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2년 07월 27일(금) 11:07
장마전선이 사라진 틈에 삼복(三伏)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삼복(혹은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함)은 초복, 중복, 말복을 일컬음이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 후 셋째 경일(庚日)이 초복(初伏), 넷째 경일이 중복(中伏)이다. 또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 후 첫 경일이 말복(末伏)이다. 복날은 10일 간격이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때로는 입추가 늦어지기도 하는데 말복도 따라서 늦어지므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를 월복(越伏)이라 한다. 복이 넘었다는 뜻이다. 어쨌든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있어 1년 중 가장 더운 혹서기(酷暑期)라고 보면 틀림없다.
임희재가 1956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단막희극 ‘복날’은 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절망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지만 복날 서민들의 생활상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때는 6·25전쟁 직후의 어느 중복 날. 시장 집에서 기르던 세퍼트가 약 먹은 쥐를 먹고 죽는다. 시장 집에서는 혹시라도 죽은 개를 훔쳐 먹는 사람이 있을까봐 서둘러 땅에 묻는다. 하지만 굶주린 철거민들은 마침 복날이고 해서 푹 삶으면 괜찮겠지 하며 이를 찾아 파내 잡아먹는다. 약에 중독되어 병원에 실려 가는 이가 발생하고, 철거민들은 자신들의 궁핍한 처지를 한탄한다.
이렇듯 개고기는 복날에 주로 서민들이 즐겨먹었던 음식이었다. 영계백숙이나 팥죽을 먹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궁궐에서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빙고(氷庫)에서 얼음을 타게 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서민들은 산간계곡에서의 탁족(濯足)이나 해안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며 무더위를 견뎠다. 이른바 ‘복달임’이다. 주의 깊게 볼 것은 복날의 음식이나 탁족 같은 복달임의 목적은 피서(避暑)가 아니라 오히려 제서(制暑)에 참뜻이 있다는 점이다. 육당 최남선도 ‘조선상식(朝鮮常識)’에서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 했다. 복날이 정해져 있음은 더위를 피하자는 게 아니라 정복하고 이겨내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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