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입법 한해 평균 4건 불과 전문성 부족 심화
민주화 기여 평가 불구 지역 민원해결사로 전락
우리 지방자치는 1949년7월 지방자치법이 제정 공포되고, 1952년4월 초대 민선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처음 시작됐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지방의회가 해산될 때까지 세 차례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이후 지방자치의 ‘암흑기’가 지속되다 1990년12월 지방자치법이 공포되고 이듬해인 1991년3월 30년 만에 지방의원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는 부활의 전기를 맞는다. 하지만 이때 자치단체장은 관선이었기 때문에 ‘반쪽’ 지방자치였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것은 1995년6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모두 선거로 선출하면서부터다.
영암군의회도 1991년4월 11개 읍면을 대표하는 의원 11명으로 제1대 의회가 출범한다. 이후 1995년(제2대 의회), 1998년(제3대 의회), 2002년(제4대 의회), 2006년(제5대 의회), 2010년(제6대 의회)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2014년6월 선거로 제7대 의회가 출범해 있다.
제4대 의회까지는 11개 읍면에 1명씩의 의원을 선출했으나, 제5,6대 의회는 복합선거구제가 도입되고, 특히 현대삼호중공업 근로자와 가족 등을 기반으로 하는 진보정당 소속 지방의원을 배출하면서 의회 운영에 새바람이 불기도 했다. 의원수는 제5대 의회까지 11명이었으나 제6대 의회 9명, 제7대 의회는 8명으로 각각 줄었다. 인구감소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로 출범 24년째인 영암군의회는 그동안 제 역할을 해왔을까?
지방의회에 주어진 권한은 의결권, 조례제정권(입법권), 예산 및 결산심의권, 감사권 등 네 가지다. 이 가운데 의결권과 조례제정권 등에 있어 영암군의회는 24년 동안 모두 1천907건을 의결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 해 80여건의 안건을 처리했다는 얘기다. 또 이중 조례안은 모두 992건으로 한 해 평균 42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들 안건 대부분은 집행부가 심의 의결을 요구한 안건일 뿐 의원들이 주어진 입법권에 따라 직접 발의한 안건은 24년 동안 97건에 불과했다. 한 해 평균 4건으로, 어떤 해에는 단 한건의 의원 입법이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만큼 의원들의 전문성이 향상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자, 대다수 의원들이 ‘생활자치’ 깊숙이 파고드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집행부를 견제,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인 예산 및 결산심의권이나 감사권을 제대로 활용했느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영암군의회는 진보정당 소속 지방의원이 활동한 제5,6대 의회를 제외하고는 단체장과 의회가 ‘한통속’이었다. 또 제5,6대 의회 때 진보정당 소속 지방의원이 행정사무감사나 군정질의, 조례 및 일반안건 심의과정에서 집행부 주요현안에 제동을 걸거나, 조례안 등을 유보시키는 등 견제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당시 의회 역시도 주요안건에 대해서는 결국 집행부 뜻대로 처리해주었다는 점에서는 ‘들러리’ 내지는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영암군의회가 자치와 분권의식 확산을 통해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아쉽게 느껴지는 또 다른 부분은 의원들 스스로 지역의 ‘민원해결사’로 전락해 있다는 사실이다. 전남도 감사에 지적되기도 한 이른바 ‘의원사업비’에서 보듯 지방의원은 주민과 ‘이권’으로 연결되어 있고, 집행부와 지방의원은 의원사업비로 연결된 지금의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지방의원 또는 지방의회의 역할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제7대 의회처럼 단체장과 다시 ‘한통속(특정 정당 일색)’이고, 의회가 견제 역할을 망각 내지 포기한 것 같은 상황이라면 들러리 24년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