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만난 가야금테마공원조성사업

악성 김창조 선생 기리는 곳에 ‘발자취’ 누락 큰 우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2년 07월 27일(금) 10:54
건축공사가 모두 끝나 하루빨리 개관해야할 가야금테마공원조성사업이 큰 난관에 봉착했다. ‘악성(樂聖)’ 김창조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그가 창시한 가야금산조의 본향이 영암임을 알리기 위해 추진된 가야금테마공원에 자칫하면 김창조 선생의 발자취가 누락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는 김창조 선생의 손녀인 죽파 김난초의 제자이자 가야금산조의 정통계승자로 알려진 양승희 선생(인간문화재)이 김창조 선생의 유품인 가야금과 악보 등 일체의 자료를 전주에 건립중인 국립무형유산원에 기증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군은 설득 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야금테마공원조성사업의 현주소를 긴급점검 했다. <편집자註>
양승희 선생, “모든 자료 국립무형유산원 기증, 지적재산권 등록”
군, 자료 부족하면 전시실 축소…가야금산조 본향 위상 실추 우려
내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실시…자료 확보 포기 말아야
■ 가야금테마공원조성사업은
영암읍 회문리 35-1번지 일원 2만8천880㎡에 국비 92억9천200만원 등 총사업비 190억원을 투입해 기념관, 사당, 생가터, 주차장, 야외공연장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올 들어 지난 6월말까지 모두 137억200만원이 투입되어 2단계 조성공사까지 추진됐다. 97%의 공정으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현재는 인근의 야외 물놀이 시설인 기찬랜드가 개장하면서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나 오는 10월이면 잔여공사를 모두 끝내는 데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현재 가야금테마공원에는 기념관, 사당, 제실, 누각 등 4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기념관은 전시실 700㎡, 공연장 297㎡(206석), 사무실 등 1,080㎡ 등의 규모다. 또 사당은 16㎡, 제실은 26㎡, 누각은 81㎡ 규모로 지어졌다.
■ 차질 빚은 전시물품 수집
가야금테마공원의 개관을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사유가 바로 전시물품 수집 차질이다.
실제로 가야금테마공원 내에 가장 중요한 시설인 김창조 기념관 가운데 전시실의 규모가 가장 크다. 그도 그럴 것이 김창조 선생이야말로 가야금테마공원을 계획한 이유이고, 선생의 유물과 각종 자료들이 전시되어야만 가야금산조의 본향인 영암의 위상에 걸 맞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은 그동안 양승희 선생에 대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문화관광실장 등이 세 차례 방문해 김창조 선생이 연주했던 것으로 알려진 ‘법금’ 등 가야금과 악보, 유품 등을 기증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면으로도 세 차례에 걸쳐 같은 요청을 했다. 그럼에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군은 현재 거의 체념에 가까운 상태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양승희 선생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영암군과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피력했다.
양승희 선생은 “영암의 가야금테마공원에 김창조 선생의 자료를 기증할 마음도, 가치도 없다 생각한다. 영암군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영암군과 군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느낌이다”고 했다.
선생은 또 “정부가 전주에 건립하고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에 ‘김창조 관’을 따로 만들고 이곳에 가야금 등 각종 자료를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영암에는 단 한 가지의 자료나 유품도 기증하지 않겠다. 김창조 선생과 김죽파 선생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지적재산권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영암군은 사용하지 못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승희 선생이 갖고 있다고 밝힌 유품 및 자료는 김창조 선생이 연주했다는 법금 1대와 가야금 1대, 김죽파 선생이 쓰던 가야금 2대 등 모두 4대의 가야금과 악보, 각종 유물 및 자료 등이다. 법금(法琴)은 정악에서 쓰이는 가야금으로 풍류가야금이라고도 한다. 반면에 민속악 또는 산조에 쓰이는 가야금은 산조가야금이라고 한다. 따라서 양승희 선생이 보유한 유품이 진품이라면 당연히 선생의 고향에 조성된 가야금테마공원에 보관해야 하지만 상황이 결코 녹녹치 않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양승희 선생은 모두 3대의 가야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를 맡기고 돈을 빌려 썼다며 군이 이를 계산하고 가져가라는 입장이었지만 여러 가지 정황 또는 사정으로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면서 “가야금이 과연 김창조 선생과 관련된 것인지 고증하는 문제 또한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 양승희 선생과의 갈등은 왜?
