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관문 버스터미널 어쩌나?

영암 찾는 관광객·피서객들 불만 목소리 여전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2012년 07월 27일(금) 09:53
건물주 “운영지원해달라”에 군 “형평성 어긋나”
겨울철, 한 낮에도 영하권을 맴도는 엄동설한인데 ‘서민용’이라는 연탄난로조차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춥고 어둡고 썰렁하다.
여름철, 푹푹 찌는 더위가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다. 어디 한구석에 앉아 TV라도 보며 흐르는 땀을 식힐만한 공간조차 없다.
다름 아닌 영암 관문(關門)인 영암읍 버스터미널(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의 현주소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기찬랜드 등 이름난 관광지를 찾아 제법 많은 피서객과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지난 겨울처럼 올 여름에도 군에 불만을 쏟아내는 군민과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건물주는 물론 군 역시도 속수무책이다.
■ 영암읍 버스터미널은?
영암읍 버스터미널이 이런 지경이 된 것은 영암읍의 끊임없는 쇠락과, 결과론적인 지적이지만 터미널의 입지선정 잘못 때문인 것 같다.
영암읍 남풍리 4-1에 자리한 버스터미널은 1997년12월1일 현 위치로 옮겨지어져 문을 열었다. 부지면적 6천777㎡에 지상 2층 건물로 지어진 버스터미널은 연면적이 3천400.64㎡로, 1천㎡에 달하는 대합실과 6개의 개찰구를 갖췄다. 주차장 만해도 460㎡에 달할 정도여서 어느 시군에 내놓아도 제법 번듯한(?) 버스터미널이다.
하지만 새로 옮긴 버스터미널은 상가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영암읍 중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갈수록 쇠락해가는 영암읍 경제도 버스터미널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설상가상으로 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들까지 급격히 줄어들면서 급기야 건물이 경매처분 되기에 이른다. 현재의 버스터미널은 목포에 주소를 둔 박모(41·여)씨가 2010년6월 경매 받아 소유하고 있고, 직원 3명을 둬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 현주소는?
군이 관리하고 있는 이용현황에 따르면 영암읍 버스터미널은 버스 3사가 일일 평균 150회 운행하고 있으며, 이용여객은 3천명으로 되어 있다. 어찌됐든 외지인들이 버스를 이용해 영암을 찾을 때 맨 처음 들르는 관문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막상 건물 내부에 들어가면 금방 실망할 수밖에 없다. 매점 1곳, 식당 1곳, 약국 1곳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개찰구가 6개인 대합실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냉난방시설은 물론 TV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관리직원들의 노력 때문인지 대합실과 화장실 등의 청결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이다.
건물주인 박씨는 “직원 3명에게 지급할 인건비도 빠듯할 정도로 터미널 건물 운영이 어렵다”고 하소연 한다. 현재의 여객터미널 운영 상태로는 건물 내에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TV 등을 시설할 여건이 안 된다는 얘기다.
박씨는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영암여객터미널이 영암읍의 중심이고 관광지인 영암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현재 영암여객터미널 건물주로서 운영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다만 군에서 어느 정도 지원만 해준다면 건물주인 나 나름대로도 노력해 영암을 위한 좋은 시설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꼭 금전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공공근로형식으로 터미널 화장실을 관리해주는 등의 지원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 대책은 없나?
건물주의 지원요청에 군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버스터미널이 영암읍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암 관내에는 영암읍을 비롯해 삼호읍, 신북면, 시종면, 독천면 등 5곳에 버스터미널이 운영되고 있다.
군 지역경제과 이상규 교통행정담당은 “지난 겨울 승객들이 따뜻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칸막이와 난방시설을 해달라고 수차례 협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거꾸로 군의 지원을 요청해와 나름대로 검토를 했으나 다른 지역의 버스터미널에도 똑같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문제 등이 걸려 적절한 방안을 못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암읍 버스터미널 운영 개선과 관련해 군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환경개선을 바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건물주에게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만에 하나 건물주가 버스터미널을 폐쇄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담당은 “건물주가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할 리는 없을 것이지만 버스터미널 환경개선문제가 그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건물주와 계속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터미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물주인 박씨는 영암읍 버스터미널 환경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군 관계자와 만나 문제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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