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과 장흥군, 강진군 등 3개 군 단체장들이 상생협력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발족한지 한 달이 넘었으나 전격합의 한 7개 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7개 사업 모두 그 취지나 필요성, 효과 등에 대해서는 3개 군이 공감했지만 실제 추진단계에서는 예산 뿐 아니라 인력 등을 동반하거나 시행될 경우 악용될 여지가 있는 사업까지 있어 쉽게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3개 군 단체장들이 합의한 7개 사업 가운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업부터 시작하거나, 7개 사업에만 얽매이지 말고 곧바로 추진 가능한 사업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전동평 영암군수와 김성 장흥군수, 강진원 강진군수 등은 지난 7월17일 강진군청 대회의실에서 ‘영암군·장흥군·강진군 상생협력정책협의회’를 열고 7개 사업 추진에 공동협력하기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3개 군이 공동 협력해 추진하기로 합의한 사업은 ▲국비 확보를 위한 ‘세종사무소‘ 공동운영, ▲서울 유학생을 위한 ‘희망학숙’ 건립, ▲웰빙 농산물 유통망 구축, ▲스포츠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공동노력, ▲관광객 유치 프로그램 공동개발 운영, ▲공무원 교류근무, ▲지역축제 등 성공적 개최를 위한 상호협력 등이다.
3개 군은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실무추진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세종사무소‘ 공동운영의 경우 영암군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서울사무소가 2015년까지 계약되어 있다. 또 세종사무소 근무인원을 군당 2명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특히 서울∼광주 간 KTX가 올 연말 개통될 경우 굳이 세종시에 사무소를 둬야 할 실익이 있는가도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개 군 출신 서울 유학생을 위한 ‘희망학숙’ 건립문제도 최종 결정에 앞서 수요조사도 해야 하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운영하고 있는 남도학숙과 전남학숙, 기타 다른 시군 운영 학숙 등의 실태조사 등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가닥이 쉽게 잡혀지질 않고 있다. 더구나 예산 외에 관리를 위한 인력문제도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로 꼽히고 있다.
공무원 교류근무의 경우 전남도가 과거 기술직 공무원들에 대해 시행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자칫 악용될 경우 심각한 폐단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3개 군만이 교류근무해서야 무슨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스포츠 마케팅 활성화나 관광객 유치 프로그램 운영 등은 공동노력 내지 공동개발 해야 할 사업이기도 하지만 3개 군이 오히려 치열하게 경쟁해야 더욱 효과가 있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기획감사실 김성배 실장은 “3개 군 단체장이 상생협력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발족하고, 공동발전을 위한 7개 사업 추진에 합의한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특히 7개 사업의 경우 그 취지나 필요성, 효과 등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추진단계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추석을 앞두고 있는 점을 고려해 농·특산물 판매전 같은 접근하기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3개 군이 합의한 7개 사업의 추진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3개 군 단체장이 공동으로 국비확보를 위해 뛰는 등의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내지 방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4월 영암, 강진, 장흥군이 합동으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 클럽에서 개최했던 ‘삼수강산(三秀江山) 농·특산물 농부장터’와 같은 행사부터 시작해 3개 군이 상생협력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삼수(三秀)’는 전국에서 가장 빼어난 영암, 강진, 장흥 등 3개 군의 ‘맑고 푸른 하늘’과 ‘넓고 기름진 들녘’, ‘남해안의 청정해역’을 뜻하고, ‘강산(江山)’은 맑고 깨끗한 남도의 젖줄 ‘탐진강’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국립공원 ‘월출산’을 뜻한다. 당시 이 행사는 강진군이 주최했고, 영암군과 장흥군이 번갈아가며 주최하기로 했으나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