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영암지역 응급의료체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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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무너진 영암지역 응급의료체계 어떻게?

군, '권역 거점병원 응급실 위탁운영' 방안 찾았으나

선결조건인 영암병원 운영 정상화는 여전히 '안개 속'

영암병원 사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무너진 응급의료체계 때문에 군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영암병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4월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한데 이어, 5월부터는 24시간 운영해온 응급실을 밤 9시까지 야간진료형태로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아예 폐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암군은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전남도와 보건복지부 등을 방문, 권역 거점병원에서 의료진을 파견해 응급실을 위탁운영 하는 정부 시범사업을 거의 유치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시범사업이 확정되어 시행되려면 영암병원 운영 정상화가 먼저여서 갈수록 혼미해져가는 병원 내부 사태 때문에 군민들의 고충과 군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24시간 응급실 운영중단 왜?
영암병원에 응급실이 개설되어 24시간 응급의료기관의 역할을 해온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최근 3년 동안의 영암병원 응급실 이용현황을 보면 2011년 7천612명, 2012년 7천567명, 2013년 7천369명 등으로, 월평균 620여명에 이른다. 또 지난 한해 119구급차 이용건수는 모두 1천243건으로 월평균 103건 정도였다. 응급실이 제구실을 했느냐를 떠나 많은 군민들이 응급을 요할 때 일단 영암병원을 찾은 것으로 분석되는 셈이다.
하지만 영암병원은 지난 4월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 응급실을 폐쇄한데 이어, 5월부터 전문의 1명이 저녁 9시까지 진료하기로 결정했다. 병원 측이 내세운 이유는 매월 발생하는 적자(6천만원 가량)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으나, 이 보다는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위한 전남도의 공중보건의 배정이 병원 내부 경영 비리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제외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되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면 운영비 2억5천만원과 공보의 2명을 배정받게 되지만 영암병원은 자신들의 경영 비리가 불거지면서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권역 거점병원 응급실 위탁운영은?
군민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의료체계가 이처럼 병원 잘못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군이 찾아낸 방안이 바로 '권역 거점병원 응급실 위탁운영'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년에 전국 1∼2곳을 시범운영할 계획으로, 지난 10월31일 열린 시·도 담당자 회의에 참관하는 형식으로 장경자 보건소장이 직접 참가, 영암지역 응급의료체계의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권역 거점병원 응급실 위탁운영'은 응급실을 주간에는 영암병원이, 야간에는 거점병원이 영암병원의 시설 및 장비를 활용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두 병원에 응급실 운영비가 지급되고, 야간진료수입은 두 병원의 협약에 따라 배분하게 된다. 군은 거점병원으로 전남대병원과 목포 한국병원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당연히 전자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보건복지부가 영암병원을 '권역 거점병원 응급실 위탁운영' 대상으로 확정하기까지 선행되어야할 과제들이 많다. 영암병원 운영의 정상화는 그 가운데 핵심이다. 적어도 12월 말까지 현행대로 저녁 9시까지 야간진료형태로라도 응급실이 운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그야말로 '반반'이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법인회생신청 결과는 12월 말쯤 나올 전망이다. 받아들여질지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 10월29일 실시된 광주지법의 현지조사 당시 분위기가 문형철 현 이사장에게 불리했다는 분석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야간진료형태의 응급실 운영마저도 11월 중 폐쇄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군이 영암병원의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암병원 사태 해결될까?
영암병원의 운영 정상화 여부는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실타래가 풀리기는커녕 더욱 꼬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영암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등 7개 과목을 진료과목으로 한 병상수 62실, 485병상(일반 159, 정신 299)의 영암지역 최대 규모다. 종사자만 140여명에 이르고, 입원환자도 300여명을 넘는다.
광주시 동구 '김병원' 김계윤 원장의 아들인 김대익 이사장과 김 이사장의 사촌 김영관 이사장으로 병원 경영권이 이어지면서 영암지역 최대 규모의 병원 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해갔다.
특히 지난해 김영관 이사장이 임명한 이모 병원장과 병원 경영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납품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전남지방경찰청의 수사를 받게 되며, 김대익, 김영관 두 이사장이 모두 구속되는 사태로 이어지면서 영암병원의 위상은 급속히 추락했다. 또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에 대한 체불임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생계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2일 광주 첨단한방병원 문형철 원장이 이사장으로 부임했으나, 조기정상화와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같은 달 말 법인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문 이사장이 부임 후 곧바로 법인회생신청을 한 것은 병원 인수 당시 직원들의 밀린 임금만 해결하면 조기정상화가 가능하리라고 판단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병원 부채가 예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암병원의 채무는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이사장은 또 경영권 승계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 경영진이 원인무효를 주장하는 상황에도 봉착해 있다. 더구나 직원들이 임금체불, 부당대우 등을 주장하며 노조를 설립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노사대립까지 격화된 상태다.
현재 영암병원 사태는 법인회생신청에 대한 광주지법의 판단과 채권단의 움직임이 주요 변수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은 내달 말 내려질 전망이고, 앞서 언급한대로 받아들여질지 여부조차 미지수다. 또 받아들여질 경우 법원 현지조사 때 채권단이나 노조 등이 보였던 문 이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관심이다. 현재 법원 안팎에서는 문 이사장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는데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채권단의 움직임도 영암병원 사태에 중대한 변수다. 채권단이 일정기간 채권행사를 유보하고 연합해 병원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과 문 이사장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영암병원의 운명이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으나 실현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형국에 영암병원 바로 인근에 대형병원을 짓겠다는,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표지판이 세워진 것도 영암병원 사태와 관계 깊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고, 이에 따라 사태 해결이 결코 쉽지않은 일임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이춘성 기자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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