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월출산의 새 탐방로가 뚫린 지 오늘(11월20일)로 한 달 가량 됐다. 월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새 탐방로를 공식 개방했다고 밝힌 때가 지난 10월29일이었으나, 등산객들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새 탐방로를 이용해 정상인 천황봉(해발 809m)에 올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모처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인 지난 11월15일 새 탐방로를 이용해 찾은 국립공원 월출산은 절정을 맞은 단풍과 기암절경을 보려는 등산객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천황사 주차장은 포화 상태였고, 천황봉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새 탐방로를 이용해본 등산객들은 이구동성 월출산의 가을 비경(秘境)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천황사 탐방지원센터처럼 집단시설지구를 개발하지 않는 한 월출산의 '샛길'에 머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처럼 새 탐방로를 개설해놓은 정도로는 영암군소재지인 영암읍 활성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어서 군의 결단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월출산 새 탐방로는 영암실내체육관 건너편 氣체육공원에서 출발하면 산성대까지 1.8㎞, 광암터까지 3.3㎞, 천황봉까지 3.9㎞다.
개방 한 달째를 맞은 새 탐방로에는 가족단위로 산에 오른 군민들이 특히 많았다. 월출산의 다른 탐방로에 비해 비교적 완만하고 수월한 등산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인 듯 했다. 하지만 총사업비 6억원을 투입했으면서도 안전시설이 필요함에도 무시하고 건너 뛴 구간이 많고, 경사가 심해 로프를 시설해야할 구간임에도 역시 이를 무시한 구간이 많아 어린이들은 매우 힘들어했다.
광암터로 향하는 구간 가운데 온 몸을 비틀어 바위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 구간은 영화 '127시간'(127 Hours)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위험해보였고, 몸이 비대한(?) 등산객은 통과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통과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던 등산객들은 하나같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의 부실공사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보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5면>
새로 뚫린 탐방로를 처음 이용한다는 한 산악회의 회원들은 능선을 타고 뚫려 있어 사방이 시종일관 탁 트여 있는 월출산의 비경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만 많은 군민들의 경우 새 탐방로를 이용해 월출산에 오르는 반면, 외지 등산객들은 주로 천황사 탐방지원센터를 이용해 천황봉에 오른 다음 새 탐방로를 이용해 하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새 탐방로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 새 탐방로 개설을 인지한 일부 등산객들은 氣체육공원과 영암실내체육관 주차장이 무료인 점을 주로 감안했을 뿐이며, 새 탐방로로 천황봉에 오른 경우도 천황사 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해 氣찬묏길을 이용해 원점회귀 하기는 했으나 그대로 귀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텅빈 氣체육공원 일대의 사정으로는 등산객들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이다.
결국 새 탐방로가 당초 기대처럼 천황사 탐방지원센터를 이용하는 등산객들을 분산시키고, 월출산을 찾는 등산객 상당수를 영암읍 상가 등을 찾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시기상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새 탐방로를 이용하는 외지 등산객 대다수는 "氣체육공원 일대가 천황사 탐방지원센터처럼 집단시설지구로 만들어지고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는 한 제대로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등산객은 "산에 오르기 전 음료수나 김밥 등을 구입할 곳도 없고, 심지어 화장실도 없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탐방로 구실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경치가 좋아 한번쯤 이용할 수 있는 등산로일 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새 탐방로 개설에도 불구하고 월출산국립공원의 기존 탐방로인 '천황사∼구름다리∼천황사', '천황사∼구름다리∼천황봉∼천황사', '천황사∼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도갑사', '경포대∼천황봉∼구정봉∼경포대' 등 4코스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천황봉에 오르는 등산객 가운데 극소수만이 새 탐방로를 이용하게 되고, 그나마 현 상태로는 영암읍을 경유하지 않고 氣찬묏길을 이용해 천황사 집단시설지구로 회귀하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새 탐방로가 시작되는 氣체육공원에는 개방과 함께 주말과 휴일이면 많은 차량이 몰려들고 있으나 안내판 등에는 새 탐방로에 관한 내용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당장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새 탐방로가 영암군소재지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용도변경절차가 진행 중인 氣체육공원 일대를 시급히 집단시설지구로 지정, 내년도 본예산에 관련 사업비를 편성하는 등 군 차원에서 개발을 적극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