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해양경찰의 구조용 고무보트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국회의원(장흥·강진·영암)이 해경이 제출한 '해경 123정 CCTV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월16일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123정은 오전 9시31분(CCTV 시각 기준)쯤부터 구조 작업에 사용할 고무보트 하강을 준비했다. 이어 9시33분경 자체 크레인을 이용해 고무보트를 바다에 내렸으나,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엔진에 시동이 걸린 건 36분경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엔진 스타터 끈을 한두 번만 잡아 당겼을 때 시동이 걸려야 했다. 결국 해경 대원 3명이 보트에 탑승해 본격적인 구조 활동을 시작한 건 38분쯤이었다.
사고 당일 123정이 처음 현장 출동 명령을 받은 건 오전 9시3분께였다. 사고 현장까지 30분 정도가 걸렸음을 고려하면 이동 중에 낡은 고무보트 상태를 충분히 점검할 수 있었던 셈이다.
황주홍 의원과 구조 전문가들은 "보트를 이용해 구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봐야 15분~20분 사이였다"며 "시동을 거는 데만 3분 이상을 허비했다는 것은 '골든타임'의 20% 가량을 날려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해경은 해당 동영상 자료 제출을 지난 5월에 요청받고 3개월간 미루다가 황주홍 의원실의 강력한 요구를 받고 최근에 제출했다.
게다가 각 함정에 설치되어있는 CCTV 현황 자료 요구에, "실제 관리는 해당 해양경찰서에서 하기 때문에 해양경찰청에서는 설치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123정 내부에 설치되어있는 다른 CCTV(주기실 2대·발전기실 1대) 영상은 이날 현재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황 의원은 "대형 사고 현장에 출동하면서 핵심 구조 장비를 미리 점검하지 않아 1초가 급박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해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며 "사고 현장까지 출동하는 시간 동안 보트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와 해경이 CCTV 영상을 뒤늦게 공개한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