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파장은?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2012년 03월 16일(금) 11:26
농업분야 향후 15년간 10조470억원, 전남 1조4천85억원 소득감소
전남축산농 피해액 연평균 700억원 소·돼지고기 집중 대책 절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타결 4년10개월만인 3월15일 발효됐다. 비준동의안과 14개 부속 이행법안이 여야 공방 끝에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된 지 꼬박 넉달 만이다. 이로 인해 미국산 농산물의 3분의 2는 관세가 전부 사라졌고, 나머지 품목의 관세도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10년 가량 지나면 한국과 미국은 상대편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단일시장이 되게 된다.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자동차 등 수출전략산업에는 청신호가 켜진 반면에 농도인 전남에서는 농업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 농업피해는 얼마?
한미 FTA의 발효로 가장 피해가 큰 분야는 농업이다. 정부는 협정발효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이 FTA가 없었을 때보다 15년간 연평균 4억2천400만달러 늘어나고, 국내 농업생산액은 8천15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분야별로는 축산물이 4천866억원으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과수 2천411억원), 채소·특작 655억원 등이다. 품목별로는 쇠고기 2천2억원, 돼지고기 1천625억원, 닭고기 770억원 등의 순으로 모두 축산물이다.
■ 품목별 영향은?
가장 중요한 쌀은 한미FTA에서 개방이 제외된 유일한 농산물이다. 하지만 찐쌀은 현행 관세 50%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콩은 식용으로 들어오는 물량은 현행 관세 487%가 그대로 유지되지만, 협정 발효 첫해 1만t을 시작으로 3년차에는 2만5천t의 무관세쿼터가 설정됐다. 쿼터는 4년차부터 해마다 3%씩 복리로 늘어난다. 문제는 무관세쿼터 콩이 고품질의 소포장 정선콩(IP콩)이란 점이다. 협정문은 IP콩을 ‘95% 이상의 단일 품종으로, 이물질이 1% 이하일 것. 벌크 상태가 아닌 포대나 컨테이너로 선적할 것’으로 규정한다. IP콩은 미국 현지에서 일반콩보다 4~5배 비싼 값에 거래된다. 다른 무관세쿼터 농산물은 국내에 수입된 뒤 일정액의 수입차익(마크업·Mark-up)이 붙은 채 방출되지만, IP콩은 관세는 물론 마크업도 부과되지 않는다. IP콩의 국내 유통가격은 1㎏당 1천755원으로 추정된다. 국내산 콩 도매가격 5천400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산 오렌지는 국내 감귤 수확기인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50%인 현행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나, 이 기간 이외에는 첫해 관세가 30%로 내려간 뒤 7년 뒤엔 완전히 사라진다. 따라서 3월 이후 출하되는 시설감귤과 한라봉 등은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일부 감귤 품종은 15년 후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관세 없이 들어온다.
■ 축산업 피해는?
쇠고기는 40%의 관세가 매년 2.67%씩 내려가면서 15년 뒤면 완전히 사라진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늘어 국내 소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 정부는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발동한다는 권리를 얻어냈다. ASG는 협정 발효 15년차까지만 가능하다. 그러나 한우업계는 ASG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ASG를 발동하려면 첫해 쇠고기 수입량이 27만t에 달해야 하고, 이후 매년 6천t씩 늘어 15년차에는 35만4천t을 웃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했던 해는 2002년으로, 22만t이 들어왔다. 이밖에 육우(40%)와 족·꼬리 등 식용설육(18%), 쇠고기 가공품(72%)의 관세도 15년에 걸쳐 완전히 철폐된다.
미국산 돼지고기 지육가는 국내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피해가 막대하다. 국내 양돈농가에 민감한 냉장삼겹살과 갈비·목살은 10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진다. 다른 냉장육은 2014년 1월1일, 냉동육은 2년 늦은 2016년에 관세가 철폐된다. 돼지고기 관세가 내려가면 미국산 돼지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산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 전남지역은?
한미FTA 발효로 농업분야는 향후 15년간 전국적으로 10조470억원의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 전남의 경우 1조4천85억원(전국의 14%)의 농어가 소득 감소가 현실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EU 피해액의 4배로,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 피해액까지 합하면 연간 1158억원의 농업피해가 우려된다.
한미 FTA로 인한 전남 축산농가 피해액은 연평균 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축종별로는 돼지와 소고기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의 경우 한·미 FTA 발효 5년이 되면 전체 규모의 9.5%에 달하는 139억원의 생산감소가 불가피하며 소고기 생산 감소도 전체 규모의 17.8%에 달하는 119억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조류 농가가 많은 지역 특성상 닭고기 생산감소액도 57억원(11.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칠레 FTA 협상 이래 10여 년 새 44개국과 FTA가 발효되는 등 시장 개방이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으나 특별법 등 관련 대책 마련은 더디다.
실제로 전남도가 지난해 5월 FTA 대응 방안을 골자로 한 국회와 정부에 건의한 사항은 4대 분야 59개 과제로, 현재까지 반영된 과제는 10여개로 반영률이 3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이대로 라면 이농과 대도시·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강소농(强小農) 정책마저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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