영암군과 양승희 선생의 관계에 이처럼 갈등이 빚어진데 대해 군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가야금산조축제에 대한 군의 예산지원 보류가 그 발단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10월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제11회 가야금산조축제는 김죽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영암이 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가야금산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기 위한 행사였다. 사단법인 한국산조학회가 주관하고, 가야금산조현창사업추진위와 ‘김창조 김죽파 가야금산조 및 병창보존회’가 주최해 인간문화재 양승희와 그 제자 100인의 가야금 향연으로 펼쳐졌다.
이 공연을 앞두고 군은 3천여만원의 지원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행사를 영암에서 개최해줄 것을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예산지원을 보류했다.
이에 대해 양승희 선생은 더 나아가 지난해 6월 본보에 보냈던 호소문을 상기시킨다<본보 2011년6월24일자 보도>. 양승희 선생은 당시 호소문을 통해 “2011년 김죽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유네스코 가야금산조 등재 확정을 위한 홍보를 위해 2011년10월9일과 12월11일 공연을 예약하면서 계획서와 공연취지문을 군청 담당직원 메일로 5월27일 송부했으나 6월22일 현재까지 군수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면서 “군비 3천만원을 지원 요청했는데 군은 3천만원을 김죽파 선생 공연에 쓸 것인지 황승옥(한국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씨 콩클에 쓸 것인지 황씨의 제안을 받은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양승희 선생은 “군이 제안을 기다리는 황씨는 가야금병창 전공으로, 김창조 가야금산조를 탈줄 모르며, 생전에 김죽파를 만난 적도 없는 (영암의 전통인)가야금산조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위원도 아니고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어 지난해 기찬랜드에서는 군과 한국전통문화연구회가 공모사업으로 유치한 ‘우리가락 우리마당’ 상설공연이 계속되면서 양승희 선생의 공연은 단 1회도 열리지 않는 등 갈등이 지속됐다. 또 황승옥 이사장이 전남도에 ‘사단법인 김창조 가야금 문화연구회’ 설립 신청을 내면서 양승희 선생의 분노는 극에 달했었다. 군과의 관계가 더욱 멀어져 양승희 선생의 표현대로 “영암군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 대책은 없나?
군은 양승희 선생에 대한 설득작업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그래도 여의치 않을 경우 전시시설사업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기념관 내 700㎡ 규모인 전시실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더구나 양승희 선생이 김창조 선생과 김죽파 선생 관련 자료를 지적재산권으로 등재하고, 유품 등 각종 자료를 국립무형유산원에 기증할 경우 자료의 진위여부를 떠나 가야금산조의 본향이라고 자처하는 영암군으로서는 뼈아픈 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김일태 군수가 직접 나서 양승희 선생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내년에는 가야금산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될 예정인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김창조 선생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노력은 절실해 보인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어떤 곳?
무형문화유산 보존·전승·활용 복합문화공간
국립무형유산원은 우리나라 무형문화유산 정책 반세기를 정리하고 무형문화유산의 가치 재창출을 주도해 나갈 국책기관이다.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896-1번지(전주한옥마을에서 전주천 건너편)에 건립 중이며 2013년 개관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무형문화유산 보존·전승·활용의 복합문화공간인 국립무형유산원은 국내 무형문화유산 활성화와 대중화는 물론 전통 한류문화 확산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긴 지 50년이 되는 올해 ‘무형유산법’(가칭) 제정을 통해 우리 무형유산 보호대상도 확대하고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무형문화재가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무형유산원 건립은 그 일환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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