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기찬 묏길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처럼

황용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2년 03월 16일(금) 11:41
영암지역 거점고 육성 추진협의회 위원장
영암교육지원청 교육미래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 ROTC 중앙회 부회장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월출산 기찬 묏길 골짜기에 수복히 쌓였던 눈이 입춘이 지나면서 계곡물로 변하여 흐르는 소리가 내 귀에 맑고 선명하게 들리니 산책하는 이들의 마음을 머무르게 할 만하다.
요즈음 영암의 화제는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인들과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에서 영암 교육의 장밋빛 미래를 좌우하는 영암지역 거점형 고등학교 선정 문제에 초미의 관심이 몰려 있다. 그러나 인간의 시간은 월출산 기찬 묏길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보다 더 빠르게 주야로 흘러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보다 인생 경륜이 많은 선배님들이 더 관심을 갖는 화두는 ‘세월이 참 빠르다’는 이야기에 있었다. 내가 벌써 이 나이라니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하는 아쉬움과 육신이 늙어가되 마음은 청춘이라는 인생에 대한 허무함을 솔직히 토로하곤 했다.
고희(古稀)가 훨씬 지난 존경하는 선배 어르신과 운동을 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옛날 같으면 청산에 누워 있을 내가 세상이 좋아져서 이렇게 자연을 벗 삼고 운동을 하려 다니니 얼마남지 않은 내 인생 후회없이 즐겁게 살다 가련다라고 하면서 인생 철학을 나름대로 들려 주셨다.
농부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나서 학창 시절을 보낼 적에 부모님께서 “공부해라”라고 말씀하실 때는 짜증을 내며 공부을 소홀히 하고 운동을 한답시고 친구들과 어울러 돌아 다니던 그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지 않아 불평을 하였지만 이제와 뒤돌아 생각해 보니 동네 어른들이나 선생님들이 들려 주셨던 말씀인 즉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내가 너희 나이만 되어도 열심히 공부를 할 텐데….’가 오늘은 뜨거운 곰국처럼 가슴에 치밀어 오는 이유가 뭘까?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런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앞에 시간이 탑처럼 많이 쌓여 있어 보이고, 공부도 차차 자라면서 하면 된다고 게으름을 피웠던 미래의 과거가 후회스럽게 빨리 흘러 가고 말았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것을 이제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는 지금 흘러 간 내 인생을 들여다 보면서 월출산 기찬 묏길 계곡의 바위틈 사이를 주야로 흐르는 물같이 제2의 삶을 살아 가려고 다짐해 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고 투명한 것이 시간이더라.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나에게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낼 것이냐. 그러므로 사람의 노력에 따라서 누구에게는 빨리 가고, 누구에겐 느리게 가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았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에 따라 인생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어느덧 황혼의 나이인 이순(耳順)을 넘어보니 나이에 걸맞게 시간은 가속도가 붙어서 달려가고 있지만 지난날에 시행착오로 놓친 인생의 꿈을 다시 꾸게 된다는 사실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위로해 주고 싶다.
로마의 철인 아우렐리우스는 “시간이란 모든 피조물로서는 거역할 수 없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다. 그 어떤 것이든 눈에 띄자마자 곧 흘러 가버리고 다른 것이 그 자리를 메운다. 그러나 그것 역시 곧 흘러가 버린다”라고 하였다.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최선을 다 해 이 순간을 살라는 뼈아픈 가르침이 아닌가. 과거에 매달려 후회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근심하거나 염려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번민케 하는 것들을 지금 털어 버리는 것이다. 모두 땅에 내려 놓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99세인 올해 첫 시집 ‘약해지지 마 じけないで?’ 저자 시바타 도요 일본 시인의 싯구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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