)’은 ‘Stay hungry’와 딱 들어맞는다. 힘들고 어려움에 삶이 있고, 편안하고 즐거움에 죽음이 있다. 근심과 걱정이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고 편안하고 즐겁다는 것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맹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처럼 표현했다고 한다.
‘Stay foolish’와는 ‘난득호도(難得糊塗)’가 통한다. 청나라 정판교란 사람의 인생철학이라고 전해지는 이 말은 직역하자면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중국사람들이 쓰는 말 가운데 ‘총명난(聰明難) 호도경난(糊塗更難)’하면 이해가 더 쉽다. ‘총명해 보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리숙해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는 뜻이다. 똑똑한 사람이지만 자신을 낮추고 바보처럼 사는 것이 자신을 비우는 일이자 채우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노자(老子)는 ‘수심파랑정(水深波浪靜) 학광어성저學廣語聲低)’라 했다. 물이 깊으면 파도가 고요하고 배움이 넓으면 말소리가 나직하다는 뜻이다. 큰 소리는 귀로 듣기 어렵고, 모가 넓으면 모퉁이가 없는 법이다(大音希聲 大方無隅). 스티브 잡스는 젊은시절 일본 승려를 만나 선불교에 입문했고, 장기간 인도 히말라야 여행을 통해 불교를 더욱 깊게 공부했다. 그가 남긴 명언에 이처럼 동양철학 또는 동양사상의 흔적이 깊게 배어 있는 것은 아마 그런저런 영향 때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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