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반시설 관리 일원화, 선제적 투자 공감대 군·황주홍 의원실 공동주최 ‘농업기반시설 관리개선 토론회’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2년 08월 24일(금) 09:27 |
영암군과 황주홍 의원실은 이날 영암, 장흥, 강진지역 농업인 등 300여명의 방청객이 참여한 가운데 ‘노후(老朽) 농업기반시설 방치-국가재앙 부른다’는 주제로 농업기반시설 관리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황주홍 의원을 비롯해 김일태 군수, 강진원 강진군수,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3개 시군 이장단 회장, 군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영암출신 손태열 전남도의원의 사회로 열린 1부 행사에 이어 2부 행사는 건국대 김선주 교수 사회로 ▲윤광식 전남대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농식품부 정황근 농업정책국장 ▲한국농어촌공사 방한오 유지관리본부 이사 ▲전남도 임영주 농림식품국장 ▲박경옥 한농연 영암군연합회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은 오후 1시30분부터 미암면 미촌저수지를 방문, 농업수리시설 노후화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도 함께 실시했다.
황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제기된 문제점과 대안을 토대로 ‘농업기반시설 노후화 및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 국정에 반영할 예정이며 이를 뒷받침할 법령개정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남대 윤광식 교수는 ‘농업기반시설 관리개선 없이 한국농업 미래 없다’는 주제발표를 통해 “농업용수 관리가 농어촌공사와 지자체로 이원화되어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며, “물 관리 체계에 대한 농어촌공사 업무표준화 등을 통해 농업용수·수자원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시군, 농촌공사 구역의 물 관리 통합체계를 구축해 형평성 문제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정황근 농업정책국장은 “농업기반시설의 실질적 현장인 농촌에서 당사자인 농업인들을 모시고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의 시행기관인 농어촌공사 임직원이 대거 참여한 이번 토론회는 삼위일체가 된 토론회”라면서 “공직생활 27년 만에 이런 감동적 토론회는 처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정 국장은 이어 “농업인의 영농편의와 체계적인 수리시설관리를 위해 일원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지만 현시점에서 농어촌공사가 일괄적 인수·관리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 “현재 지자체가 농어촌공사 관리구역으로 편입을 희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단계적 편입을 추진 중이며 시군관리 수리시설의 개보수와 관련해 농식품부가 내년부터 지자체의 수리시설개보수를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농어촌공사 방한오 유지관리본부 이사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노후화된 수리시설의 피해가 빈발하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수리시설 개보수사업 예산은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있다”며 “태풍 및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수리시설 보수와 보강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 지원이 요구 된다”고 말했다.
전남도 임영주 농업식품국장은 “시군에서 관리하는 수리시설 면적은 51.8%에 해당되나,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비는 공사의 3%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지자체 관리 수리시설의 유지관리 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 국장은 “농업기반시설관리에 있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시설관리를 국가 차원에서 일원화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 개보수 및 확충하되 재원에 한계가 있다면 지자체의 재정여건 및 농업비중을 감안해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국장은 또 “농식품부가 내년에 시군의 수리시설 개보수를 광특회계로 지원하는 것은 수리시설이 식량 및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마지막 토론자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박경옥 영암군회장은 영암군 농업기반시설 개보수 방안에 대해 설명하며, “땜질식 시설개보수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용수공급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설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업기반시설 무엇이 문제인가?
전체의 58%가 30년 이상 경과 노후화, 관리도 이원화
저수지 태반이 변화하는 기상조건에 안 맞아 ‘물폭탄’
기후변화 따른 다양한 역할 위해 체계적인 투자 절실
이날 토론회에서 의견이 모아진 우리나라 농업기반시설의 문제점은 크게 ▲노후화 ▲관리 이원화 ▲기후변화 등에 따른 기능의 대전환 등 세 가지로 집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시설의 노후화와 관련해서는 전체 수리시설 7만925개소 가운데 58%인 4만986개소가 30년 이상 경과했다. 특히 재해위험 노출이 큰 저수지는 95%가 30년 이상 경과했다. 저수지의 경우 노후화 상태가 특히 심해 1만7천531개소 가운데 무려 67.1%인 1만1천766개소가 축조된 지 50년 이상 됐고, 4천882개소는 30년에서 50년 된 저수지였다. 또 용·배수로 18만4천km 가운데 59%인 10만8천km가 흙 수로로 물 낭비가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農道’인 전남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전체 저수지 3천224개소 가운데 무려 94.1%인 3천34개소가 축조된 지 30년 이상 경과했다.
농업기반시설의 두 번째 문제는 관리의 이원화다. 전국 7천925개소의 농업기반시설 가운데 19%인 1만3천526개소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나머지 81.1%인 5천7399개소는 일선 시군이 관리하고 있다. 농업기반시설의 수혜면적으로 따지면 한국농어촌공사가 51만6천538ha로 전체의 66%, 시군은 27만1천448ha로 전체의 34%에 해당한다. 농업기반시설 가운데 규모가 큰 시설만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편차다.
광주·전남의 경우도 비슷하다. 농업기반시설 1만1천219개소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는 25%인 2천824개소(수혜면적은 9만5천642ha로 64%), 시군은 75%인 8천395개소(수혜면적은 5만2천412ha로 36%)다.
문제는 시군이 관리하는 농업기반시설에 대해서는 국비지원이 전무하다는데 있다. 이 때문에 시군 관리 저수지의 경우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그 기능을 점차 상실해가는 경우도 태반이다.
농업기반시설이 처한 세 번째 문제는 기능문제다. 단순히 농업용수로만 활용하는 시대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윤광식 교수는 서울대 이정재 교수의 주장을 빌어 우리나라는 “1만개의 물폭탄을 안고 산다”면서 그 근거로 “농어촌정비법의 저수지 건설기준에 따라 강우량과 강우빈도 등 기상조건을 고려해 만든 것은 1970년대 이후 건설된 3천여개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이끈 김선주 건국대 교수 역시 “지금까지 농업용 저수지의 역할은 관개용수 공급위주였으나 이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사회적 역할이 요구 된다”면서 “기술적 측면에서의 이·치수 및 유지 관리 분야, 사회적 측면으로서 농업용 저수지의 다목적 활용분야, 환경적 측면으로서 농촌지역 환경성 증진분야 등에 대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농업기반시설의 중요성과 문제점 및 관리방안에 대한 주요골자는 모아진 셈이다. 이젠 어떻게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투자하느냐가 숙제로 남겨진 것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