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 따른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유권자들의 바른 선택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일들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선거철 전화이용 편법 여론조작 논란 뿐 아니라, 새로 창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성격이 불분명한 단체들이 ‘지지후보’를 선정, 발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해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
영암군수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A후보 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전남 새정치실천연합회(의장 최형주, 이하 새실련)가 지난 3월28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7개 단체 합동사무실에서 ‘새정치실천연합 6·4 지방선거 후보추천 간담회’를 갖고, 소속회원의 지역별 예비후보 지지 추천자 6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며 자신도 이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새실련은 지난 3월31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6·4 지방선거 지지후보 64명 공통공약’을 발표하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로 선정된 64명의 지방선거 출마자 명단을 배포했다.
하지만 새실련이 선정했다는 64명의 지방선거 출마자는 주로 전·현직 지방의원들인 새실련 소속 회원들이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새실련이 소속 회원 가운데 지방선거 출마자 명단을 발표한 것에 불과한 것.
또 ‘새정치실천연합’이라는 명칭자체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해 최근 창당한 ‘새정치민주연합’과 유사한 것도 문제다. 새실련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식조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자칫 유권자들에게는 ‘내천(內遷)’의 의미로 잘못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이에 대해 “기초선거의 경우 유사 단체 또는 모임의 지지후보 선언이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유권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우려가 있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도 당 차원에서 이 같은 폐해를 막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전화 개설과 착신전환 등을 통한 여론조작 우려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철 전화이용 편법 여론조작 논란에 대한 본보의 보도 이후 영암경찰은 내사에 나서 최근 특정후보가 영암읍에서 일반전화 50대를 무더기로 단기신규가입 했고, 이를 모두 착신신청 해놓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지난해 10월 4대, 11,12월 각각 1대, 지난 1월 4대 등으로 거의 미미한 수준이던 단기신규가입이 2월에 10대로 늘어난데 이어, 예비후보등록 등 본격 선거업무가 시작된 3월에는 54대로 크게 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경찰은 그러나 전화개설이나 착신전환 자체가 법규위반은 아닌 점에서 향후 이들 전화가 불·탈법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여부를 추적 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3개월만 쓸 단기신규전화를 무더기로 가입하고 착신전환 한 것은 언론사들의 전화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는 목적이 아니냐”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려 하지 않고 여론을 조작해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는 후보자들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KT영암지사에 따르면 영암지역(삼호읍 제외) 일반전화 1만7천900여대 가운데 착신전환가입자는 3천265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착신전환 여론조작 중대 선거범죄 규정
선관위, 시도 광역조사팀 투입 전면조사 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화 착신(着信) 전환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 및 왜곡을 ‘중대 선거 범죄’로 규정하고 단속에 들어갔다.
선관위는 2일 “전국 시·도위원회의 광역조사팀을 전원 투입해 전화 착신 전환을 통한 여론조사 왜곡 행위에 대해 이달 말까지 조사하라”고 각 지역 선관위에 지시했다.
중앙선관위 김영헌 언론팀장은 “선관위의 단속 역량을 총동원해 여론 조작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착신 전환을 통한 여론 조작은 수백~수천 개의 전화번호에 착신 전환 서비스를 신청해 특정 후보 측의 일반전화나 휴대전화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선거 브로커들은 장기간 쓰지 않아 휴면(休眠) 처리된 전화번호를 구입한 다음, 여기에 착신 전환 서비스를 신청해 여론 조작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도 최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착신 전환 전화는 여론조사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